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16.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들의 실적 공시 주기를 분기에서 반기(6개월)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SEC(증권거래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기업들은 더이상 분기별 보고를 강요받지 않고 반기별로 보고해야 한다”며 “이는 비용을 절약할 뿐 아니라, 경영인들이 회사 운영에 더 잘 집중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50년에서 100년의 관점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반면, 우리 회사들은 분기별로 운영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취지는 분기 실적에 매몰된 단기주의를 완화해 경영 유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자는 것이다.
실제로 장기 지향 기업 상장을 표방하는 장기증권거래소(LTSE)가 최근 SEC에 분기 공시 폐지 청원을 예고하는 등 정책 동력도 일부 감지된다.
투자회사 TD코웬의 재릿 사이버그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SEC가 분기에서 반기로 전환할 확률을 60%로 본다”며 “향후 SEC 공개 발언과 투자자자문위원회 안건 상정 여부가 모멘텀을 가늠할 신호”라고 전망했다.
다만 1970년 도입돼 55년간 유지돼 온 분기 공시 의무를 없앨 경우 투자자 피해가 커질 것이란 반론이 만만치 않다.
시의성 있는 위험 공시가 줄고 애널리스트 질의응답(컨퍼런스콜)도 희소해져 투자 판단의 근거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시 간격이 길어지면 실적·가이던스 공백이 커져 가격발견과 지표 비교(장부가·PER 등)의 유용성도 떨어질 수 있다.
CFA협회 글로벌 옹호총괄 산드라 피터스는 “6개월은 정보 유출이 일어나기 충분히 긴 기간”이라며 “일부 투자자에게만 정보가 흘러드는 비대칭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 CBS도 “분기 보고는 투자자에게 중요한 재무 업데이트와 새로운 리스크를 알린다”며 반기 보고로 전환되면 이런 시의성 있는 통찰이 줄어든다고 짚었다.
보고 빈도를 낮추면 기업의 자본조달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근거도 분명치 않다.
2018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영국이 2014년 분기 공시 의무를 없앤 사례를 분석해 “단기주의와 이익관리가 사라진 것도, 투명성이 완전히 훼손된 것도 아닌 미묘한 효과”라고 평가한 바 있다.
유럽의 분기 공시 도입 이후 철회 경험을 분석한 독일 연구진이 공시 주기가 길어지면 정보 비대칭이 확대되고 평균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경향을 확인한 바도 있다.
이와 관련 드레스덴공대 라스 호르누프 교수는 “대형 인기주에서 특히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소형주의 경우 공시 비용이 상대적으로 큰 탓에 의무 공시의 편익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제도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SEC는 통상 제안 초안을 마련한 뒤 공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 사이버그 애널리스트는 “경제 분석을 전제로 약 6개월 내 초안 마련이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