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배우 로운.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25.10.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지아 인턴 기자 = “박수 칠 때 떠나는 거죠.”
배우 로운(29)은 오는 27일 입대를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그는 벌써 제대 후 계획까지 신나게 얘기했다. “원래 7월 입대 예정인데 밀렸어요. 덕분에 이번 작품 홍보 일정도 함께 소화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못하고 갔으면 찝찝했을 것 같아요. 군대 다녀와서도 진짜 열심히 일할 거예요. 제대 후엔 더 늦기 전에 교복을 다시 입고 싶어요. 관리하다보면 1년 반은 금방 지나가지 않을까요.”
그는 입대 전 마지막 작품으로 디즈니+ 시리즈 ‘탁류’를 택했다. ‘탁류’는 조선의 모든 돈과 물자가 모이는 경강을 둘러싸고 벌이는 이야기다. 공개 후 TV-OTT 드라마 부문 화제성 차트 3위를 차지했고(펀덱스), 지난 10일까지 6일 연속 디즈니+ TV쇼 부문 한국 1위를 기록했다(플릭스패트롤). 연이은 호평에 로운은 “매일 제 이름을 검색했었다”며 “보상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잘생긴 것도 무기예요.”
극 중 로운은 노역을 하다 한 왈패 무리를 만나 본격적으로 왈패 세상에 발을 들이는 ‘장시율’을 연기했다. 그는 수염을 덮수룩하게 기른 채 내내 땀에 젖어있다. 지저분한 얼굴과 옷, 허한 눈빛은 그간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멀끔한 미소년 모습과 정반대다. 로운은 이미지 변신에 연신 만족한다고 말했다.
“분장 선생님한테 더 더럽게 해달라고 계속 말했어요. ‘여기 더 까맣게 칠해줘’ 이랬죠. 정말 좋았던 게 분장한 얼굴로 휴대폰 잠금이 안 풀리더라고요(웃음). 현장에서 다들 시율이라고 불러주시길래 성공했다 했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역할과 외적으로 완전 달라서 이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을 줄 알았어요. 감독님이 배우에게 분장과 의상은 갑옷 같은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이런 시도로 보는 사람들에게 느낌표를 줄 수 있겠다 싶었죠. 충분히 가치 있는 도전이에요.”
파격적인 외모 변신 못지 않게 연기에 관한 칭찬도 쏟아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로운인 줄 몰랐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로운은 “그동안 연기할 자격이 있나 싶었는데 좋게 봐주셔서 기분이 배로 좋다”고 했다. “판타지 장르에선 ‘얼굴이 서사’란 얘기가 있듯이 잘생긴 것도 배우로서 무기라고 생각해요. 근데 전 그 무기를 하나만 갖고 싶진 않았어요. 이런 분장으로도 충분해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서울=뉴시스] 배우 로운.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25.10.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걸까 했어요.”
로운은 2016년 그룹 에스에프나인(SF9)으로 데뷔 후 2023년 팀을 탈퇴했다. 아이돌을 벗어나기 전부터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2019) ‘연모'(2021) 등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고 했다. “‘다른 배우가 했으면 더 잘 했을까’ ‘난 왜 비슷한 결의 캐릭터밖에 못하지’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자신감도 없었죠. 연기는 즐거웠지만 그 과정에 있으면 도망가고 싶었거든요. 그래도 열심히 하니까 누군간 지켜보고 있었고, 다들 알아봐주는구나 생각해요. 핑계대지 않고 불안함을 직접 마주하고 있어요. 지금은 촬영 현장에서 자유로워요.”
그는 ‘아이돌 출신 배우’란 색안경도 원동력으로 삼고 있었다. “자격지심도 많았었는데, ‘내가 한 번 보여줄게’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그런 게 이젠 좋은 자극이 돼요. 노래도 하고 춤도 출 줄 아니까 오히려 작품에서 보여줄 게 많잖아요. 연기가 재미있단 확신이 들고 지금은 ‘어 맞아. 나 아이돌 출신이야’ 하고 다녀요. 이 모습조차도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로운은 오는 12월 24일 일본에서 개봉하는 영화 ‘라스트맨-퍼스트 러브-‘로 일본 영화계에 첫발을 내딛는다. 그는 “일본어로 연기하며 새로운 걸 경험하는 게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예전엔 목표가 있으면 혼자 마음에만 갖고 있었는데, 요즘엔 주변에 일부러 얘기하고 다녀요. 그럼 에너지를 받는 것 같거든요. 영화를 찍으면서 나만 준비가 잘 돼 있으면 더 좋은 기회가 오겠구나 했어요. 언젠간 할리우드에서 연기하는 게 제 목표예요.”
“인생에서 물음표가 사라지는 순간 늙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전 아직 모든 게 궁금하고 새로워요. 이런 소년미는 전역하고도 남아있을 것 같아요(웃음). 배우는 연기를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하고 그걸로 다잖아요.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해서 이 마음을 잃지 않고 당당하고 우아하게 살고 싶어요. 안 쉴 테니까 성장한 모습을 꼭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