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정부의 주요 정보 시스템은 지진이나 화재가 발생해도 3시간 이내에 복구할 수 있습니다.”
2022년 10월 카카오톡 먹통 사태 당시 우리 정부가 장담했던 공언이다. 이 말이 공염불이었다는 사실이 불과 3년도 안 돼서 드러났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가 발생한 지 17일이 흘렀음에도 10월 12일 기준, 시스템 복구율은 약 36.4%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체 709개 장애 시스템 중 258개만 복구됐다. 중요도가 큰 1등급 시스템도 75% 복구에 그쳤다. 이는 정부가 공언한 ‘3시간 내 복구’와 크게 괴리된 탁상행정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3년 전 카카오 사태 복구가 127시간 30분(약 5일 7시간 30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해도,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국가 시스템의 복구 속도는 기대 이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정부가 스스로 내건 ‘3시간 이내 복구’ 공언을 저버린 점을 질타하며 ‘책임 있는 행정’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민간기업은 다 갖춘 이중 운영 시스템이 정부엔 없었다. 규정은 있었지만 지키지 않았다. 데이터가 영구 소실된 경우도 있다”며 정부의 대응 부실을 강하게 지적했다.
실제로 재해복구(DR·Disaster Recovery) 시스템이 사실상 부재했다. 시스템 이중화 없이 단순 데이터 백업만 돼 있는 경우가 많아 재해복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그 근본 책임에선 정부도 국회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장애 대비 이중화 예산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2024년 편성된 251억원 규모 이중화 예산은 실제 집행액이 16억원에 그쳤고, 2025년 재해복구 예산은 전체 국정자원 예산(약 5559억원)의 0.5% 수준인 30억원에 불과했다.
2026년 관련 본사업 예산은 ‘액티브-액티브(Active-Active)’ 방식 전환을 이유로 정부가 전액 삭감해 국회에 제출했다. 액티브-액티브 방식의 재해복구시스템은 한 쪽에서 장애가 발생해도 다른 쪽에서 즉시 서비스를 이어받아 중단 없이 운영할 수 있는 체계로, 두 센터가 동시에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운영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관련 예산 삭감과 소극적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간 기업인 카카오에게 엄격한 기준과 책임을 요구해놓고, 정작 국가 시스템 예산은 편성조차 미흡했던 이중 잣대가 이번 사태의 핵심 문제다.
이번 사태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복구 체계가 없으면 국민 안전과 일상생활, 행정 서비스는 순식간에 마비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예산이나 정책이 당장의 비용 절감에만 치우칠 때, 장기적 관점에서 되레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뼈아픈 교훈도 얻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정부는 어떨까. 미국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중심으로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과 협력해 ‘액티브-액티브’ 방식의 데이터센터 다중 운영 체계로 구성, 재난 발생 시 특정 센터 장애에도 서비스 중단을 막아낸다.
인접 국가 일본만 하더라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정부통합데이터센터 구축과 함께 행정망 이중화 구축을 법제화해 데이터 동기화와 여러 센터 간 업무 연속성을 강제하는 제도를 확립했다. 주기적 복구 훈련과 업무연속성계획(BCP)도 법적 의무로 시행 중이다.
우리는 이번 국정자원 사태를 교훈 삼아야 한다. 이번 사태는 무책임한 탁상행정과 허술한 계획, 예산 삭감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진 명백한 인재다. 국가 기반 시스템 또한 민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강한 안전망을 갖춰야 하며, 정부는 스스로 선언한 복구 목표를 준수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 시스템의 안전망 강화와 적정 예산 확보, 그리고 실효성 있는 집행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그래야 국민 모두가 신뢰하는 진정한 디지털 정부, 또 그것을 넘어선 인공지능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