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부가 ‘공공주도’에 초점을 맞춘 ‘9·7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직접 시행 주체로 전면에 내세웠지만, 자금 조달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LH가 주택용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민간에 설계와 시공 등 도급을 해 공급 속도를 높이고 물량을 늘리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현재는 공공이 토지수용 등을 통해 조성한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했고 민간이 분양받은 택지를 개발해 주택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다.하지만 민간이 부동산 호황기에는 시세차익만큼의 개발이익을 누리고, 반대로 불황기에는 공급을 늦추거나 중단해 공급 변동성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실제로도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LH가 분양한 공공택지 중 주택 2만 가구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의 용지가 계약 해지된 것으로 나타났다.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인천 영종, 파주 운정, 화성 동탄, 양주 회천 등의 공공택지 45개 필지, 116만 3244㎡(약 35만 평)가 계약 해지됐다. 해약 금액은 4조 3486억 원으로, 2만 1612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이런 이유 등으로 LH를 공급 주체로 내세운 정부의 시도가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LH가 직접 시행한다는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중간 마진을 없애는 것과 같다”며 “직접 시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욱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다만, LH의 자금 조달 여력이나 적정 분양가 산출, 임대와 분양 비율, 토지용도(비주택→주택) 전환에 따른 분쟁 여지 등은 풀어야 할 과제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LH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60조 1천억 원으로 전년도 152조 9천억 원보다 4.7% 늘었다. 특히 공공주택 사업은 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LH의 부채 규모는 올해 말 170조 1817억 원, 내년 말에는 192조 4593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국토부 이상경 1차관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이 우려하는 부채가 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직접 시행을 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기존의 택지 매각 대금이 계속 들어오는데 그걸 활용하는 부분이 꽤 있다”고 말했다.기존에 매각한 부지 대금으로 충당하고 이후 도급형 민간 참여 방식을 통해 건설 시공사가 먼저 착공하면서 공사비를 조달하고 분양주택 대금이 들어오거나 임대료가 들어오면 사후 정산한다는 설명이다.하지만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LH가 땅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결국 땅 팔아 마련한 재원을 쓰는 상황”이라며 “3~4년 치 매각 대금을 사용한 이후에는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지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은 없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적정 분양가 산출과 ‘임대-분양’ 비율도 고려 대상이다. 공공이 주도하고 민간 참여를 유도하지만, 소비가 원하는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분양가 등이 오를 수밖에 없다. 또 임대와 분양 비율에 따라 사업성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토지용도 전환 정책에 대해서도 기존 주민들과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정부는 LH가 수도권 공공개발지구 내 소유한 비(非)주택용지로 신도시 6개 규모(1950만㎡)의 용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용도 전환으로 오는 2030년까지 1.5만 호를 우선 확보하고 비주택용지의 용도와 기능을 정례적으로 심의·재조정하는 ‘공공택지 재구조화’ 제도를 도입해 추가 물량(+α)을 확보할 방침이다.이에 대해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토지 계획을 세우고 승인이 난 상황이면 도시의 자족 기능이나 편의 시설 등이 고려된 것일텐데 기존 주민들의 편의, 필요 사항 등을 뒤집고 주택을 공급한다면 기존 주민들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어 반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여기에 직접 시행을 맡은 LH가 가장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사업 시행에 따른 자금, 인력 문제는 물론이고, 새로운 임무로 연초에 세운 정책 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LH는 조직·사업 구조 개편 등 대대적인 개혁을 앞두고 있어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라는 취지다.다만 LH 측은 이와 관련해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부가 발표한 정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