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임정수 LG전자 HS사업본부 HS/ES구독사업담당 상무가 14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 LG전자) 2025.10.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동남아 고객들은 LG전자 제품이라면 선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구독으로 LG 제품을 하나만 사는 고객은 드뭅니다. 처음부터 2개 이상 사용하며, 점차 더 늘려가는 거죠.”
임정수 LG전자 HS사업본부 HS/ES구독사업담당 상무는 14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가진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구독이 가전 사업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의 구독 사업은 실제 급성장 중이다.
2020년 5910억원이던 구독 매출은 지난해 1조6727억원으로 3배 정도 뛰었다. 이는 케어 서비스 매출을 뺀 금액으로 이를 포함할 경우 2조원에 육박한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해 구독 사업 매출액은 직전 연도 대비 75% 이상 성장한 2조원에 육박한다”며 “구독 사업의 핵심인 케어 서비스 전문성을 높이고, 판매 채널을 다변화해 경쟁 우위를 공고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을 확대해 구독 사업 매출을 지난해의 3배 이상 규모로 키워 조 단위 매출의 ‘유니콘 사업’을 뛰어 넘어 ‘스타 사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말레이시아, 법인사업 바꿀 정도로 구독 큰 영향”임정수 상무는 가전부문을 맡는 HS사업본부에서 해외 구독사업을 이끌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싱가포르, 인도에서 구독 사업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는 2019년 정수기를 시작으로 2023년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으로 구독 제품을 확대했다.
임 상무는 “말레이시아 법인의 사업 구조에 변화를 줘야 할 정도로 구독 시장이 커지고 영향력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올해 5월 기준 월 판매 구독 계정 수만 1만건을 넘은 것이 단적인 예다.
태국도 올 6월 기준 누적 계정 수 1만건을 돌파했다.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지 9개월만의 기록이다. 임 상무는 “동남아 구독 시장에서 대형 가전 수요가 의외로 크다”며 “특히 세탁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임정수 LG전자 HS사업본부 HS/ES구독사업담당 상무가 14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 LG전자) 2025.10.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임 상무는 세계 1위인 14억명 인구 대국인 인도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인터뷰 전날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해 인도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몰리며 공모 주식수의 54배에 달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도에서는 현지 소비자 생활 환경과 문화 특성을 감안해 맞춤형 가전구독 전략을 펴고 있다. 일정 계약기간(1~4년) 동안 제품 점검·클리닝·부품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인 ‘AMC(Annual Maintenance Contract)’를 케어 구독 서비스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임 상무는 “사실 인도는 가전은 소유한다는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현지 실정에 맞는 구독 사업이 필요하다”며 “인도에선 케어 서비스를 하고 요금을 받는 구조”라고 밝혔다.
미국·유럽·중동도 타진…”다음 후보는 호주”미국과 유럽, 중동 등 전통 가전 강국들도 적극 진출할 방침이다.
임 상무는 “미국은 땅덩어리가 어마어마한 만큼 한국 같은 모델보다 소모품 정기배송 등 현지에 맞는 사업을 보고 있다”며 “유럽에서도 내년 쯤에는 구독 서비스 오픈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가 구독 사업 진출을 노리는 곳으로는 호주를 빼놓을 수 없다.
임 상무는 “아직 정식으로 런칭하진 않았지만 부동산, B2B(기업간거래) 쪽과 연계한 구독 사업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며 “시드니나 캔버라 등 큰 도시에 임대 수요가 많은 만큼 부동산이나 B2B와 연계하면 사업 안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구독 사업을 추진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금융제도가 국가별로 다르다는 것이다. 구독의 경우 일부 금융 기능이 들어있는 만큼 특정 국가에서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임 상무는 “외국 기업들이 금융 서비스를 하는 것에 개방적인 국가도 있지만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정부 규제가 있어 사업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고객의 신용이 걸림돌이다. 대부분 제품은 1~5년 정도 구독을 하는 만큼 이용자의 신용을 따지는데, 깐깐하게 할수록 이용자 수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임 상무는 “고가 제품이 대상인 만큼 고객 신용도를 볼 수밖에 없는데, 신용조사를 강도 있게 하면 판매량이 줄고,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사라지는 고객들이 생겨 부실채권 고민이 커지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임정수 LG전자 HS사업본부 HS/ES구독사업담당 상무가 14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 LG전자) 2025.10.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이런 난관에도 구독 사업 자체의 성장성은 흔들림 없다.
특히 고가 제품을 낮은 초기 비용으로 이용하고, 정기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다는 점은 구독의 큰 무기다.
임 상무는 “초기 구매 부담이 낮고, 비싼 제품을 정기적으로 누군가 관리해준다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이다”며 “해외 고객들과 직접 만나 보면 10개 이상 제품을 구독하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 고객들을 만나면 ‘어세서블(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선망하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구독 사업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며 “태국과 싱가포르 등에서는 제품 한 개만 구독하는 고객은 없고, 대부분 2개 이상, 많게는 3~4개씩 구독한다”고 전했다.
현재 동남아에서 구독이 가장 잘 이뤄지는 대형 가전은 냉장고와 세탁기이지만 향후 에어컨 시장도 크게 열릴 것이라고 기대한다.
임 상무는 “동남아는 연중 에어컨 수요가 있어 에어컨 사업이 구독 사업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구독 사업이 이제 태동기인만큼 앞으로 큰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임정수 LG전자 상무 주요 약력▲1971년 출생 ▲1995년 LG전자 SAC(상업용 에어컨) 국내 영업 ▲2004년 중국SAC영업실 ▲2010년 공조&에너지팀장 ▲2013년 B2B신사업영업실장 ▲2016년 B2B마케팅담당 ▲2020년 전략수도권담당 ▲2022년 HS/ES구독사업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