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검찰이 개청 78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공익의 대표자’를 자임했던 검사 선서문은 ‘정치 검찰’ 논란 속에 1년 뒤 폐기된다. 검찰의 ‘거악 척결’ 사명이 게시된 대검찰청 홈페이지도 ‘무소불위 검찰’ 비판 속에 문을 닫는다.
정부와 여당은 역사적 고비마다 흑역사로 점철됐던 검찰청 폐지란 역사적 과업을 달성했다는 입장이다. 중수청이 수사를, 공소청이 기소를 담당함으로써 비대한 검찰권의 부작용으로 거론된 수사권 남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검찰 개혁은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검찰 출신인 윤석열 정부 들어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해 봐주기 수사로 일관하면서도 일부 야권 인사에 대해선 표적 수사를 했다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 손을 대지 못한 검찰은 ‘죽은 권력’에만 칼을 대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검찰 권력의 정점인 윤석열 정부가 결국 12·3사태”를 일으켰다가 실패하면서 ‘검찰은 고쳐 쓸 수 없는 조직이다’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하게 됐다.
결국 이런 여론에 힘입어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검찰 개혁에 고삐를 죄고 있다.
하지만 검찰 개혁이 국민을 위한 검찰 권력 재편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중수청 탄생을 앞두고 쏟아지는 우려 중 가장 큰 부분은 검찰보다도 통제받지 않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 범위에 제한이 없는 경찰, 국수본과 함께 행안부 소속으로 사건 관련 교류를 할 수 있는 데다 외부 통제 장치조차 없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완수사권이 실제로 폐지된다면 공소청은 중수청이 넘긴 사건에 관한 기소 여부만 기계적으로 판단한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신생 수사기관의 한계를 내비쳤던 ‘제2의 공수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행안부 소속인 중수청으로 자리를 옮기겠다는 검사나 수사관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이 경우 검찰이 쌓아 올린 수사 노하우 등이 사장될 수 있다. 수사와 기소 권한을 분리하더라도 수사 역량은 유지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중수청이 넘어야 할 문턱으로는 인력 문제뿐만 아니라 시스템 문제도 있다. 중수청 신설로 검찰과 법무부 등이 함께 사용하던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개편이 필요한데, 해당 작업이 완료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업무는 수기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업무 처리 지연이 불가피하다.
이들 우려를 해소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1년이다. 국가의 형사사법체계를 바꾸기 위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하기에는 길지 않은 시간이다. 출범 후 드러나는 문제들을 땜질식으로 고치기에는 국민 피해가 적지 않음을 지난 검찰개혁 국면에서 확인한 바 있다.
기초 공사를 튼튼하게 하지 않는다면, 다음 정부에서 중수청 개혁을 논의할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시행 착오를 줄이려면 정부와 여당, 야당 그리고 당사자인 검찰까지 한자리에 모여 논의를 거듭해야 한다. ‘검찰청 폐지’를 향해 내달리는 과정 속에서 놓친 디테일들을 우려의 말들 속에서 찾고 점검할 때다. 중수청 출범 후 흑역사를 기록할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