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세카이노 오와리.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2025.09.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일본 톱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SEKAI NO OWARI)’의 ‘어른 동화’ 같은 음악은 맑은 보컬과 몽환적인 멜로디를 자랑한다.
이면에는 하지만 아픔이 녹아 있다. 정신질환과 집단 따돌림 등 결코 유쾌하지 않은 성장통을 겪은 멤버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이들의 음악이 시작됐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정신병동 신세를 진 리더 겸 보컬 후카세(40)는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위해 정신과의사를 꿈꿨다. 지금은 노래를 통한 위로, 치료로 꿈을 대신 이뤘다.
후카세 외에도 나카진(40·기타), 사오리(39·피아노), DJ러브(40) 등 세카이노 오와리 나머지 멤버들도 정신질환과 집단따돌림 등 결코 유쾌하지 않은 성장통을 겪었다.
자전적인 스토리로 시작된 이들의 음악은 ‘세상의 끝'(世界の終わり)이라는 뜻의 심오한 밴드 이름처럼 삶의 희망의 메시지를 결국 노래한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 밴드에 위로를 받는다.
데뷔 15주년인 올해도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고 이 항상성을 유지 중이다. 팬들이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이유다.
[서울=뉴시스] 세카이노 오와리 후카세.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2025.09.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19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후카세가 인기 비결로 “멤버 한 명 한 명 모두 성실하다는 점”을 꼽은 것에 단숨이 수긍이 됐다.
사오리는 멤버 모두가 사이가 좋은 점도 장수 비결로 지목했다. 가족끼리 여행도 가고, 불꽃놀이도 자주 본다는 것이다. 팀 멤버 중 세 명이 작곡에 참여해 노래의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것도 강점이라고 특기했다.
세카이노 오와리는 오는 20~21일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세카이노 오와리 아시아 투어 2025 피닉스(Phoenix) 인 서울’을 펼친다. 이 팀의 내한 공연은 지난 2019년 단독 공연 이후 처음이다.
특히 2010년대 들어 국내에서 잠잠하던 J-팝 열기를 붐업 시키는데 초석을 다진 팀으로 평가 받는다. 2017년 전후로 이 팀의 국내 인기는 입소문을 타면서 폭발적으로 늘었고, 국내 음악 팬들이 다른 J-팝 가수들을 찾아듣는데 일조했다.
[서울=뉴시스] 세카이노 오와리 나카진.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2025.09.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이번 이들 입국을 환영하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공항에 몰려들었다. 세카이노 오와리는 이날 오후 유니버설 뮤직 재팬의 일본 문화 체험형 컬처 캠페인 ‘제이팝.집 2025(J-POP.ZIP 2025)’에도 참여하는데, 비가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상당수 팬들이 오전부터 찾기도 했다.
2010년 싱글 ‘마보로시노 이노치'(幻の命·환상의 생명)로 정식 데뷔한 세카이노 오와리는 세계관을 가득 담은 무대 연출이 특징이다. 메이저 데뷔 싱글 발매 3개월 만에 일본 부도칸에 입성했다. 2015년엔 일본 최대 규모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양일 14만석의 공연을 매진시켰다. 이는 메이저 데뷔 후 최단기간에 닛산 스타디움 무대에 오른 일본 최초의 밴드 기록이기도 하다.
2012년 멤버들이 기장 기억에 남는 한국 공연 중 하나라고 꼽은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통해 첫 내한한 이후 4년 만인 2016년 같은 음악 축제에서 서브 헤드라이너로 주목 받았다. 이후 2017년과 2019년 국내 단독 콘서트를 열었고, 2018년 사운드 시티 헤드라이너로 나섰다. 벌써 7번째 내한공연을 앞둔 이들은 한국 음식을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다. 지금 머물고 있는 호텔 조식이 맛이 있는데 후카세와 사오리는 김치, 육회가 특히 입맛에 맞았다고 했다.
훌륭한 팝 밴드이기도 한 이들의 노래는 국내 팬들도 공연 내내 떼창한다. ‘스타라이트 퍼레이드’ ‘RPG’ ‘드래곤 나이트(Dragon Night)’ 등 히트곡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새 앨범을 만들 때마다 이 곡들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은 안 갖는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세카이노 오와리 사오리.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2025.09.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후카세는 “모든 곡은 저희가 마치 출생을 한 아이들과 같아요. 출세(히트)를 하지 않아도 내 아이이고 꼭 출세를 하지 않아도 자유로운 아이면 됩니다. 곡에 개성이 있으면 되는 거라 생각해서 기존 히트곡을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연장선상으로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 마음 먹었던 것처럼, 여전히 매번 새로운 걸 만들고 싶다고 했다. 후카세는 앞으로 만들고 싶은 음악 중 하나로 18분짜리 노래를 꼽았다. 사오리도 이번에 처음 듣는 내용이다.
한국 가수들과 협업도 늘려가는 중이다. 최근엔 나카진이 K-팝 걸그룹 ‘아일릿’의 일본 오리지널 곡 ‘아몬드 초콜릿’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나카진은 소셜 미디어에서 봤다며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는 한국 비트박스 & 아카펠라 크루 ‘비트펠라 하우스’를 협업하고 싶은 팀으로 꼽았다.
세카이노 오와리 공연의 중요한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전시적 체험감을 선사한다는 데 있다. 공연 타이틀 ‘피닉스’에 맞춰 ‘부활’ ‘재생’을 키워드로 삼는 이번 투어에선 ‘라이브 페인팅’도 진행한다. 공연 내내 화가가 그리는 그림은 매번 달라지고, 그건 공연마다 다른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한다. 아울러 일본에서 이미 진행한 이번 투어의 세트리스트를 그대로 따라 부른 누군가 보컬선생에게 ‘목소리에 피가 날 거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을 정도로, 멤버들에겐 가창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쉽지 않은 투어이기도 하다.
[서울=뉴시스] 세카이노 오와리 DJ러브.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2025.09.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하지만 공연에 대한 멤버들의 완성도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
“저희가 목표로 하는 공연은 3대가 같이 와서 보는 공연이에요. 할머니와 할아버지, 부모님, 자녀 이렇게 같이 외서 모두가 공연을 즐기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볼거리가 다양해야 가족이 와서도 즐길 수 있겠죠?”
세카이노 오와리의 아시아 투어는 서울을 시작으로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