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녹황색사회. (사진 = Sony Music Labels Inc) 2025.09.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내 J-팝이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음악 좀 듣는다는 마니아들이 더 열광하는 밴드가 있다. ‘료쿠오쇼쿠샤카이'(緑黄色社会·녹황색사회)다.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재즈, 힙합, 솔 등 다양한 요소를 아우르며 고유성이 짙은 세련된 음악을 들려준다.
보컬 나가야 하루코(長屋晴子), 기타 고바야시 잇세이(小林壱誓), 키보드 페페(peppe), 베이스 아나미 신고 (穴見真吾)로 구성됐다. 2012년 아이치현 출신 고교 동창들이 결성해 10년 넘게 음악과 우정으로 연대하는 중이다.
특히 올해 2월 발매한 정규 5집 ‘채널 유(Channel U)’로 무게감을 확인했다. 무려 17곡이 실렸고 9곡을 타이업한 이 음반은 특정 장르로 이해되기 전에 흡수되는 감정들, 밝음과 슬픔이 뒤엉켜 독특한 정서를 풍기는 감수성으로 절정에 달한 녹황색사회의 음악 감각이 현현(顯現)했음을 증거했다. 이 음반의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 사이가 J-팝의 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펙트럼이 다채롭다.
이 반경은 최근 일본 밖 외연으로 확장 중이다. 국내에선 입소문을 타다가 작년 ‘2024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통해 첫 내한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멤버들의 탄탄한 연주력 위에 나가야의 맵시 있는 무대 매너가 얹히면서 기존 J-팝과는 확실히 다른 색깔을 증험했다. 오는 10월 11~12일엔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첫 아시아 투어의 하나로 첫 단독 내한공연을 연다. 티켓은 이미 단숨에 매진됐다.
최근 소니뮤직 코리아를 통해 화상으로 만난 네 멤버는 거듭 한국 팬들에게 고맙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멤버들과 나눈 일문일답.
밴드 이름인 녹황색사회는 어느날 하굣길에 고바야시의 “녹황색야채”라는 말을 나가야가 “녹황색사회”로 잘못 알아들은 것에서 유래됐다. 이를 재밌다고 여긴 멤버들이 팀 이름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래저래 위트와 지성과 감성이 돋보이는 멤버들이다.
-지난해 펜타포트를 통한 첫 내한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여러분에게 어떤 인상으로 남아 있나요? 한국의 여름도 꽤 더웠죠?
“객석 쪽에도 화장실이 많았고 무대 쪽에서 객석을 향해 많은 양의 물을 뿌리고 있었던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페스티벌이라 저희를 모르는 관객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됐는데요, 그럼에도 굉장히 분위기가 고조돼 여전히 기억에 남아요.”(나가야 하루코)
-이번 첫 단독 내한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어떻습니까? 데뷔 이후 첫 아시아 투어라고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한 기대감도 클 거 같아요.
[서울=뉴시스] 녹황색사회. (사진 = Sony Music Labels Inc) 2025.09.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단독 아시아 투어는 멤버들 모두의 오랜 꿈이었어요. 최근 몇 년 사이에 해외에서 꽤 라이브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펜타포트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라이브를 했는데 관객들의 큰 반응에 기뻤습니다. 평소에도 소셜 미디어에 여러 나라 팬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흥미로운데요. 이번 한국 공연을 앞두고 콘서트 티켓이 금방 매진됐다는 소식에 더 놀랐습니다. 그래서 더 기대가 커요. 다른 멤버들도 그렇지 않나요?”(나가야 하루코)
-다만 아쉬운 건 공연을 2회밖에 하지 않아서 더 많은 팬들이 보지 못한다는 거죠.
“그렇게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멤버들 모두)
-약 2년 만인 올해 2월 발매한 앨범인 정규 5집 ‘채널 유’는 정말 풍성한 음반이었어요. 무려 17곡이 실렸고 9곡이 타이업됐는데, 이 앨범은 당신들에게 어떤 전환점이 됐습니까? 녹황색사회 시즌 2를 여는 앨범을 생각하다가 그걸 버리고 ‘채널(Channel)’이라는 아이디어를 도입해 앨범을 구상한 것으로 압니다. 이 논의 과정도 궁금한데요. 시즌2로 하지 않은 건 팀의 역사를 일부러 구획짓고 싶지 않다는 생각의 발현이었나요? 채널이라는 작명에 이 단어의 어원인 ‘카날리스(Canalis)’까지 찾아서 의미를 부여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타이업된 곡들은, 저희의 음악성에 더 많은 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더했어요. 그래서 꽤 대중성을 축으로 삼았습니다. 그 외 수록곡들은 자유로운 주제로 만들었어요. 멤버 모두가 곡을 만든다는 것이 저희 팀 매력 중 하나죠. 각자 마음대로 곡을 만들었고 그 덕분에 개성이 도드라진 곡들이 나왔습니다. 저희의 심지가 있기 때문에 더 자유로운 앨범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나가야 하루코)
-앨범의 시간축이 병렬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 없어서 서사가 더 풍성하게 느껴졌는데요. 공동 작사, 따로 작사한 곡들이 실려 있는데 세계관이 혼동되지도 않고요. 이 앨범에 열일곱 곡이 필요했고 트랙리스트를 배치하는데, 중요하게 생각한 건 무엇인가요?
[서울=뉴시스] 녹황색사회 나가야. (사진 = Sony Music Labels Inc) 2025.09.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앨범의 흐름이라는 건 그때그때 다를 수도 있는데요. 저희는 일단 곡을 다 만들고 나서, 앨범의 흐름을 만듭니다. 타이틀곡을 생각하고 만들기도 하지만 그것이 달라지는 순간들도 많거든요. 이번 앨범 제목과 곡 순서에 대한 의견을 가장 많이 낸 건 아나미였어요.”(나가야 하루코)
“원래 ‘채널’이라는 것은 TV, 라디오의 채널이라는 의미가 있잖아요. 거기에 더해서 채널의 어원인 ‘카날리스(Canalis)’엔 수로, 즉 길이라는 의미가 있거든요. 우리 음악과 우연히 연결된 분들의 길이 확산될 수 있다는 ‘어떤 가능성’을 이번 앨범으로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루드를 넣는 식으로 해서, 한 사람의 인생이 시작되고 계속 쌓아 간다는 걸 상상하며 여러 이야기를 직조했어요. 그 다음 이런 방식을 통합해줄 하나의 제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떠올린 것이 ‘채널’이었어요. 이후 다 같이 의견을 모아 ‘채널 유’라는 제목이 완성됐죠.”(아나미 신고)
-마지막 트랙이 나가야 씨 작사, 작곡의 ‘오로라를 찾으러’예요. 앨범을 긍정과 열린 결말로 마무리하는 탁월한 배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라는 걸 실감하게 해주는 곡이기도 한데요. 이런 해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만든 곡들을 모아 보니, 흐름이 어느 정도 생겨서 여러 가지 패턴을 생각했어요. ‘오로라를 찾으러’를 마지막으로 배치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번 앨범엔 타이업 곡이 굉장히 많고, 밖을 향한 곡들도 많았던 만큼 개인적인 곡으로 끝나는 것이 앨범 전체를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만장일치’였습니다.”(나가야 하루코)
-다양한 요소를 참고하고 영향을 받았어도 녹황색사회는 무엇보다 오리지널리티가 확실한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유성을 확보한다는 건 대단한 일인데 이런 부분에 대한 부담이 있지는 않나요?
“‘우리들다움’이라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기 시작한 건, 최근 몇 년 같아요. 여기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부담스러운 시간들을 보냈죠. 초조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다움이 뭘까’ ‘어떤 음악을 하면 좋을까’를 굉장히 고민했고, 우리 색깔의 없는 게 꼭 나쁜가라는 생각도 했죠. 그러다 우리가 주변과 환경, 시대의 흐름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해간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고집을 부리는 대신 우리들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에 맞춰 변하는 게 우리다움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나가야 하루코)
[서울=뉴시스] 녹황색사회. (사진 = Sony Music Labels Inc) 2025.09.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거기에 얘기를 추가하자면 나고야의 새로운 창법이나, 스타일에 저희가 연관된다는 느낌을 최근 자주 받았어요. 그녀의 말대로 카멜레온처럼요.”(고바야시 잇세이)
-이번 내한공연에서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이제 본격적인 해외 활동도 하시는데, 가장 공연해보고 싶은 공연장이나 페스티벌이 있다면요?
“해외에서 저희를 찾아주신다는 자체에 대해 항상 감사함을 갖고 있어요. 저희를 우연한 계기로 알계 되셨다고 생각하지만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는 없었을 겁니다. 해외 공연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티켓을 구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없도록, 많이 많이 공연하고 싶습니다.”(나가야 하루코)
“라이브는 음원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게 매력이죠. 이번 서울 2회 공연도 1회차와 2회차가 전혀 다른 공연이 될 겁니다. 세트리스트는 고민이지만, 일본에서 했던 걸 그대로 한국에 가져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일본에서 저희가 전하고 관객이 느낀 온도감을 오롯이 가져갔으면 하는 마음에서요.”(고바야시 잇세이)
“정말 언제가 될지 모르는 꿈이지만 미국 ‘코첼라’ 무대에 서고 싶어요. 이 페스티벌에 대한 동경이 있습니다. 매년 실시간 스트리밍을 챙겨볼 정도입니다. 매년 일본 아티스트가 출연하고 있으니, 저희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희의 대단한 꿈 중 하나죠.”(페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