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아사이 다모쓰 유니버설 뮤직 재팬 USM 디렉팅 마케터. (사진 = 유니버설 뮤직 재팬 제공) 2025.09.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최근 국내 불고 있는 ‘J-팝 리바이벌 붐’의 시초인 ‘세카이노 오와리’, 국내에서도 흥행한 일본 재즈 애니메이션 ‘블루 자이언트’ 주인공인 색소포니스트 ‘다이’의 실제 연주를 맡아 이름을 알린 도모아키 바바(토모아키 바바), 국내에도 마니아층을 보유한 한국계 일본 R&B 가수 크리스탈 케이.
국내에서 J-팝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음악과 문화를 집약한 체험형 컬처 캠페인 ‘제이팝.집 2025(J-POP.ZIP 2025)’이 19~21일 서울 성동구의 스페이스 S50에서 펼쳐진다. 작년 처음 열렸고 호응에 힘 입어 올해 규모를 확장했다. J-팝 가수 외에 한국 싱어송라이터 민수,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활약하는 DJ 겸 프로듀서 욘욘(YonYon)도 가세한다.
개막 전날인 18일 서울 성수동에서 만난 다모쓰 아사이(友津浅井·타모츠 아사이) 유니버설 뮤직 재팬 산하 유니버설 스트래티직 마케팅(USM) 매니징 디렉터는 “작년에 한국 내 J-팝 팬들이 예상 이상의 반응을 보여주셔서 올해 더 기대가 많다”고 말했다.
다모쓰 디렉터는 한국에서 ‘라이브 무대’를 하고 싶어하는 J-팝 뮤지션들이 다수라고 했다. K-팝의 부흥과 함께 엠넷 ‘엠카운트다운’ 등 한국 음악 콘텐츠와 현장이 세계 진출의 관문이 됐기 때문이다.
일본 거장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이끈 밴드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 관련 프로덕션을 비롯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모쓰 디렉터는 K-팝에도 정통하다. DSP미디어(옛 대성기획) 등과 작업하며 그룹 ‘SS501’과 그룹 ‘카라’의 초창기 일본 내 유통 등을 담당한 팀의 스태프로 일하기도 했다. 현재는 아도, 미세스 그린 애플 등 유니버설 뮤직 재팬 소속 아티스트들의 IP 카달로그를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다.
‘제이팝.집’은 이런 J-팝 아티스트 IP 확산을 시도하는 오프라인 플랫폼 중 하나다. 그런데 국내 J-팝 붐은 사실 최근 현상만이 아니다.
[서울=뉴시스] 세카이노 오와리. (사진 = 리벳(LIVET) 제공) 2025.06.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특히 1990~2000년대 국내 음악 좀 듣는 이들의 뇌관을 흔들었던 J-팝의 영향력이 상당했다. 일본 록 밴드 ‘X-재팬’과 ‘안전지대’ 같은 팀들은 물론 일본 솔로 가수 아무로 나미에, 일본 소프트 록 밴드 ‘자드(ZARD)’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국내 이식됐다. ‘카시오페아’ ‘티-스퀘어’ 같은 J-퓨전 재즈 팀들도 마니아층을 구축했다. 일본 아이돌 보이그룹 ‘스마프’, 걸그룹 ‘스피드’와 ‘모닝구 무스메’의 인기는 소셜 미디어 없이도 대단했다. 2000년대 중후반엔 듀오 ‘하바드’를 비롯 시부야케이가 국내에서 유행하며 싸이월드 등의 배경음악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후 K-팝 열풍이 강해지면서 한동안 국내 J-팝 붐은 잠잠했다. 그러다 2010년대 후반 세카이노 오와리 같은 밴드 계열의 팀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J-팝 붐 리바이벌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슷한 기간 1980~199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시티팝이 국내에서 재발굴되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J-팝의 과거, 현재가 입소문이 났다. 지금은 K-팝과 J-팝 아티스트들의 활발히 협업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다모쓰 디렉터는 “한국과 일본의 음악적 바이브가 비슷하다”고 여겼다. “물론 선호도에 따라 다소 경향 차이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엑스재팬처럼 드라마틱한 것을 한국분들이 좋아하지시만, 최근엔 시티팝에도 상당히 관심을 갖고 계시죠. 지금은 크로스오버가 활발해서 점점 더 비슷해지는 거 같아요. 한일 양국 문화 교류에 기회의 시기라 생각해요.”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아이돌 그룹 제작 외 여러 이벤트를 통해 다양한 뮤지션을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특기한 다모쓰 디렉터는 최근 인터넷으로 인해 문화 장벽이 낮춰졌고,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이 최근 한국에서 부는 J-팝 붐의 요인이라고 봤다.
“사견이지만 예전엔 한국에선 J-팝 중 하드 록 밴드가 인기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카테고리가 넓지 않았죠. 반면 최근엔 팝적인 곡은 물론 아이묭 같은 싱어송라이터 계열의 곡들도 많이 좋아하십니다. (팝 밴드 계열의) 히게단(오피셜히게단디즘)도 인기가 많죠.”
[서울=뉴시스] 제이팝.집. 현장 (사진 = 유니버설 뮤직 재팬 제공) 2025.09.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최근엔 K-팝과 J-팝이 발 맞춰 동시에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대형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 밸리 뮤직 앤 아트 페스티벌’에 K-팝, J-팝 아티스트들이 각각 비슷한 숫자로 초대를 받고 있고 넷플릭스 K-팝 소재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J-팝 가수들이 OST에 참여하기도 한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이 북미 시장에서 동시에 크게 호응을 얻는 중이다. 일본 대형 솔로 가수 후지이 가제(후지이 카제)와 그룹 ‘뉴진스’ 프로듀서 이오공(250)이 최근 협업한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한국은 K-팝과 드라마가 강세이고, 일본은 역시 애니메이션이 세죠. 동아시아인 한국과 일본이 함께 하면 ‘글로벌 임팩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 J-팝 붐이 한국 젊은 층 사이에서 부는 것도 긍정적으로 본다. “어릴 때부터 보고 들은 건, 그 사람의 뿌리가 되기 때문에 지속성이 강하죠. 최근 한국의 20대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일본에 가본 적이 없다고 했음에도 일본어를 잘하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상당히 봤더라고요. ‘제이팝.집’ 같은 오프라인 현장 이벤트를 통해 다음 단계로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J-팝 위상을 더 높이고 싶어요.”
‘제이팝.집’의 다음 단계는 방송국 등 더 큰 미디어와 협업이다. 일본 록밴드 ‘노벨브라이트’ 멤버 다케나카 유다이(竹中雄大)가 MBN 음악 예능물 ‘2025 한일가왕전’에 출연한 걸 짚은 다모쓰 디렉터는 “뮤지션들끼리 왕래하는 것도 문화 교류에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