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먼도프리처드슨합동기지=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8.16.[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노딜’로 끝난 미·러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철수하면 나머지 지역의 전선을 동결하고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 시간) 회담에 정통한 소식통 4명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도네츠크 지역을 넘겨받는 대가로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의 전선을 동결하고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추가적인 공격은 하지 않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유럽 주요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이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러시아로부터 휴전을 받아내려는 노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회담에서 전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는 자신의 핵심 요구를 철회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전직 크렘린 고위 관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근본 원인’이 해결되면 영토를 포함한 다른 문제들에 대해선 타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다.
[앵커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08.16.현재 러시아군은 도네츠크의 약 70%를 통제하고 있는데, 군사 작전과 방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서쪽 요충지들은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의 통제 하에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네츠크 지역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곳을 넘겨주는 것은 러시아에 3차 침공을 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해 주는 격이라고 했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으며, 미·러·우 3자 정상회의에서 논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유럽 정상들에게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휴전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중단하라는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에겐 러시아와 ‘협상’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정상들과 통화한 뒤 트루스소셜에 “모두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끔찍한 전쟁을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개는 지켜지지 않는 단순한 휴전 합의가 아닌, 전쟁을 종식할 평화 협정으로 직행하는 것이라고 결정했다”고 적었다.
[앵커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양측 참모들과 함께 3대3 정상회담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08.16.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잘된다면 푸틴 대통령과 회담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렘린궁은 알래스카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한 3자 회담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FT는 푸틴 대통령의 요구와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고집하지 않는 태도는 유럽 지도자들 사이에서 다시 깊은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토 교환’ 가능성을 언급했을 때에도 우려를 표명했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 협상을 위한 예비 단계로 휴전 약속을 받아내겠다고 했었고, 더 나아가 푸틴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심각한 후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하면서 유럽 정상들을 어느 정도 안심시켰다.
그러나 3시간에 걸친 미러 회담은 그런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오히려 푸틴 대통령에게 국제적 고립을 벗어날 기회만 제공했다고 FT는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앵커리지에서 푸틴 대통령을 레드카펫으로 맞이했고, 미 대통령 전용 리무진 ‘비스트’에 통역도 없이 동승했으며, 회담에 앞서 농담을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