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민지운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MCUBE에서 열린 첫 EP 앨범 '핑크, 댄 그레이'(Pink, then grey)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5.08.21. [email protected][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좋은 음악이 우리 일상의 다른 기준을 만들어 자신의 세계를 환기시키는 것이라면, 좋은 레이블은 기존 음악 신의 화법과는 다른 세계를 그려 나가 우리의 세계에 환상을 만든다.
신예 R&B 싱어송라이터 민지운과 그녀가 속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컨템퍼러리 R&B 레이블 크루셜라이즈(KRUCIALIZE)가 그런 사례다.
민지운은 지난해 10월 데뷔 싱글 ‘센티멘털 러브’를 시작으로 ‘섬원’ ‘이프 유 워 더 레인’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적 색채를 만들고 SM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본래 대중음악은 두 가치,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요동칠 수밖에 없다. 즉 대중음악은 수단이면서도 동시에 목적이다.
민지운이 22일 오후 1시 발매하는 첫 EP ‘핑크, 덴 그레이(Pink, then grey)’는 그걸 지향한다.
전날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핑크, 덴 그레이’ 쇼케이스에서 민지운은 “무대를 할 때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식 데뷔한 지 1년도 채 안 된 그녀는 이미 노련한 무대 매너를 보여주고 있다. 크루셜라이즈 첫 아티스트라는 영광이 부담과 동의어는 아닌 이유다. “이 기회가 저한테는 너무 감사한 기회여서 조금 더 즐기고 매 순간 열심히 임해보자는 마음”이라고 웃었다.
민지운이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한 이번 앨범엔 더블 타이틀 곡 ‘스케어드 오브 러브(Scared of Love)’와 바이바이(byebye)’를 포함해 사랑의 감정을 세련되게 풀어낸 총 6곡이 실렸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민지운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MCUBE에서 열린 첫 EP 앨범 '핑크, 댄 그레이'(Pink, then grey)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5.08.21. [email protected] ‘스케어드 오브 러브’는 새로운 연인에게 느끼는 설렘과 불안을 그려낸 팝 R&B다. 어쿠스틱 기타와 묵직한 베이스, 드럼의 하모니 그리고 애절한 가사가 민지운의 몽환적인 보컬과 조화를 이룬다.
‘바이바이’는 무게감 있는 808 베이스와 기타, 보이스 샘플이 어우러진 어번 컨템퍼러리 R&B다. 글로벌 프로듀서팀 2DUMB의 세련된 사운드 위에 이별을 담담하고도 단호하게 표현한 가사가 더해져 시원한 해방감을 전한다.
사실 민지운 목소리는 그녀 이름 자체다. 보컬이 민지운(閔智云)이라는 이름을 닮았기 때문이다.
딸이 지혜롭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인데, 민지운은 목소리마저 현명하다.
아득한 배음(倍音)이 깔린 다채로운 색깔의 중저음은 지혜를 설교하는 잠언(箴言)이 아니라 감정을 설득하는 잠언이다. 탄탄함에도 기교를 과시하지 않는 그녀의 절제된 음색과 감정은 곡마다 정수를 건드린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민지운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MCUBE에서 열린 첫 EP 앨범 '핑크, 댄 그레이'(Pink, then grey)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8.21. [email protected]”제 스스로도 보컬 톤이 독특하다고 생각해요. 엄청 낮은 것도 아닌데 또 엄청 높은 것도 아니죠. 엄청 간질간질한 목소리인 것 같으면서도, 저만의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민지운은 데뷔 전 골방에서 홀로 작업하던, 음악 지망생이었다. 음악적으로 막혀도 물어볼 데가 없어 항상 애를 먹었다.
“지금은 이렇게 정말 좋은 팀이 생겨서 음악적으로 제가 막히거나 개인적으로 고민이 있을 때 팀원들이랑 같이 상의해서 풀 수 있는 게 이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에요”
민지운과 크루셜라이즈는 K팝 청자가 K팝 외에도 어떤 유형의 음악에 감응하는지 깨닫게 해준다. 그러니까 한국 대중음악이 댄스팝뿐만 아니라 컨템포러리 R&B 영역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민지운과 크루셜라이즈는 보여준다.
“저는 R&B를 너무 좋아해서 음악을 시작했고, 그래서 지금도 R&B 레이블에서 R&B 음악을 하고 있잖아요. 조금 더 딥하게 R&B를 더 파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동시에 제가 어렸을 때부터 힙합 음악 듣는 것을 너무 좋아했어요. 힙합 R&B, 트랩 솔(soul) 장르도 꼭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