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벚꽃동산'이 19일 홍콩문화센터 대극장에서 '2025 홍콩 아시아플러스 페스티벌(Asia+ Festival 2025)' 개막작으로 선정돼 공연했다.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홍콩=뉴시스]김주희 기자 = 전도연·박해수 주연의 한국 연극 ‘벚꽃동산’이 홍콩 아시아플러스 페스티벌의 문을 열었다.
“난 세월을 잘 피해 온 거 같은데?”
시간을 거스르는 미모를 자랑하는 전도연이 극중 상대의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얼굴’을 태연하게 지적하자 객석에서는 큰 웃음이 터졌다. 무대가 홍콩인지, 한국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웃음의 공감대는 국경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극 ‘벚꽃동산’은 19일부터 열리는 ‘2025 홍콩 아시아플러스 페스티벌(Asia+ Festival 2025)’의 개막작으로 초청됐다. 홍콩 정부가 주최하는 홍콩 아시아플러스 페스티벌은 아시아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예술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3회째를 맞은 올해는 11월까지 100편이 넘는 공연과 행사를 선보인다.
‘벚꽃동산’은 이날부터 21일까지 총 3회 공연한다.
LG아트센터가 제작해 지난해 초연한 ‘벚꽃동산’은 안톤 체호프의 동명 고전 희곡을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현대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최근 K컬처가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공연도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지만, 연극이 대극장에 오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무용 등 비언어적 공연 예술에 비해 언어와 문화적 배경 등의 제약 탓이다.
[홍콩=뉴시스]김주희 기자=연극 '벚꽃동산'이 19일 홍콩문화센터 대극장에서 '2025 홍콩 아시아플러스 페스티벌(Asia+ Festival 2025)' 개막작으로 선정돼 공연했다. 사진은 공연 전 극장에 모여든 관객들의 모습. 2025.09.19.
홍콩문화센터 대극장은 1700여석 규모를 자랑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시야제한석을 제외한 1400여 석이 모두 팔렸다.
해외 대극장에서 이뤄지는 공연이어서 LG아트센터 관계자들도 긴장했지만, 1차 티켓 오픈 15분 만에 총 3회 공연, 4200여석이 모두 팔려나갈 정도로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개막 공연에서 단박에 홍콩 관객들의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극장은 일찍부터 몰려든 관객들로 북적였다. 배우들의 모습이 담긴 포토월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LG아트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공연 전 연습 시간에도 배우들을 보려는 팬들이 모여들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30~40대 여성이 주요 관람층이었다면 홍콩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홍콩=뉴시스]김주희 기자=연극 '벚꽃동산'이 19일 홍콩문화센터 대극장에서 '2025 홍콩 아시아플러스 페스티벌(Asia+ Festival 2025)' 개막작으로 선정돼 공연했다. 사진은 공연 전 포토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객들의 모습. 2025.09.19.
영어와 중국어 자막이 함께 제공된 가운데 2시간 30분 동안 작품 곳곳에 심어진 유머러스한 대사에 객석에서는 연이어 폭소가 터졌다.
막이 내린 후에도 관객의 함성과 박수가 끊이지 않아 배우들은 세 차례 무대로 나와 인사를 하기도 했다. 박해수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커튼콜을 세 번 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한국 연극을 처음 봤다는 홍콩 20대 직장인 헤이즐 씨는 “이야기 자체가 신선했다. (고전을) 한국 사회 배경으로 전환한 것도 좋았다”며 “전통과 현대의 갈등도 잘 반영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작품이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경제 구조 변화와 계층 갈등 등을 다루는 것에 대해서도 “그런 이슈는 아시아 사회에서 익숙한 공통 주제다. 홍콩 뉴스에서 한국 소식을 종종 접해 홍콩 사람들도 한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며 극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다만 워낙 많은 대사량에 배우들의 동시 발화가 이뤄지는 장면에 대해 “자막이 빠르게 느껴졌다. 몇몇 부분에서 누가 말을 한 건지 구분이 안 돼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자막 이해가) 어려웠다”고도 했다.
또 다른 관객 퍼시 씨는 “출연진과 한국 프로덕션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갔다. 첫 번째 해외 투어 작품이라고 들어 볼 만하다고 생각됐다”고 이번 공연을 보러온 이유를 말했다.
코니 리 홍콩특별행정구 레저문화서비스부 축제 및 관객개발국 총경리는 이번 페스티벌의 개막작인 ‘벚꽃동산’에 대해 “한국적 감수성이 놀랍도록 생생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걸출한 배우진이 각 인물을 입체적으로 구현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울림을 선사한다”며 “이를 통해 홍콩 관객들은 공연예술을 매개로 한국 문화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아시아플러스 페스티벌이 지향하는 진정한 문화 교류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연극 '벚꽃동산'이 19일 홍콩문화센터 대극장에서 '2025 홍콩 아시아플러스 페스티벌(Asia+ Festival 2025)' 개막작으로 선정돼 공연했다.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벚꽃동산’은 지난해 한국 초연 때도 객석 점유율 95%를 기록, 한 달 동안 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전도연은 이 작품으로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기도 했다.
이번 홍콩 공연은 해외 투어의 출발점이다. 작품은 11월 7~9일에는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에서 총 3회에 관객을 만난다.
내년 2월에는 호주에서, 9월에는 미국 뉴욕에서 공연 예정이다.
해외 투어에는 전도연, 박해수 등 초연에 나선 10명의 배우가 계속해서 함께할 예정이다. 드라마, 영화 촬영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작품의 해외 진출에 뜻을 모아 일정을 미리 조정해 놓은 덕분이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이번 홍콩 공연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호주, 뉴욕 등 세계의 더 많은 관객에게 한국 프로덕션의 우수성과 우리 배우들의 연기력을 널리 알리고, 깊은 공감과 감동을 전달하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