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밴드 소란(왼쪽부터 서면호, 고영배, 이태욱)이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MPMG 사옥에서 열린 새 앨범 '드림'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0.16. [email protected][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할 말이 더 남았지만 / 안아주고 싶지만 / 좋아하는 마음 가득 여기 이대로 / 고마워요 이젠 굿바이(Good Bye)”
데뷔 15년 만에 팀 체제를 끝내고, 고영배 단독 체제의 원맨 밴드로 전환하는 밴드 ‘소란’의 ‘굿바이(Good Bye)’만큼 이들의 현재 마음을 대변해주는 곡이 있을까.
리더 고영배는 16일 서울 마포구 엠피엠지 뮤직(MPMG MUSIC)에서 열린 새 EP ‘드림(DREAM)’ 쇼케이스에서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고 하니 슬픈 심경”이라며 운을 뗐다.
소란은 올해 봄 각자 음악 활동을 이어가기로 논의를 끝냈다. 애초 4명이었다가 3명 체제로 재편될 때도 고민이 많았는데, 현재 타이밍이 ‘헤어질 결심’을 하기에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그동안 함께한 시간에 대한 존중과 애정을 담아, ‘소란’이라는 이름을 고영배가 이어가기로 했다. 베이시스트 서면호, 기타리스트 이태욱은 앞으로 각자 음악 활동을 펼친다.
이후 세 멤버는 남은 시간을 계획하면서 어떻게든 팬들을 덜 슬프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고영배 1인 체제로 전환되는데 필요한 과도기를 나머지 멤버들이 함께 해주기로 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밴드 소란(왼쪽부터 서면호, 고영배, 이태욱)이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MPMG 사옥에서 열린 새 앨범 '드림'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5.10.16. [email protected]오는 17일 오후 6시 발매되는 ‘드림’은 이러한 변화의 감정선을 담아냈다. 2년 만의 신보이자 현 3인 체제의 마지막 기록이다. 이날 미디어 쇼케이스 역시 3인 체제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래서 기존에 없던 방법으로 ‘으쌰으쌰’ 하려고 해요. 팬들에게 행복한 마음으로 인사를 잘 나누고 싶습니다.”(고영배)
2010년 데뷔한 소란은 ‘가을목이’, ‘리코타 치즈 샐러드’, ‘퍼펙트 데이(Perfect Day)’, ‘너를 공부해’ 등을 불렀다. 청량한 밴드 사운드가 특징으로 페스티벌 무대에서 호응을 얻었다.
3인 체제의 마지막 앨범의 타이틀곡 제목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한 마음엔 죄가 없다’다. 지금 소란의 상황과 겹쳐진다. 고영배가 박우상(LOGOS) 등과 공동 작곡하고 홀로 노랫말을 지은 노래다.
고영배는 “이별로 아파하는 사람들을 보며 영감을 얻었어요. 그저 이별했을 뿐인데, 지난 시간이나 사랑했던 사람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는 순간을 많이 봤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담담히 위로해 주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밴드 소란 고영배(가운데)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MPMG 사옥에서 열린 새 앨범 '드림'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0.16. [email protected]서면호도 “앨범을 만들면서 의도한 건 없었는데 작업하다 보니 위로와 공감을 담게 됐다”고, 이태욱은 “제가 만든 곡도 팬들을 향한 희망과 위로를 담았다”고 부연했다.
총 5곡이 실린 앨범엔 고영배가 작업한 곡 외에도 서면호가 작사·작곡·편곡을 도맡은 ‘밤 시(詩)’, 이태욱이 작사·작곡·편곡을 도맡은 ‘새벽별’ 등이 포함됐다. ‘밤 시’는 팬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형식의 노래이고, 새벽의 어스름한 차가운 공기를 노래했다.
“남은 기간 동안 팬들과 멋지고 예쁜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팬들과 함께 멋진 마무리이자 멋진 출발로 만들고 싶습니다.”(서면호)
소란은 고영배 원맨 밴드가 됐지만 청량하고 밝고 페스티벌에 강점인 음악적 색깔의 정체성은 지켜나간다. 새 멤버 영입 계획도 전혀 없다. 고영배는 “15년 이상 함께 해온 길을 유지하고 더 발전시켜서 원래 저희의 꿈인 ‘할아버지 밴드’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소란은 내년 1월 17~18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콘서트를 열고 ‘3인 체제 드림’ 여정을 마무리한다.
“팬분들이 너무 슬퍼하는 장이 되기 보다는 누가 와도 행복한 공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인사도 충분히 나누는 시간이 될 겁니다.”(고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