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적 298인, 재석237인, 찬성205인, 반대13인, 기권 19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5.08.0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농산물 가격 하락 시 차액을 보전하는 가격안정제도를 담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실제 발동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주장하던 ‘평년가격’ 기준은 빠지고, ‘생산비+수급상황’ 중심으로 기준가격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사전 수급관리로 가격 하락 자체를 막고, 평년가격 기준 적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재정 부담은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실효성 낮다”…제도는 만들었지만 작동성 희박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곡법·농안법 개정안은 전날 제3차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다수로 가결됐다.
이번 농안법 개정안의 핵심은 정부와 지자체가 주요 농산물 품목에 대한 사전 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수급불안이 발생하면 정부 수매 등 사후조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여기에 시장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아질 경우, 그 차액을 전부 또는 일부 지급하는 ‘농산물 가격안정제도’가 새로 도입된다.
하지만 제도의 기준가격 산정방식은 당초 민주당이 주장하던 ‘평년가격’에서 ‘생산비+수급상황’으로 변경됐다. 기준가격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실질적 탄력성이 커진 반면 법적 강제력은 낮아졌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최근 폭염 여파로 일부 농산물 가격이 오른 가운데 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매대에 배추가 놓여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수박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일 기준 1개에 3만 3337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17.6% 올랐다. 토마토 소매가격은 1kg에 6716원으로 1년 전보다 42.6% 비싸고 평년보다 33.2% 높다. 여름철 가격 변동 폭이 큰 배추의 경우 1개 소매가격이 6114원으로 6000원을 넘었다. 1년 전, 평년과 비교해 각각 11.2%, 11.3% 올랐다. 2025.08.03. [email protected]
‘평년가격’ 빠지고 ‘생산비 중심’…재정 부담 고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 야당으로서 ‘평년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농안법을 밀어붙였지만, 정권을 잡은 이후 재정 부담을 고려해 입장을 바꾼 셈이다.
실제로 과거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했던 민주당발 법안의 경우, 5대 채소(배추·무·마늘·양파·건고추) 기준 연간 재정소요가 1조1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었다.
반면 이번 개정안처럼 ‘생산비'(경영비+자가노동비)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정부 부담은 연간 485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사실상 제도는 있으나 발동은 안 되는 구조다.
실제 통계로도 그 실효성은 낮다. 5대 채소 중 건고추를 제외한 4개 품목은 2015년부터 10년간 한 번도 기준가격 미달로 발동된 사례가 없다.
건고추의 경우 자가노동비가 높아 기준가격 대비 법 발동 가능성이 높은 반면 다른 채소의 경우 노동투입이 적어 자가노동비가 낮은 연유다. 2023년 기준, 건고추의 1㎏당 경영비는 8871원, 자가노동비는 1만1230원으로 총 2만1000원대인 반면, 양파는 경영비 335원, 자가노동비 103원으로 총 438원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 관계자는 “야당일 때는 평년가격을 주장했지만, 여당으로선 재정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야당에서도 여당이 왜 이 정도의 안을 작년에 먼저 제시하지 않았는지 문제제기를 한다”고 설명했다.
당정 “사전 수급관리로 발동 자체를 막는 게 목표”
정부와 여당은 제도 발동보다는 사전적 수급관리로 시장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본질이라는 입장이다. 제도를 만들긴 했지만, 가능하면 발동되지 않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는 거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전조치로 수급을 적극 조정하면 가격이 떨어질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 역시 “가격이 생산비보다 떨어지는 상황 자체가 오지 않도록 사전 개입을 하겠다는 게 정책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농해수위 간사도 “두 법안은 사전적 수급관리, 정부 재량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과거 거부권이 처음 행사된 법안에 비해 매우 완화가 됐다”며 “지난 정부 때도 이렇게 유연한 안이었다면 좀 더 농민들과 우리 농업을 위해서 빠르게 처리가 됐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농민단체들은 기준가격 산정에 평년가격이 빠진 점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당시에는 민주당이 평년가격 기준을 주장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것과 달리, 정권을 잡은 후에는 더 후퇴한 법안을 내놓았다는 거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8.01.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