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 정경숙 부산여성폭력방지종합지원센터장. (사진=부산여성폭력방지종합지원센터 제공) 2025.08.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점점 저연령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10대는 온라인 공간에 익숙해 범죄자들의 그루밍, 몸캠피싱, 사이버 괴롭힘 등에 노출되기 쉽죠. 그런데 현행 사법제도는 가해자 중심으로 운영돼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정경숙 부산여성폭력방지종합지원센터장(부산이젠센터)은 지난 19일 부산이젠센터 사무실에서 진행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법제도를 개편하고, 변화하는 범죄 양상에 맞춰 지원 체계를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이젠센터는 부산여성가족과평생교육진흥원에서 위탁하는 여성폭력통합대응기관으로, 성희롱·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디지털 성범죄·데이트폭력·스토킹 등 성폭력 피해 전반을 지원한다. 주거지원·상담·법률 지원은 물론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삭제 지원 유포모니터링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성범죄란 디지털 기기 및 정보통신기술을 매개로 온·오프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젠더 기반 폭력을 뜻한다. 디지털 성범죄의 유형은 ▲불법촬영 ▲불법촬영물 소지·시청 ▲유포협박·강요 ▲유포·재유포 ▲딥페이크 ▲사이버 공간 내 성적괴롭힘 ▲몸캠피싱 ▲온라인그루밍 등이 있다.
정 센터장은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 유형은 불법촬영과 유포불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디지털상의 불법촬영 및 유포는 돈이 된다. 성착취의 공간이기도 하고 온라인 그루밍 등 친분 쌓기를 통해 사기 사건도 많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피해자 개인 정보를 탈취해 협박하거나, 전세 사기 등 다양한 범죄로 연계되는 사례도 보고된다고 한다.
디지털성범죄는 성별에 따라 목적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여성 피해자의 비중이 월등히 높고, 남성 피해자는 10.3%에 그친다”며 “남성은 주로 몸캠피싱 등 경제적 착취의 대상이 되고, 여성은 성착취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가장 간절하게 요구하는 것은 불법 촬영물 삭제지만, 한 번 유포된 영상물은 완전 삭제가 불가능해 재유포가 반복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센터는 수사기관이 아니다. 영상물 추적 등은 경찰의 역할이다. 하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실제 혐의가 확인되지 않거나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 수사가 중단되는 사례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또한 유포 사실이 인지돼 삭제되더라도 피해자에게 남는 심리적 트라우마, 즉 유포불안은 지속된다. 가해자가 자신의 PC나 클라우드에 영상을 보관했다가 수년 뒤 다시 유포할 수 있어 완전한 삭제가 사실상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자살충동을 느끼는 피해자들도 많다고 한다.
26년째 여성폭력 현장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정 센터장은 사법제도의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사법제도의 가해자 중심적인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현재 형사재판은 가해자와 검사 중심으로 진행돼 피해자가 배제돼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상황을 알 권리와 참여권을 보장받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이젠센터의 장점에 대해 정 센터장은 “기존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체계에서는 피해자가 1366, 디성피해센터, 경찰 등 여러 기관을 오가며 상담, 법률, 수사 절차를 병행해야 했다”면서 “부산이젠센터는 원스톱 통합 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어 피해자는 한 번의 상담으로 모든 연계 지원을 받을 수 있어 피로감이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법률 지원 체계도 갖추고 있다. 변호사 자문위원 4명을 위촉해 법률 자문을 제공하며, 경찰이 상주해 피해 사실 확인과 고소장 접수까지 직접 지원한다. 올해는 피해자 변호사 선임비 지원 사업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변호사 선임비 지원 사업은 피해자가 기존 국선변호인만으로 충분한 조력을 받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형사 사건에 한해 2심 판결까지 센터 연계 변호사의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아동·청소년, 경제적 취약계층, 반복 피해 등 6가지 기준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면 신청할 수 있다. 지원은 전화 후 대면 상담을 통해 사건 내용과 피해자 상황을 확인한 뒤 결정된다.
※성폭력·디지털성범죄·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등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여성긴급전화(국번없이 ☎1366)에 전화하면 365일 24시간 상담 및 긴급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