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뉴시스] 청사사진기자단 = 린다 토마스-그린필드(왼쪽) 주유엔 미국대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방문한 지난해 8월 16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판문점에 적막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2025.10.20. [email protected] *사진은 관계없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한동안 존재감이 희미했던 통일부가 정동영 장관의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 장관은 남북 두 국가론, 9·19 남북군사합의 선제적 복원 조치,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등 굵직한 현안에서 거침 없이 발언하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 1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이달 말 경주에서 개막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했다.
진행자가 ‘통일부 장관으로서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가능한 장소로는 판문점 북측을 언급했다.
정 장관은 ‘공개된 정보와 자료’로 분석했다고 덧붙였지만, 부처 장관이 제시한 전망 배경에는 이 이상이 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으레 생각한다.
외교부는 이튿날 정 장관의 해당 인터뷰와 관련해 “구체적인 진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출입 기자단에 배포했다. 정부 부처가 다른 부처 장관 실명을 거론하며 발언 내용을 사실상 부인하는 입장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 장관은 안규백 국방장관과도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 장관은 9·19합의 복원에 앞서 군사분계선(MDL) 일대 “실사격 및 기동 훈련을 중지할 수 있다”며 국방부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안 장관은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이 연일 언급하는 ‘남북 평화적 두 국가론’도 마찬가지다. 이는 정부의 외교안보 그룹 내 자주파와 동맹파가 대립하고 있다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외교관 출신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남북관계는 ‘특수관계’라고 강조하며 ‘두 국가’ 인식에 견해차를 드러낸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정 장관 발언에는 맥락이 있다. 두 국가론을 보면 일단 적대적 관계를 해소해 평화적 공존 관계로 전환하자는 데 주력하자는 취지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APEC을 계기로 만날 가능성 역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차 함수인 대북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인상이 날로 강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정책 혼선과 불신을 부른다.
통일부 내부에서도 양론이 나온다. ‘남북 대화가 6년 넘게 막힌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이 저 정도도 안 하면 우리는 앉아서 죽으란 말이냐’는 반응이 있는 반면, ‘정동영’이라는 스피커가 사라진 이후를 걱정하는 이도 있다. 북한에 너무 절박하게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정세는 날로 복잡해지고 있다. 북한은 중국·러시아와 모두 밀착하며 몸값이 높아졌다고 자신하고 있을 것이다. 정 장관의 차분하고 조율된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