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우시오 레이라. (사진 = goto sotaro 제공) 2025.11.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일본 라이징 싱어송라이터 우시오 레이라(23·汐れいら)는 낯익은 일상을 노래해 삶을 환기한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누린 ‘미소시루와 버터(味噌汁とバター)’가 대표적이다. 이미 행복한데 거기에 익숙해져서 행복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아이러니를 우리가 매일 먹는 끼니에 빗대 꾹꾹 삼키게 하는 노래. 밝은 기타 사운드로 매만져지는 멜로디, 맑고 단단한 음색은 삶을 기꺼이 살아가게 만드는 굳은 심지다.
우시오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의 스페셜 공연 ‘더 모먼트 : 라이브 온 멜론’을 통한 첫 내한공연 무대에서도 이 노래를 불렀다. 객석에선 조용한 떼창이 이어졌다. 그는 최근 국내에서 일본 유명 여성 싱어송라이터 계보를 이을 유망주로 꼽히며 무섭게 팬덤을 불리고 있다.
공연 전날 서울 중구 호텔에서 만난 우시오는 “활동 초창기엔 칭찬을 받기 위한 곡을 많이 만들었어요. 이제는 제가 먼저 만족할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자존심이 센 가수가 아닌 자존감이 높은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한 셈이다. 그런데 우시오는 활동 초기 부끄러움이 많았고 자존감도 낮은 편이었다. 닫힌 공간이라 노래를 듣고 싶지 않은 사람이 쉽게 나가지 못하는 라이브 하우스 공연을 지양한 이유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물 흐르듯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버스킹을 더 선호한 이유다.
4년 전 일본 전통 방석인 자부톤(座布団)을 깔고 앉아 버스킹을 시작했는데, 편안한 음색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자부톤을 사용한 건 ‘쓸모 차원’이었어요. 앉아서 노래하는 게 좀 더 편하고, 바닥이 좀 지저분해서 그냥 방석을 깔았던 거였어요. 그 때 저를 봤던 분들이 가끔 DM도 주시곤 합니다. 하하.”
고등학교 때 스쿨 밴드를 시작했다. 원래 보컬만 맡을 계획이었는데, 기타리스트가 그만 둬 기타까지 맡게 됐다. 처음엔 모든 것이 서툴렀다고 돌아본 우시오는 자신의 곡을 만들어 주변에서 칭찬을 듣기 시작하자, 음악에 대한 의욕이 더 생겼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우시오 레이라. (사진 = goto sotaro 제공) 2025.11.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커버는 힘들었다고 했다. 이미 프로들이 발표한 곡들을 흉내내는 것에 그쳤고, 그마저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고 여겼다. 반면 자신이 곡을 만들면 기타 치는 스킬, 부르기 쉬운 음정의 멜로디를 정할 수 있고 가사엔 자신의 감정과 좋아하는 단어까지 넣을 수 있으니 좋은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우시오에겐 ‘소설을 쓰는 음악가’라는 꿈이 생겼다. 그래서 대학은 문예학과로 들어갔다. “주변에 노래 잘하는 사람도 많이 있고, 제가 진짜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노래가 취미가 돼도 좋다고 생각했고, 소설 쓰는 것도 좋아했기 때문에 입학했어요. 무엇보다 작사에 보탬이 될 거 같았습니다.”
프로 가수로 활동하면서 학교는 그만뒀지만, 우시오의 소설적 탐닉은 이어진다. 노래 가사를 마치 단편소설처럼 만들어 앨범 부클릿에 실었다.
“노래엔 여백이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너무 설명하는 문장을 가사에 넣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가사의 애매한 부분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앨범을 접하는 팬들이 그 이야기를 읽으시고 또 다른 즐거움을 느꼈으면 했어요.”
우시오는 앞서 일본 매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래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제 체험을 쓰면… 뭐랄까 굉장히 간단하고 쉬운 말이 돼 버리는 거 같았어요. 그런데 최근에 깨달은 건 제 마음을 표현할 때 굉장히 슬픈 일이 많아서 거기에 상처 받기 싫어 ‘쓰고 있지 않았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제 이야기를 쓰는 것으로부터 무서워서 도망갔다고 할까요.”
그런데 올해부터 쓴 곡들엔 자기 이야기가 꽤 들어갔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곡들엔 용기 있게 자신을 직면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뉴시스] 우시오 레이라. (사진 = goto sotaro 제공) 2025.11.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이전까지는 노래를 통해 칭찬을 받음으로써 자기 증명을 해내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노래가 제 버팀목이 되고 있어요. 물론 이전에 만든 곡들이 있어서 제가 지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그 곡들을 넘어서는 또 다른 곡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시오는 일본 리얼리티 시리즈 ‘늑대에게는 속지 않아(Who is a Wolf?)’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센티멘털 키스(Sentimental Kiss)’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최근엔 일본 애니메이션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의 엔딩 주제곡 ‘하레노히니(Harenohini)’로 인지도를 더 높였다. 두 곡 모두 이번 라이브에서 들려줬다.
우시오는 무엇보다 자신의 오리지널 곡과 작품 OST 사이를 오가는 균형 감각이 탁월하다.
“제 오리지널 곡은 메시지가 주로 가사를 통해 전달이 되잖아요. 반면 원작이 있는 경우엔 제가 그 이야기를 바탕 삼아 노래를 만드니, 메시지 전달이 더 수월하죠. 반면 제 곡은 전달하는데 어려울 수 있지만, 그 만큼 자유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어떤 것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양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자체가 기쁩니다.”
한국 라이브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작년 여행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특히 모든 음식에 감동했다며 웃었다. ‘미소시루와 버터’의 한국 버전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정규 음반을 내지 않은 우시오는 아직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정규 음반의 방향성은 아직 정해진 게 없어요. 다만 제 이야기가 더 들어갈 수 있고, 다른 분위기의 곡들도 실릴 수 있죠. 지금까지 발매한 작품도 스스로 만족하지만 앞으로 발표하고 부를 곡들에 대해서도 굉장히 설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