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인프라 기업 팍소스(Paxos)가 미국 전역에서 규제를 받으며 고객 자산을 보관하고 결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미국 통화감독청(OCC)에 ‘전국 신탁은행(National Trust Bank)’ 인가를 재신청했다. 이는 지난해 3월 만료된 조건부 인가를 갱신하려는 시도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PYUSD를 통해 페이팔(PayPal)에 기술을 공급 중인 팍소스가 연방 규제 아래에서의 주요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전국 신탁은행 인가는 전통 은행과 달리 예금 수취나 대출 업무는 하지 않지만, 연방 차원에서 고객 자산 보관 및 결제 정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팍소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찰스 카스카릴라(Charles Cascarilla)는 “OCC 감독은 팍소스가 오랜 기간 지켜온 보안성과 투명성의 ‘최고 기준’을 한층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팍소스는 2020년 말 처음으로 OCC에 연방 신탁은행 인가를 신청했고, 2021년 4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OCC 규정상 인가 승인 후 18개월 안에 은행을 공식 출범하지 않으면 승인이 만료된다. 이에 따라 팍소스의 인가는 2023년 3월 31일을 끝으로 소멸됐다. 해당 기간 동안 팍소스는 기존의 뉴욕주 ‘특수 목적 신탁회사’ 라이선스를 유지하며 운영을 이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규제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2023년 2월, 뉴욕금융서비스청(NYDFS)은 팍소스에 대해 바이낸스(Binance) USD 발행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기업은 바이낸스와의 파트너십을 종료했고, 이후 자금세탁방지(AML) 의무와 관련해 4,850만 달러(약 674억 원) 규모의 합의금까지 지불하게 됐다. 이 가운데 2,650만 달러(약 369억 원)는 벌금이며, 나머지 2,200만 달러(약 306억 원)는 내부 컴플라이언스 체계 강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번 재신청은 최근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에 대한 첫 연방 프레임워크를 마련한 GENIUS 법안 통과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와 같은 규제 환경 변화에 발맞춰, 리플(XRP)과 서클(Circle) 등 다른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도 잇따라 은행 인가 신청에 나서고 있다. 팍소스 역시 연방 수준의 안정성과 정합성을 앞세워 기관 중심의 시장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을 재가동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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