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6일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07.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강력한 처벌 강화에 나섰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지체상금 제도 개선 없이 안전은 요원하다”는 반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공기 지연에 따른 거액의 지체상금 압박이 ‘돌관공사예정된 공사 일정을 맞추거나 단축하기 위해 장비와 인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시행하는 공사)’와 안전을 뒷전으로 밀어내는 구조적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15일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등록된 지난해 건설현장 사망사고 239건 중 39건(16.3%)이 공정률 90% 이상, 즉 마무리 단계에서 발생했다. 시공사들은 공기 준수를 위해 밤샘 작업과 주말 공사를 불사하며 속도를 내지만, 이는 피로 누적과 부주의로 이어져 대형 사고 위험을 높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체상금이 하루 수억 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며 “안전 관리가 아무리 잘 돼 있어도 시간에 쫓기면 사람은 실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2월 부산 반얀트리 복합리조트 공사장 화재로 근로자 6명이 숨진 참사 역시, 하루 2억9000만원에 달하는 지체상금과 PF대출 손실을 피하려는 무리한 공사 진행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원자재 가격 급등, 노동계 파업 등 외부 변수들이 공사 지연을 초래하고 있음에도, 국내 민간공사에서는 지체상금 면제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현장은 합리적 사유를 소명하면 기간 연장이나 감액이 가능하지만, 국내는 발주처가 유연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했다.
공공공사에서는 개선 움직임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폭염으로 공사가 지연될 경우 지체상금을 청구하지 않도록 하는 ‘폭염 피해 예방 공공계약 업무처리지침’을 시행했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은 발주처인 조합과 시공사 모두 지연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 공기 단축 요구가 여전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공사 지체상금 문제는 이해관계자가 복잡해 제도 개선이 어렵지만, 원칙적으로 무리한 속도전은 품질 저하와 안전사고를 유발해 오히려 공기 지연을 불러올 수 있다”며 “유연한 대응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