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지금 마운자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21일부터 입고 예정이니 그날 오전에 일찍 오시면 됩니다.”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가 국내에 출시됐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시장이 들끓고 있다. 한 의원에 마운자로 처방 가능 여부를 묻자 환자들이 얼마나 몰릴지 알 수 없다며 재고가 걱정된다면 입고 첫날 서둘러 방문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값싸게 주사제를 파는 약국인 이른바 ‘성지’ 리스트가 돌아다녔다. 초반 마운자로 품귀 현상을 걱정하거나, 작년부터 시판 중인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효과를 비교하며 더 센 약으로 갈아타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최근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시장 점유율을 둘러싸고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였다. 릴리가 마운자로 저용량 공급가를 위고비보다 낮게 책정하자, 노보노디스크 역시 위고비 출하 가격을 10~40%까지 인하하며 맞불을 놓았다.
그 결과 환자들은 더 저렴한 약을 택할지, 혹은 효과를 우선시할지 한층 넓어진 선택권을 갖게 됐다.
시작용량(최저 용량) 기준으로는 위고비 공급가가 22만원대로 약 28만원인 마운자로보다 싸다. 임상시험 체중 감량 효과는 마운자로가 앞선다. 마운자로 투여군의 72주차 평균 체중 감소율은 20.2%, 위고비는 13.7%로 나타났다.
문제는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오처방·오남용 위험도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위고비가 국내 출시됐을 당시에도 처방 대상이 아닌 환자가 손쉽게 약을 받아 논란이 됐다. 이에 보건 당국에서 비대면 진료를 제한하고, 대대적으로 불법 판매 및 광고를 단속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의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체질량지수(BMI)를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않은 채 처방을 내리거나, 복약 지도나 부작용에 대한 안내 없이 약이 건네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짜 후기를 작성한 불법 광고나 해외 직구 판매 링크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대로라면 위고비에서 불거진 사각지대에 마운자로까지 가세하는 모양새가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운자로 출시 이후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플랫폼, 소셜미디어의 비만치료제 불법 판매·광고를 집중 모니터링 하고, 중고거래 등 불법 유통에 대한 정보 입수 시 점검 및 조치할 방침이다.
손쉬운 의약품 접근 뒤에 가려진 부작용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는 구토, 설사, 두통, 변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드물지만 급성 췌장염, 담낭질환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온라인에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처음부터 고용량으로 처방받아 ‘나눠 맞기’를 하면 된다는 위험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의학적 지식없이 임의로 사용하는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비만치료제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의약품 중 하나다. 빠른 속도로 개발 및 시장 확산이 이뤄지는 만큼, 이에 발맞춘 보건 당국의 규제 및 관리·감독이 시급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