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훈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요즘 김원훈(36)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알고리즘을 점령했다. 쿠팡플레이 ‘직장인들’에서 아재·MZ 사원 사이에 낀 주임으로 활약, 긁히는 질문으로 웃음을 줬다. 코미디쇼처럼 빵빵 터지진 않지만, 직장인들을 대변해 피식 웃음이 나오게 만들었다. ‘SNL 코리아’ 코너 ‘MZ 오피스’ 스핀오프로, 올해 첫 선을 보인 후 시즌2까지 이어지고 있는 비결이다. SNL처럼 짜여진 대본에 충실한 줄 알았는데, “애드리브와 대본 비율이 9대 1″이라며 “본체는 5% 정도다. 녹화 전날 잠을 못 잔다”고 했다.
“내가 ‘이 사람을 놀릴 수 있을까’ 싶은 게스트가 나왔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배우 최민식도 좋다.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사람에게 질문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케미가 있다. 그런 부분을 궁금해하는 대중들이 많다. 일반 인터뷰는 형식적인 질문이 많다면, 난 대중들이 할 수 있는 질문을 대신해주지 않느냐. 정의선 회장께 재산 관련해서 물어보고, ‘요플레 뚜껑을 핥아 먹는지’ 등 진짜 궁금한 부분을 대중이라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싶다.”
직장인들은 SNL과 같은 듯 다른 느낌을 줬다. SNL에서 파생됐지만 “색깔은 전혀 다르다”고 짚었다. “기존 크루와 같이 해도 어려움이 있다. SNL은 기본적으로 대본 플레이를 한다면, 직장인들은 상황이 있지만 대본은 없다. 처음엔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합을 맞춘 분들과 함께 하다 보니 리듬이 생겼고 새로 온 분들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말을 해주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봉식 형한테 ‘봉알 대리님’이라고 했을 때 받아치지 못하고 당황하는 모먼트를 좋아해주는 분들도 있더라”면서 “각자 성격과 캐릭터 조화가 잘 됐다. 축구로 따지면 전부 공격수만 있으면 밸런스가 안 맞지 않느냐. 공격수, 수비수, 미드필더 등이 골고루 있어서 합이 잘 맞다”고 했다.
“난 무례한 말을 잘 못한다. 남에게 피해 주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 ‘또 오늘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게 아닌가’ 싶어 집에 가서 엉엉 운다. 실제 직장인처럼 콩트를 한다. 시즌1은 정말 편한 마음으로 했는데, 시즌2는 ‘더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심했다. 애드리브도 한계가 있고, 기복이 생겨서 안정적으로 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은데 안 되더라. 게스트 공부를 많이 하는 게 애드리브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이라서 인터뷰, 프로필, 나무위키 등을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시즌2에는 백현진(53)이 합류, 김원훈과 케미스트리가 돋보였다. 백부장과 호흡도 “즉흥적인 상황에서 만든다”며 “초면에 굉장히 무겁고 다가가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코미디 생각이 열려있다. 이렇게 던지면 받아줄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때리고 농담하는데, 전혀 싫은 내색을 안 하고 재미있어 한다. 촬영 끝나면 ‘오늘 때려주고 욕해줘서 고맙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게스트와 어느 정도 논의 후 촬영하는 지도 궁금했다. “슛 하면 게스트가 들어온다. 앞에 콩트한 다음에 게스트가 와서 인터뷰 형식으로 하는 시스템”이라면서 “게스트는 중간 투입 돼 카메라 앞에서 처음 본다. 쭉 달린 뒤 촬영 끝나고 인사한다. 첫 인사가 마지막 인사다.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한다”며 웃었다. “연봉 협상 주제가 주어지면, 우리는 어느 정도 인지하고 ‘내 연봉 이 정도인데’라며 애드리브로 한다. 세트장에 카메라 50대가 넘는다. 어디를 가도 카메라가 없는 것처럼 찍는다. 직장인이라고 생각하고 대표실, 탕비실 등에 가서 리얼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룹 ‘걸스데이’ 출신 혜리(31)가 나왔을 때 “재밌네” 애드리브도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옛 남자친구 류준열(38)과 한소희(31) 환승 연애설이 불거지자, 혜리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재밌네”라고 썼다. “신동엽 선배가 앞에서 빌드업을 쌓아줬고 누군가 쳤으면 했다. 눈을 몇 번 마주치고 많이 고민하다가 꾸역꾸역 했다”며 “시즌1 첫 번째 녹화였는데, 분위기가 싸해져 많이 당황했다. 갈피를 못 잡겠더라. 방송이 나오고 반응을 보면서 ‘이 정도는 해도 괜찮겠구나’ 싶었다. 선을 정해 놓고 질문하고 놀릴 거리를 찾는 편”이라고 돌아봤다.
“스윙스씨 나왔을 때 쌓였던 스트레스가 다 풀렸다. ‘어디 스트레스 풀 때 없나. 오케이 다 풀어야겠다’ 싶었다. 스윙스씨 이미지가 재미있어서 놀릴 게 많았다. 프로필 보면서도 즐거웠다. 막상 현장 가면 그렇게 안 풀릴 수도 있어서 계속 애드리브를 한다. 스윙스씨 편에서 백부장을 때린 것도 애드리브다. 하나도 안 아프고 소리만 크게 나게 때리는 법을 안다. 근데 조금 아파하더라.”
가수 카더가든(34·차정원)은 김원훈이 개그를 할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한다. 시청자들이 ‘돈 내고 출연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다. “정원이는 항상 나에게 돈을 송금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처음에 팬이라고 해 그런가 보다 했다. 너무 빵빵 터져서 연기인 줄 알았는데, ‘직장인들2는 형이 한다고 해 같이 한다’고 하더라. 정원이는 녹화 전날인 수요일 새벽에 항상 불안해하고, 술에 취한 목소리로 ‘내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막상 촬영하면 재미있게 하고 있다. 차정원이 있어야 어느 정도 완성된다. 누군가가 애드리브를 치면, 웃음소리도 필요하지 않느냐. 햄버거 감자튀김 세트처럼, 꼭 있어야 하는 존재”라고 했다.
김원훈에게 댓글은 자극의 힘이다. “댓글을 다 본다. 나 놀리는 댓글을 굉장히 좋아하고, 나를 놀리면 놀릴수록 강해진다”면서 “직장인들 촬영날 점심을 안 먹는다. 뭔가를 해야 하니까 고민을 많이 하는데, 크루들이 모여서 점심 먹고 있으면 ‘진짜 팔자 좋네’ 싶다”며 농담했다. “내가 고군분투해 프로그램이 잘 되고, 케미도 잘 맞으려면 게스트와 관계도 중요해 공부를 많이 한다. ‘이 사람은 어떤 걸 좋아할까’ ‘이 대사 하면 어떻게 돌아올까’ 등 많이 고민하고 노력한다”고 털어놨다.
롤모델로 개그맨 신동엽(54)을 꼽았다. “SNL, 직장인들 시리즈를 같이 하면서 신동엽 선배가 방송 뿐만 아니라 인생 관련해서도 조언해주는 게 많다. 선배 같은 MC가 되는 게 꿈”이라며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멘트 연습을 많이 한다. 연애 프로그램이나 ‘미운 우리 새끼’ 등을 보며 연습 삼아 해본다. 징그러운 얘기일 수 있지만 야망이 크다. ‘마이턴’ 제작발표회 MC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라고 했다.
“시즌2를 하면서 속상한 날도 있고, 못 터트린 날은 걱정한다. 어느 정도 해야 하는 지도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지금은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지만, 계속 자극적인 걸 하다 보면 말 실수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 두렵다. ‘김원훈이 이제 칠 애드리브가 없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데, 점점 케미가 잘 맞고 있다. 이전에는 ‘코미디언인 줄 몰랐다’ ‘재미있는 줄 모르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직장인들을 통해 사람들이 ‘재밌다’고 인정해줘서 터닝포인트가 됐다. 시즌10까지 이어져도 계속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