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 백재현 기자 = 엄영석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장이 15일 오후 집무실에서 가진 개장 2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9.15. [email protected][부산=뉴시스]백재현 기자 = “경마는 이제 단순히 배팅하는 곳이 아니라 많은 서사가 녹아 있는 곳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특히 우리가 프리미어리그 레전드들에 열광하듯이 국산 말이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 장면에 환호하는 그런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는 30일로 개장 20주년을 맞는 엄영석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부경본부)장은 15일 오후 집무실에서 가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부산경남본부는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말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크게 기여했을뿐만 아니라 코로나 펜데믹이 지난 지금도 한 해 70만 명의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가성비 좋은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부경본부는 20주년 슬로건을 ‘20년의 동행. 말과 사람, 지역을 잇다’로 정하고 ‘행운의 편자 길’ 조성, 경마 정보와 경마스포츠에 대한 영상 정보를 제공하는 ‘루키존더비’, 부산경남의 경마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공간 등을 차례로 문을 열어 시민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갈 계획이다.
엄 본부장을 만나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의 지난 역사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엄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렛츠런파크 부경본부 20년을 간단히 정리해 달라.“
“서울 과천에만 있던 경마장이 경제성장에 따른 레저인구의 급증과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유치와 맞물려 부산에 설치됐고, 당시 함께 유치 노력을 하던 경상남도와의 협의로 현재의 위치에 자리잡게 됐다. 부산은 삼국시대부터 말과 관련된 뿌리 깊은 전통을 가진 도시다. 영도의 다른 이름이 ‘말이 너무 빨라 그림자조차 따라가지 못한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절영도(絶影島)인 것처럼 마꼴, 마하곡 등 명칭과 지형에 말과 관련된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1920년대부터 부산진 해안, 연산리 일대에서는 근대식 경마가 열렸고, 1930년에는 서면경마장도 개장했다. 그러다 1957년 제3 서면경마장이 문을 닫은 뒤 48년만인 2005년에 렛츠런파크 부경본부가 개장을 했다.”
-지난 20년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말과 사람, 그리고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점이다. 코로나 펜데믹 이전에는 연간 100만 명이 방문을 했고 지금도 연간 70만 명이 찾는 가족공원으로 자리잡았다. 부산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단일 장소로 부산에서 봄철 핫플레이스 9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부산과 경남에 각각 많을 때는 약 1000억원, 적을 때는 약 700억원씩의 지방세를 납부하고 있으며, 현재 경마 관계자와 단시간 근로자를 포함해 1400여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경마산업의 경쟁력을 키워내기도 했다. 경마산업의 경쟁력은 우수 경주마의 보유가 결정하는데 현재 국제대회에서 수상하는 대부분의 말은 부경본부가 키워낸 말들이다.”
-우리나라 경마산업의 국제적 위상은 어떤가?
“경주마 생산 측면에서 보면 세계 12위다. 매출 측면에서 보면 7~8위 정도 된다. 경주마를 대부분 수입하다가 지금은 제주도에서 국내 경주마에 필요한 80% 가량인 한 해 1400두 정도를 생산해 낼 정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의 국제적 수준은 미국, 영국, 일본, 홍콩 등에 못 미치는 파트2에 분류돼 있다.”
-경마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교배와 개량을 통해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좋은 경주마를 많이 보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매출이나 전산시스템, 마케팅 등은 다 우수한데 경주마 생산 역사가 30년 정도로 짧다. 최근 좋은 말을 생산할 자체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는 좋아질 것이다.“
-앞으로 역점을 둘 방향은 무엇인가?
”경마 팬들도 노령화 하고 있다. 그래서 젊은 층을 겨냥해 경마장 내에 ‘2040박스’를 만들고, 가족석도 만들어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등에서 하는 이벤트도 도입했다. 최근 열린 두바이 월드컵 대회에 ‘글로벌히트’라는 부산 말이 출전했는데 이를 유튜브로 중계를 했더니 새벽 1시였음에도 동시접속자가 8000명에 달했다. 가능성을 봤다. 우리가 프리미어리그 레전드에 열광하고 그 문화에 빠져드는 것처럼 국산 말이 해외 경기에서 우승하는 장면에 환호하는 그런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 잡도록 노력할 것이다. 물론 주민과 친밀한 마사회가 되도록 지역 상황에 맞는 기부금 활동도 계속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가 지원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사행성 이미지 때문에 규제가 심한 편이다.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역할에 비해 대접을 못받고 있는 셈이다. 유사 시스템인 스포츠토토와 비교해서도 그렇다. 축산발전기금의 대부분을 마사회가 부담하고 있으면서 말산업 발전에 이 기금의 사용은 인색하다. 경마가 하나의 스포츠로 인식되도록 자체 노력을 해야겠지만 시대에 맞게 정부의 규제완화도 병행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조만간 명마들의 편자를 활용한 기념공원인 ‘행운의 편자 길’, 경마 정보와 경마스포츠에 대한 영상 정보를 제공하는 ‘루키존더비’, 부산경남의 경마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공간 등을 차례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 말을 활용해 결혼사진 찍기, 승마를 통해 결혼 적령기 남녀 모임 기회 제공, 유소년들에게 승마 체험 제공, 환자들이 말을 만지고 함께 사진 찍으면서 힐링하기 등과 같이 시민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생애주기 말산업’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제 경마는 단순히 배팅하는 곳이 아니라 많은 서사가 있는 곳이다. 많은 시민들이 오셔서 그 서사를 체험하고 구경하는 그런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