[서울=뉴시스] 프로듀서 알티. (사진=알티스트레이블 제공) 2025.08.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프로듀서 알티(35)는 K팝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2014년 싱글 ‘위 갓 더 월드'(We Got The World)로 데뷔한 그의 수식어는 대한민국에서 핫한 EDM DJ였으나, 이제는 히트곡 메이커로 바뀐 지 오래다. 세계 최정상 아티스트로 성장한 블랙핑크의 대표곡들을 만들고, 빅뱅, 트레저 등 K팝 스타들의 곡을 써내며 대중의 심장을 두드렸다. 그래서 알티의 새 싱글 발매는 반갑고 설레는 일이다.
싱글 ‘담다디’ 발매를 앞두고 최근 서울 성동구 알티스트레이블 사무실에서 만난 알티는 “음악을 만드는 그 순간 가장 영감 받은 저만의 주파수를 표현하려고 한다. 복잡하게 계산하면서 음악을 만드는 스타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10일 발매되는 ‘담다디’ 역시 같은 흐름에 있다. 팝 기반의 하우스 장르로, 세련된 사운드와 리드미컬한 에너지가 어우러진 곡이다. 걸그룹 아이들의 전소연이 가창에 참여했다.
“소연 씨는 제가 존경하는 뮤지션 중 한 명이에요. 톱 아이돌 그룹의 프론트 퍼슨으로 활동하며 프로듀서로서 곡 작업까지 하는데 정말 대단하죠. 올해 초 우연한 계기로 소연 씨가 저랑 작업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났는데, 서로 ‘일벌레’라서 친해졌습니다.. 완벽에 있어서 저만큼 이렇게 추구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그런 부분에서 의기투합이 잘 돼서 작업할 때마다 놀이터에 놀러 온 느낌이 들더라고요. 재미있게 곡이 많이 만들어지고 너무 잘 맞았어요.”
전소연은 뮤직비디오에도 참여해 곡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서류 더미를 집어 던지고 책상 위를 쓸어버리는 등 거침없고 전투적이기까지 하다. 알티는 “‘담다디’의 주제는 확신 없는 사랑을 매우 강한 감정으로 기다리는 화자의 심경”이라며 “연약하고 작은 모습보다는 그래도 뚝심 있고 카리스마 있는 느낌을 원했는데 소연 씨를 엔터테이너로 보면 그러한 이미지가 있다. 감사하게도 제가 원하는 캐릭터가 정말 선물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수록곡 ‘스위치 아웃'(Switch Out)은 강렬한 테크노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알티 특유의 에스닉한 감성이 더해져 깊은 울림을 준다. 알티는 세계 최대 EDM 음악 축제인 ‘투모로우랜드’에서 유명 DJ 몰튼에게 이 곡을 들려주고 칭찬을 받았다고 했다. “메인 스테이지 DJ가 제 노래가 좋다고 해줘서 정말 뛸 듯이 기뻤어요. 오랜만에 그런 감정을 느껴서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이랑 콜라보(협업) 하려고 아주 귀찮게 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프로듀서 알티. (사진=알티스트레이블 제공) 2025.08.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알티는 스무살부터 음악을 시작했다. 어릴 적 듣던 라디오헤드와 서태지의 음악이 계기가 됐다. 라디오헤드의 파괴적이고 실험적인 사운드, 서태지의 거칠고 강한 에너지는 그의 표현대로 말하자면 충격이었다. 그렇게 음악에 매료된 알티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라디오헤드의 티셔츠를 샀다. 라디오헤드 티셔츠를 입고 자전거를 타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교복 안에 그 티셔츠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데 몸이 붕 뜰 정도로 행복했어요.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더라도 항상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활동명을 ‘라디오헤드’와 ‘티셔츠’에서 따왔습니다.”
홍대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한 알티는 2016년 더블랙레이블의 수장 프로듀서 테디를 만나 본격적으로 프로듀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빅뱅, 블랙핑크, 트레저, 전소미의 히트곡을 만들고, 엠넷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11’에 프로듀서로 출연했다. 그렇게 커리어를 쌓아가면 승승장구하던 알티는 올해 알티스트레이블을 설립해 독립했다. 홀로서기에 나선 이유도 알티답게 명확하고 당당했다.
“알티스트 레이블을 만든 이유가 세 가지 정도 있어요. 첫 번째는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멋진 예술가를 대중에게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두 번째는 국내를 통해 글로벌 시장까지 갈 수 있는 솔로 아티스트를 제작해 보고 싶고, 세 번째는 대한민국을 전자음악 강국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 이름을 건 앨범에 있어서 하우스와 전자음악에 집중하려고 하거든요.”
전자음악을 이야기할 때 알티에게선 진심의 무게가 느껴졌다. 자신의 목표와 계획을 말할 때 확신에 차 있었고, 바람을 전할 때는 신중했다. 알티는 “독일은 (전자음악의 한 장르인) 테크노를 문화유산으로 정했다”며 “전자음악의 장벽을 낮춰서 생활 속에서 좋은 에너지를 주는 노래를 가깝게 즐기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10년 전 5톤 트럭을 구매해 ‘찾아가는 EDM 페스티벌’을 열었고, 자신의 사무실에 각종 음향 시설을 갖춰 EDM 파티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전자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날카로운 게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DJ라고 하면 안 좋게 보는 것도 있죠. 사실 그런 게 아닌데 멋있는 직업이 있고 멋있는 문화라는 걸 보여주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에게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어떤 문화적 성과까지 거두게 된다면 너무 기쁠 것 같아요. 친구에게 밥집을 소개시켜 줬는데 그 친구가 ‘너무 맛있다’고 한 거랑 똑같아요.”
[서울=뉴시스] 프로듀서 알티. (사진=알티스트레이블 제공) 2025.08.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히트곡을 쓴 알티가 생각하는 K팝의 핵심은 뭘까. 질문을 던지자 “잘 모르겠다”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록이든 힙합이든 이렇게 들으면 되는데 K팝은 잘 모르겠어요. 근데 저는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게 좋은 예술이면 되지, 장르는 몰라도 된다고 봐요. 중국 음식점에서 자장면이 맛있으면 됐지, 짬뽕이든 탕수육이든 어떤 요리를 파느냐는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K팝의 흥행에 대해선 “전략적으로 분석해 보지는 않았지만 K팝은 참 잘 들리면서도 잘 보이는 음악”이라고 했다. 알티는 “해외에서는 솔로에 비해 그룹 형태가 많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은 고도화된 설계가 잘 돼 있다”며 “K팝은 특히 팬을 향한 접근법과 소통도 다른 것 같고, 다양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힙합, 일렉트로닉, 댄스 등 세상에는 수많은 장르가 있지만 알티는 굳이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에게 음악은 ‘좋은 음악’과 ‘아닌 음악’ 딱 두 종류다. “누구나 개인차가 있고 생각이 다르겠지만 제가 예술을 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만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감흥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표현 방식이 연기가 될 수 있고 그림이 될 수도 있는 건데 저한테는 ‘아닌 음악’은 감흥이 느껴지지 않은 음악이죠.”
알티는 올해 자신의 레이블에서 신인을 선보일 계획이다. K팝 아이돌과 협업을 겸하고 있지만 자신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알티스트레이블의 아티스트를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음악에 목숨을 걸었어요. 그렇기에 저희 레이블에서 선택한 예술인들도 자기가 선택한 것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대중이 음악적 색깔보다 알티스트 레이블의 예술인들은 진짜 멋있다는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