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지난해 28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민생지원 소비쿠폰 결제 가능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2025.10.28. [email protected][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우리 경제가 소비쿠폰 지급 등에 힘입은 소비 진작세로 경기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 진단이 나왔다.
특히 ‘경기 다소 개선’이란 표현이 17개월 만에 등장하며, 경기 국면이 장기 둔화에서 점진적 회복 단계로 전환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반도체와 조선업을 제외한 수출 시장엔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고 건설업 부진도 이어지고 있어, 경기 회복세가 견고한 확장 국면으로 접어들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일 발표한 ’11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투자 위축과 수출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가 ‘경기 다소 개선’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앞서 KDI는 계엄 사태와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 등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경기 하방 위험 증대’, ‘경기 둔화’, ‘미약한 상태’, ‘낮은 수준’ 등의 문구를 보고서에 적시하며 부정적인 경기 인식을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 9월 평가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비롯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의 효과가 반영되면서 진단 수위가 소폭 완화됐다.
특히 지난달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흐름 유지’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이어 이달에는 ‘경기가 개선되는 모습’이라는 문구를 꺼내들며, KDI 경기 인식이 ‘둔화→완화→개선’으로 상향됐다.
[서울=뉴시스] 수출 둔화와 건설투자 부진 속에서도 소비가 버팀목이 되며 경기가 소폭 개선됐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간한 ‘KDI 경제동향 1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가 소비를 중심으로 다소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KDI는 “소비는 시장금리 하락세, 소비부양책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서비스업생산도 도소매업 등 내수와 밀접한 부문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KDI는 “반도체 경기가 호조세를 유지했으나, 미국 관세 인상의 부정적 영향이 파급되며 수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고 건설투자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9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6.7% 증가해 전월(-0.4%) 대비 큰 폭의 개선세를 보였다.
이는 추석 명절 이동으로 조업일수가 전년보다 4일 늘어난 것과 더불어, 서비스업(6.2%)·광공업(11.6%)의 동반 상승이 전체 생산을 끌어올린 영향으로 분석됐다.
특히 서비스업은 도소매·금융·보험업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되며 계절조정 기준으로도 3.8%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소비는 시장금리 하락세와 정부의 2차 소비쿠폰 지급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이어갔다.
9월 소매판매액은 승용차(13.6%→22.1%) 등 내구재가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며 2.2% 올랐고, 소비쿠폰 지급에 따라 소매판매의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도 3.2% 늘어나 서비스소비의 개선을 시사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8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반도체 경기를 제외하곤 여타 품목은 부진을 거듭하며 수출 증가세가 완만하게 둔화되는 모습이다.
10월 수출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명절 이동에 따른 조업일수 영향이 반영된 수치로, 이를 제외한 9~10월 일평균 수출액 증가율은 3.2%로 8월(5.7%)보다 낮았다.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사진은 지난달 30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5.10.30. [email protected]
대미 수출은 반도체(21.8%)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동차(-23.2%)를 중심으로 12.9% 감소했다. 대중 수출도 반도체를 제외하면 11.6% 감소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반도체와 선박을 제외한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대비 4.6% 줄었다.
건설투자는 조업일수 확대와 반도체 공장 등 비주거용 건축의 마무리 공사에 힘입어 감소폭(-17.4%→-4.3%)이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건설수주가 개선세를 보이고 있으나, 건설투자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제 강화와 지방 부동산 경기 둔화로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고 공사 기간도 길어진 영향이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전월(2.1%)보다 소폭 상승했다. 석유류(4.8%)와 농산물(1.1%) 가격이 기저효과와 작황 부진으로 상승폭을 키웠고, 추석 연휴로 여행수요가 늘면서 개인서비스 물가도 3.4%로 확대됐다.
다만 여행 관련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1%로 전월과 유사해, KDI는 “기조적인 물가 흐름은 비교적 안정적”이라면서도 “소비 부진이 완화되면서 향후 수요 측 하방 압력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6·27 대출규제 이후 둔화되다 9월 들어 상승세(0.06%→0.09%)가 확대된 반면, 비수도권 매매가격은 하락세(-0.05%→-0.03%) 를 지속하고 있다. 또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2만3100호→2만3000호)는 대체로 유지되며 부진한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한미 무역협정 진전으로 월말 일부 하락했으나, 달러화 강세와 대미 투자 관련 불확실성으로 전월 말 대비 1.5% 상승했다. 원/달러의 일간 변동폭도 0.28원에서 0.39원으로 확대되며 시장 불안 심리가 커진 모습을 보였다.
KDI는 “한미 무역협정 진전과 미중 무역 갈등 완화로 일부 통상여건이 개선됐으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며 “미국의 통상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글로벌 교역 부진이 주요국 성장세 둔화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AP/뉴시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202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