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민주노총·한국노총 조합원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후퇴 저지 및 신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5.07.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사용자 범위 확대로 원하청 교섭이 가능하도록 하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임박한 가운데, 기업 단위 교섭에서 벗어나 업종, 직종 단위의 다양한 교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박명준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단체교섭과 사회적 대화의 개혁방안: 포괄적 유연화, 다층화, 단원화’ 보고서를 발간했다.
우리나라의 노사 교섭은 사실상 기업별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하청, 중소기업, 특수고용직이나 플랫폼 노동자들의 교섭권 보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박 연구위원은 “현행 단체교섭 제도가 요구하는 높은 전제조건을 갖춘 상층부 일자리들은 기업 단위 교섭을 강도 높게 진행해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의 효과를 누린다”며 “그 결과 지속적으로 격차가 심화되고 있고 전체 노동시장은 이중구조화의 고착 및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연하게 확장된’ 단체교섭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섭 단위를 기업, 업종, 직종 단위로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필요한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컨대 교섭단위를 한 기업이 아니라 다기업으로 늘리도록 해 복수노조 및 복수사용자 간 공동교섭체를 자율적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는 노사 간의 포괄적 교섭 기회가 노동시장 전반에 확대되도록 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임금교섭과 관련해 “기업횡단적으로 작동하는 업종 및 직종을 중심으로 보상체계를 구축해 교섭의 내용으로 삼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기업별 보상체계와 교섭 관행이 발전된 1차 노동시장보다 노동보상이 최저임금으로 수렴되고 임금체계가 부재한 2차 노동시장부터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이 같은 내용은 21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노란봉투법의 내용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노란봉투법 역시 사용자 범위를 넓혀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하는 경우라면 직접적인 근로계약이 없는 원하청 간에도 교섭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연구위원은 “취지는 같지만 방법론적으로는 다르다”며 “개정안이 입법되더라도 ‘실질적 지배력’의 실체와 요소를 놓고 법적 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사용자들의 다양한 지배력 회피 조치들이 뒤따라 그 실효성 역시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지난 4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 민주노총 등이 공동 주최한 산별·초기업 교섭 활성화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5.04.01. [email protected]
이어 “개정안은 기업별 노사관계의 협소한 교섭 단위 설정 관행의 연장”이라며 “현행 제도적 조건 하에서는 하청노조와 원청노조의 질적 차이나 교섭대표노조 설정 등과 관련해 추가적인 판단기제가 반드시 동반돼야 해, 개혁의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많은 경과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양한 교섭방식이 장려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노조법 제29조(교섭단위 결정)를 개정해 노조가 자율적으로 교섭단위를 설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연구위원은 사실상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 상층부에만 머물러 있는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도 다원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미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지역 단위 사회적 대화가 확대돼왔고, 학교비정규직의 공동교섭이나 금속노조의 지역 내 소업종 교섭시도 등 다양한 실험이 존재한다”며 “이를 조정하고 지원하는 매커니즘이 부재해 확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므로 사회적 대화를 다원화하고 다층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에서 현재 신설 논의 중인 별도의 사회적 대화 기구와 관련해서도 “입법부야말로 행정부 못지않게 정책 형성 주체 역할을 하는 곳이므로 입법 과정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를 제도화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며 “정당들과 정부가 함께 협조할 필요가 있고, 이해당사자들의 이견이 크게 드러나는 ‘킬러 어젠다(Killer-agenda)’를 교환하는 대타협의 장으로 기능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경사노위와 협업체계를 갖춰 1단계 대화를 경사노위에서 하고, 마무리 단계를 국회 사회적 대화에서 치열하게 전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고 큰 의제들을 부분적으로 나눠 각자 조율해가면서 가공해가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