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DB 2025.01.22.[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한때 은퇴 후의 로망, 주말 휴식의 공간으로 각광받던 전원주택과 별장 부동산 시장이 깊은 침체에 빠져 있다. 과거 부동산 활황기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던 주택들은 이제 주인 없는 빈집으로 전락하며 농촌 풍경을 해치는 흉물이 되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전원주택 시장은 최악의 전망을 마주하고 있다.
실제 통계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으로 농어촌에는 약 7만 8000호의 빈집이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 읍·면에 평균 두 채 이상의 빈집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섰다. 방치된 빈집들은 우범 지대로 변질되거나 붕괴 위험을 높여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지역 미관을 해쳐 주변 부동산 가치를 하락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특히 ‘깨진 유리창 효과’처럼, 빈집이 늘어날수록 지역 전체의 쇠락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급 과잉 또한 시장의 활력을 앗아가는 주된 요인이다. 2010년대 초반 ‘귀농·귀촌 붐’에 맞춰 소규모 개발업자들이 무분별하게 공급한 타운하우스나 단지형 별장들은 분양에 실패하거나 관리 문제로 인해 슬럼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미 지어진 주택조차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규 건축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젊은 세대들의 탈(脫)농촌 경향이 짙어지고, 지방의 생산 가능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면서 주택 수요는 더욱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제 전원주택 시장은 ‘투자’의 대상이 아닌 ‘처분’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지적했다. 한때의 로망이 폐허로 변해가는 전원주택 시장은 우리 사회의 축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