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강남구 쿠팡CLS 본사. 연합뉴스정부가 쿠팡 등 주요 택배업체의 가혹한 노동환경 실태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대적인 불시 점검에 나선다.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택배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온열질환 예방과 불공정 하도급 거래 개선을 위해 합동 불시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기간은 이날부터 14일까지로, CJ대한통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로젠 등 주요 5개사가 대상이다.이번 점검은 최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 택배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 이뤄졌다.특히, 쿠팡의 경우 물류센터에서 온도계를 에어컨 송풍구 방향으로 돌려 실내 온도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이른바 ‘온도계 꼼수’를 사용해 휴게시간 제공 의무를 회피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여론의 비판을 받아왔다.쿠팡 물류센터 전경. 연합뉴스쿠팡 노조는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하루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모든 현장에 냉방시설을 설치하고 폭염 시 2시간 당 20분의 휴게시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앞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경기 동탄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를 예고 없이 방문해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 준수 여부와 냉방·휴게시설 운영 실태를 직접 점검한 바 있다. 이는 쿠팡 일산1캠프에서 택배노동자가 작업 도중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였다.
당시 점검 결과, 김 장관은 냉방·환기시설 확충, 냉방장치와 시원한 물이 완비된 휴게시설 확대 등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신속한 조치를 지시했다고 노동부는 밝혔다. 김 장관은 “같은 방식의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예측 가능한 인재”라고 지적하며 “극심한 폭염 속에서 노동자들이 주기적으로 근무 장소 인근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경기 화성시 쿠팡 동탄물류센터를 불시 방문, 폭염 속 노동자들의 작업 및 휴식 환경을 점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이에 따라 노동부는 이번 합동 점검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시원한 물, 냉방장치, 2시간마다 20분 휴식, 보냉장구 지급, 119 신고체계)을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중점 확인할 계획이다. 특히, 택배 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서브허브 및 배송캠프의 상하차장에 국소냉방장치가 설치·가동되고 있는지, 쉼터(Cool Zone)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지를 현장에서 점검한다.이와 함께 국토부는 2021년 체결된 택배 종사자 과로 방지 사회적 합의사항의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주요 점검 항목으로는 택배기사의 분류업무 배제, 주 60시간·일 12시간 이내 근무시간 준수, 고용·산재보험 가입 여부 등이다. 더불어 택배 차량의 주행로 및 접안시설 공간 확보, 휴게시설 운영 실태에 대해서도 확인한다.공정위는 본사와 대리점 간 계약관계를 점검하면서 부당특약, 하도급 대금 미지급 또는 부당 감액, 계약서 미발급 등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택배사가 과도한 목표를 설정한 뒤 미달성 시 계약을 해지하거나 산업재해 비용을 대리점이나 종사자에게 전가하는 관행 등이 점검 대상이다.이번 합동 점검이 택배 노동자 건강권과 거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실질적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이번 점검 이후에도 매주 불시 점검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택배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