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16일 보건복지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산울산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개발원 감규은(33·여) 과장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5.09.16.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결국 핵심은 ‘어르신’입니다. 센터 개소 숫자를 확대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어르신들이 스스로 모임을 만들고 활동을 이어가며 삶의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6일 보건복지부 한국노인인력개발원(개발원) 부산울산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감규은(33·여) 과장은 ‘우리동네 ESG 센터’가 확대 개소되고 있지만 주안점을 두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행정기관이 일회성 개입으로 끝내지 않고, 자발적인 순환 구조가 정착되도록 하는 데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감규은 과장은 2022년 부산에서 처음 선보인 친환경 노인 일자리센터 ‘우리동네 ESG 센터’ 사업을 기획한 사람이다. 버려진 공실을 활용해 노인 일자리 참여자가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새활용(Upcycling·폐자원에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더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 제품으로 만들고, 탄소중립 교육도 진행한다. 현재 금정·동·해운대·영도·중구 등 총 5곳에 센터가 운영 중이다.
감 과장은 “기존 노인 일자리 사업은 단순노동 위주라 ‘혈세 낭비’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며 “노인 일자리가 양적으로는 전국 108만 개까지 확대됐지만, 질적인 발전은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정감사에서도 ‘양질의 일자리 개발’ 요구가 빠지지 않았다. 그는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노인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동시에 지역 소멸 대응과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3박자 사업을 구상했다.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부산 동구의 우리동네ESG센터 2호점 전경. 2025.03.25.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부산 동구의 우리동네ESG센터 2호점 3층 회의실에서 교육조 근무자들이 어린이 환경 교육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5.03.25. [email protected]이 사업의 특징은 노인이 단순 참여자가 아니라 주체로 나선다는 점이다. 공익활동 참여자들은 폐플라스틱을 수거·분류·세척하는 환경 활동을 하고, 은퇴한 공무원 등 전문 지식을 가진 역량활동 참여자들은 ‘환경 도슨트(전시 해설사)’로서 ESG 교육을 진행한다.
또 다른 특징은 노인들이 일터에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바텀업(Bottom Up)’ 모델이라는 점이다. 그간 대부분 노인일자리가 정책 주도형(톱다운·Top Down)이었다면 ‘우리동네 ESG 센터’는 현장에서 노인들이 직접 만들어간다. 일자리 활동이 끝난 뒤에는 자조 모임·동호회·공동체 활동으로 이어지며 어르신 스스로 자긍심을 느낀다고 한다.
감 과장은 지난해 연구 논문을 준비하던 중 센터 일자리 참여자들을 인터뷰하며, 사업 기획에 담았던 기대효과가 현장에서 실제로 실현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을 공직에 몸담았던 과학 선생님 한 분이 정년 후에 우울감 때문에 3년 간 집을 나서지 않으셨다. 우연히 일자리 모집 공고를 보고 참여하게 되면서 첫날에 기뻐서 우셨다더라”며 “본인이 쓸모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다시 쓸모 있는 사람이 됐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이게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감 과장은 또 “일을 마친 뒤 기타 동호회를 꾸리거나, 반찬을 나눠 먹으며 꽃놀이를 가는 등 자조모임이 자발적으로 형성됐다”며 “이런 건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노인 일자리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고 자랑했다. 이어 “ESG 센터뿐만 아니라 다른 일자리 사업에서도 어르신들이 이런 자조모임을 가지면 우울감 감소, 건강보험료 절감 같은 사회적 효과도 크다”고 강조했다.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16일 보건복지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산울산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개발원 감규은(33·여) 과장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5.09.16. [email protected] 사업은 불과 3년 만에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까지 노인 일자리 참여자가 수거한 폐플라스틱은 32t, 이를 통해 약 40t의 탄소 배출을 줄였다. 동시에 약 3500개의 노인 일자리를 창출했다. 부산을 넘어 인천 미추홀구, 전북 익산 등으로 확산했으며 내년까지 부산 16개 구·군에 방치된 파출소와 요양원 등 공실을 활용해 센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또 지난 5월 국제환경상을 수상한데 이어 통티모르에서 협력사업을 제안하고, 파라과이 연수사업에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사업의 비전을 묻자 감 과장은 “센터가 지역 주민으로 시작해서 지역사회로 끝나길 바란다”며 “예산이나 행정 지원은 공공기관이 맡더라도, 실제로 센터 시스템을 굴리는 건 지역 주민의 관심과 활동 그리고 얼마나 어르신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발적인 순환 구조가 정착되도록 시와 개발원, 센터 관계자 등 유관기관이 서로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