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AP/뉴시스] 시민들이 홍콩의 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2022.08.10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홍콩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HSBC의 해당 분야 대출 가운데 70% 이상이 부실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HSBC의 홍콩 상업용 부동산 대출 가운데 ‘부실’ 또는 ‘신용위험 증가’로 분류된 비중이 6월 말 기준 73%에 달했다. 이는 1년 전 30% 미만에서 급등한 수치다.
홍콩은 HSBC의 최대 수익원으로, 전체 2340억 달러 규모의 홍콩 대출 잔액 중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320억 달러를 차지한다.
그러나 홍콩 주요 사무실 임대료는 2022년 이후 20% 이상 하락했고 공실률은 약 19%로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HSBC는 올해 초 채무불이행 확률 예측 모델을 개편한 이후 ‘신용위험 증가’로 분류된 홍콩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가 65억 달러에서 181억 달러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부실로 분류된 대출도 45억 달러에서 51억 달러로 증가했다. HSBC는 2분기 예상 신용손실 충당금으로 11억 달러를 적립했으며 이 중 4억 달러가 홍콩 상업용 부동산 관련이었다.
CBRE의 리브스 얀 자본시장부문 대표는 “올해 은행들이 부실채권 정리에 더 적극적”이라며 “2분기에는 거래의 절반가량이 재정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모닝스타의 마이클 맥대드 애널리스트도 “홍콩에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동산 기업이 다수 존재하며, 이미 상당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월드디벨롭먼트 등 대형 개발사들이 시장 하락기 동안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산 가치를 감액했으며, 일부는 대규모 차환에 나서고 있다.
HSBC의 홍콩 현지 자회사인 항셍은행은 중소 부동산 개발업체 대출 비중이 높아 타격이 컸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항셍은행의 6월 말 부실채권 비율은 6.7%로 1999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를 포함해 역대 최고치다.
중소 홍콩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높은 부채와 저조한 수익에 시달리고 있으며 홍콩 은행 간 금리의 일시적 하락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제인스트리트와 홍콩거래소(HKEX) 등 대규모 사무실 거래를 근거로 홍콩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고 수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르주 엘헤데리 HSBC 최고경영자(CEO)는 “홍콩 부동산 고객들이 단기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홍콩의 수급 구조와 부동산 매력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으며 건설적이고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