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노래를 부를 때 윤아(35)는 팀의 중심이다. 그는 무대 정중앙에 서서 춤추고 노래한다. 그룹 내에서 가운데 서는 사람을 흔히 ‘센터’로 부른다. 실력와 외모를 두루 갖춰 팀 내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평가 받는 멤버가 바로 그 센터가 된다. 이런 캐릭터가 코믹할 리 없다. 사랑스럽고 싱그러우면 된다.
그런데 윤아는 팀에서 나와 영화를 할 때면 아이코닉한 그룹의 센터라는 상징을 가볍게 내려놓는다. 그는 망가지는 걸 두려워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관객을 웃기려 한다. ‘공조’ 시리즈(2017·2022)와 ‘엑시트'(2019)에서 윤아는 말하자면 코미디 배우였다. 그리고 이들 작품은 크게 흥행했다. ‘공조’ 시리즈 관객수 합계가 약 1480만명, ‘엑시트’는 942만명이었다.
윤아가 다시 한 번 코미디로 돌아왔다. 13일 공개되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다. 물론 웃기기만 하려는 작품은 아니다. 사연이 있고 반전도 있다. 다만 초점은 역시나 웃음에 맞춰져 있다. 윤아는 사실상 1인2역으로 전면에 나서 유머를 책임진다. “자유로웠어요. 선명하고 확실하게, 거침 없이 표현할 수 있었으니까요.”
‘악마가 이사왔다’는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 생활을 하던 길구(안보현)가 아래층에 이사온 한 가족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길구는 아랫집에 사는 선지(윤아)를 보고 단번에 마음을 뺏기는데, 그날 새벽에 우연히 다시 만난 선지는 낮에 봤던 모습과는 딴판이 돼 있다. 선지 아버지의 말을 들어보니 새벽 2시께가 되면 선지 속에 잠든 악마가 깨어난다는 것. 선지 아버지가 다치면서 이제 길구가 악마가 들어선 선지와 새벽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낮선지가 차분하고 조용하다면 밤선지는 시끄럽고 에너지가 넘치는데다가 행동에도 거리낌이 없죠. 밤선지를 연기할 때 표정과 행동이 매우 과장되기 때문에 처음엔 쑥쓰럽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가 저도 모르게 자유롭게 풀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연기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예요.”
‘악마가 이사왔다’는 ‘엑시트’ 이상근 감독 신작이다. 5년 전 최고의 케미스트리로 10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끌어모았던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인간미 넘치는 코미디로 호흡을 맞췄다. 윤아는 이 감독을 믿고 출연했다고 했다.
“만화 같고 동화 같은 이야기이죠. 시나리오를 읽을 땐 어떤 그림이 될지 명확하게 안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감독이라면 이걸 만들어낼 수 있는 분이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윤아는 ‘악마가 이사왔다’를 “이상근스러운 이야기”라며 “아마도 감독님은 인간의 선한 마음을 가장 달 다뤄주는 연출가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07년 소녀시대로 데뷔해 19년쨰 가수 활동을 하고 있고, 본격적으로 연기를 한 것도 2008년 ‘너는 내 운명’ 이후 18년차다.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있었고, 노래와 연기를 병행한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윤아처럼 오랜 시간 꾸준히 활동해온 경우는 흔치 않다. 윤아는 롱런 비결로 자신을 향한 의심을 꼽았다.
“항상 저를 의심하고 스스로 채찍질 했던 것 같습니다. 더 잘 표현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고요. 나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합니다. 내 눈 앞에 있는 것들부터 하나 씩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요. 물론 그렇다고 다 만족이 되진 않죠. 하지만 지나간 것엔 미련을 두지 않으려고 합니다.”
윤아에게 최근에 한 고민이 뭔지 물었다. 코미디 연기로 주목 받은 그는 코미디 연기에 관해 생각해보고 있다고 했다. 코미디 외에 다른 것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난다고 했다. 윤아는 “보는 분들의 눈에 한정된 연기를 하는 것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보는 분들은 제 역할을 규정해버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제 연기가 다채로워지는 과정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나한테는 이런 면이 있다고 저 혼자 속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직접 보여주고 싶은 마음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