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AP/뉴시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16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설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유럽연합(EU)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안일하게 대처해 글로벌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경고했다. 2025.09.17.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럽연합(EU)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안일하게 대처해 글로벌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경고했다.
1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드라기 전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지금 유럽은 1년 전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우리 성장 모델은 퇴색하고 있다.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며 “무대응이 경쟁력뿐만 아니라 주권 자체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다시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더딘 속도에 대해 변명이 너무 자주 나온다. EU가 원래 그렇게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며 “때론 관성이 법치에 대한 존중으로 포장되기도 하는데, 이건 안일한 태도”라고 일갈했다.
드라기 총재는 “EU는 다른 지역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행동할 준비는 돼 있지만, 정부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가 경쟁력 의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 절박함이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긴급한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우리 기업과 근로자들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U의 기업 합병 규정 개정안을 언급하며 테레사 리베라 경쟁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에게 과정을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프랑크푸르트=AP/뉴시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유로화 조형물. (사진=뉴시스DB) 2025.09.17.
드라기 전 총재는 지난해 유럽위원회에 EU 경쟁력 보고서를 제출했다. 드라기 전 총재가 낸 383개 권고안은 EU 경제 개혁 틀로 채택됐지만, 정치적 의견 차이와 갈등으로 극히 일부만 시행으로 이어졌다.
싱크탱크 유럽정책혁신위원회(EPIC)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실행된 권고안은 11.2%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유럽 경제는 정체 상태를 이어갔다. 올해 2분기 유로존 성장률은 0.1%에 그쳤다.
2011년 유로존 위기 당시 ECB 총재를 맡은 드라기는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로 유로존 붕괴를 막고 금융시장을 안정시켰다. 유로존을 지켜냈다는 평가로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