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코바니(체코)=AP/뉴시스]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기사와 무관한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의 불공정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원전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다만 증권가는 해당 내용은 이미 알려진 사안으로 실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초입 구간인 만큼 이번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두산에너빌리티는 전 거래일 대비 8.60%(5600원) 내린 5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날 한전KPS(-8.70%), 우진엔텍(-8.24%), 한전기술(-8.04%), 우리기술(-7.60%), 오르비텍(-7.14%), 우진(-6.36%), 비에이치아이(-5.50%) 등 주요 원전 관련 종목도 줄줄이 약세를 나타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은 원전 수출 시 원전 1기당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용역 계약과 1억7500만 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사용료를 WEC에 지급하기로 했다. 전체 사업비 기준으로는 약 1.85%에 해당한다. 체코 원전 2기 프로젝트의 예상 사업비가 26조원에 달하는 만큼 실제 지급 규모는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협약은 올해 1월 이미 공개된 내용을 재확인한 수준으로, 전문가들은 새로운 악재로 보기 어렵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력 산업이 단순한 에너지 사업을 넘어 전략산업·안보산업 성격을 동시에 지닌 만큼, 미국과의 기술 협력 및 로열티 지급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주요 민간기업들은 WEC를 비롯한 해외 SMR(소형원자로모듈) 설계사들과 직접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한국형 원전 외의 다양한 파이프라인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계의 파급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혜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부 기자재 범위가 겹칠 수 있으나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핵심 품목은 여전히 두산에너빌리티가 담당한다”며 “과거 UAE 원전 사례와 비교해도 원전 1기당 주기기 수주 규모는 1조1000억원으로, 신한울 3·4호기의 1조2000억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 건설의 경우 본 협약이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프로젝트 수주가 확대될수록 미국의 제재 가능성은 낮아지고, 제3국 수출 및 미국 원전 시장 진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전 준공 이후에도 한수원은 운전 수익, 한전기술은 장기 엔지니어링 용역, 한전KPS는 경상정비공사, 두산에너빌리티는 유지보수·성능개선 기자재 공급 등 후속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며 “특히 WEC와의 협력을 통해 기자재·건설·프로젝트 관리 서비스 공급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성장 잠재력과 밸류에이션을 감안할 때 관심 종목으로 한전기술, 한국전력, 두산에너빌리티, 한전KPS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정혜정 대신증권 연규원은 “글로벌 발주처가 요구하는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수행 능력을 갖춘 국가는 드물다”며 “하반기부터 성과를 보여줄 현대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는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