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임재범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40주년 기념 전국투어 및 8집 선공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17. [email protected][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어렸을 땐, 포효하며 ‘겁’ 없이 달려들었다. 그러다보니 ‘범’이 됐다. 40년이 지나니, 이제 노래를 부르기 전 소리를 내는 것조차 무서워졌다. 음악은 할수록 어렵다는 깨달음이 들었다. 그렇게 업(業)의 신성함을 느끼게 됐다. 이제 도인의 풍모다.
올해 ‘데뷔 40년’을 맞은 가수 임재범(63)의 얘기다. 그는 17일 오후 6시 정규 8집 선공개곡 ‘인사’를 발매하며 3년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임재범은 이날 음원 발매 전 서울 강남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겁 없이 시작해 10년, 20년, 30년을 보내니 소리 내는 것 하나하나가 무섭다”고 털어놨다.
1986년 록밴드 ‘시나위’ 보컬로 데뷔한 임재범은 ‘크게 라디오를 켜고’를 히트시켰다. 특히 허스키한 보이스가 바탕인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주목 받았다. ‘한국의 마이클 볼턴’으로 통했고, 호랑이를 연상케 하는 포효하는 창법이 특기다.
1991년 솔로로 전향, ‘이 밤이 지나면’으로 앨범 판매량 60만장을 기록했다. 이후 1997년 2집 ‘그대는 어디에’ ‘사랑보다 깊은 상처’, 98년 3집 ‘고해’, 2000년 4집 ‘너를 위해’ 등의 히트곡을 냈다. 특히 앨범 발표 때마다 별다른 홍보 활동을 하지 않고 목소리와 가창력만으로 주목 받았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그가 스스로 “노래를 건방지게 했다”고 털어놓을 만큼, 겁이 없을 만했다.
이후 오랜 공백기를 갖다가 2011년 5월 MBC TV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너를 위해’ ‘빈잔’ ‘여러분’ 등 단 3곡으로 ‘가왕’이라는 별칭을 얻고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지난 2013년 전국 투어 ‘걷다 보면…’으로 가창력과 인기를 다시 확인했고 2015년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 ‘애프터 더 선셋: 화이트 나이트(After The Sunset: White Night)’ 발매 이후 전국 콘서트를 열었다. 2016년 2월 공연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그러다 2022년 정규 7집 ‘세븐 콤마’를 내고 존재감을 각인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임재범(왼쪽)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40주년 기념 전국투어 및 8집 선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09.17. [email protected]그런데 현재는 “정말 제대로 음악을 하고 있는지” 자문자답한다.
‘레전드’라는 평가에 임재범이 손을 내젓는 이유다. “시간이 그렇게 만들어준 것 같다”는 겸손이다.
이번 신곡 ‘인사’ 역시 잘난 척하는 소리가 아니다. ‘비상’ ‘너를 위해’ ‘고해’ 등으로 임재범과 호흡을 맞춘 채정은 작사가가 노랫말을 지었다. 임재범은 이 곡에서 거친 소리를 내는 대신 최대한 절제해 청자들이 평안하기를 바랐다. 녹음하면서는 딸을 많이 떠올렸다. 엄마 없이 지낸 시절의 힘듦을 읽고자 했다. 임재범의 아내인 송남영 씨는 암투병 끝에 2017년 별세했다.
“엄마가 떠나고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 거예요. 딸들은 청소년기에 중요한 이야기를 엄마한테 한다고 들었습니다. 엄마 없이 청소년기를 보내게 해서 아빠로서 미안하죠.”
이번 앨범에 실릴 다른 곡들도 힘껏 공을 들이는 중이다. 오랜 기간 함께해 온 프로듀서 박기덕을 필두로 과거 영화 ‘아저씨’ OST ‘디어(Dear)’와 임재범 ‘사랑’ 등을 작곡한 프로듀서 팀 매드 소울 차일드(Mad Soul Child)의 14o2와 협업했다. 이날 간담회 사회를 맡은 김이나 작사가 등도 힘을 보탰다.
무엇보다 유연해진 임재범의 면면이 녹아들어갈 앨범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성격의) 모서리가 뭉툭해졌고, 날카로운 침도 뽑혀 나간 듯해요. 동네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라고 웃었다.
[서울=뉴시스] 임재범. (사진 = 블루씨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9.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이전에는 좀 날카로웠죠. ‘아니다’ 싶으면 바로 치고 받았어요. 모든 걸 힘으로 처리하려고 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름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60세, 즉 귀가 순해진 이순(耳順)이 넘으니 “잘난 척하는 소리보다, 제 나이에 걸맞은 소리를 내기를 바라요. 노래가 노래로 느껴졌으면 한다”는 마음이다.
40년을 맞으니, 가수 인생의 남은 숙제들이 생각난다. 임재범은 그럼에도 부담을 안기보다 한결 가벼워진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하나하나 해결하고, 에너지를 쏟아 만든 한곡한곡을 부르며, 최선을 다해 주어진 일들을 끝내고 싶어요. 50주년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임재범은 40년을 기념해 전국투어 콘서트 ‘나는 임재범이다’를 연다. 오는 11월29일 대구 공연을 시작으로 12월13일 인천, 내년 1월 17~18일 서울, 24일 부산 등을 돈다. 내달 14일 방송을 시작하는 JTBC ‘싱어게인4’ 심사위원으로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