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최근 집값이 뛰고 있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인기 지역의 구(區) 명칭을 아파트 이름에 넣으려는 움직임이 서울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를 ‘지명 마케팅’이라고 부르지만, 무분별한 간판 바꾸기가 실거주자 혼란과 지역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마포구 대현동의 ‘신촌숲아이파크’ 아파트는 최근 입주민 찬반 투표를 거쳐 단지명을 변경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입주민 대표 회의는 “신촌이라는 이름 때문에 마포구가 아닌 서대문구로 오해받는다”며 ‘마포’ 이름을 새 간판에 넣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동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2027년 완공 예정인 ‘청계리버뷰자이’ 조합은 ‘청계’ 대신 ‘성동’을 단지명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단지명이 바뀌면 실제 시세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 금호어울림’은 지난해 10월 ‘왕십리 금호어울림’으로 이름을 바꾼 뒤 6개월 사이 전용 84㎡ 매매가격이 34.5% 급등했다. 같은 기간 마장동 전체 아파트값이 큰 변동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단지명 변경 효과가 뚜렷했다는 분석이다. 마포구 ‘신촌그랑자이’가 ‘마포그랑자이’로 이름을 바꾼 뒤 1년 만에 평균 매매가격이 2억1200만원 상승했다.
이런 효과에 힘입어 인기 지역 이름을 무리해서 붙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양천구 신정·신월동 아파트 상당수가 ‘목동’을 단지명에 넣었고, 심지어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아파트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서반포’ 명칭 논란이 불거졌다. 강서구 공항동에서 ‘마곡’을, 송파구 송파동에서 ‘잠실’을 단지명에 붙이는 등 ‘지역명 편승’은 서울 전역에서 반복되고 있다. 서울을 넘어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아파트 단지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DMC(디지털미디어시티)’ 이름을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단지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지명 마케팅이 시장과 실거주자 모두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지난해 ‘새로 쓰는 공동주택 이름 길라잡이’에서 “아파트 이름을 지을 때 아파트가 위치하는 지역이 아닌 인근의 다른 법정동·행정동을 붙이는 사례가 있는데 이는 법정동·행정동에 따라 아파트의 가치나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현실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며 “다른 법정동·행정동 이름 사용은 가격 왜곡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법원에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