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정부의 2025년 세제개편안이 시장과 정치권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법인세율 정상화, 배당소득 과세 조정 등 굵직한 변화에 더해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까지 손대면서, 정책은 발표 직후부터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당초 정부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에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 되는 종목당 보유 금액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정 주식을 5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대주주로 보고 매각 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부과하던 것을 앞으로는 10억원 이상만 보유해도 과세 대상에 포함한다는 것이다.
지난 2023년 윤석열 정부가 완화했던 조치를 문재인 정부 때 수준으로 환원하는 조치다.
그러나 투자자 반발이 급속히 확산하고 코스피가 급락하는 등 증시 불안이 가시화되면서 정치권에서도 제동을 걸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조차 “50억원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심사숙고 중”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실제 당일 기재부 국회 업무보고에는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가 호기롭게 내놓은 정책이 시장과 정치권 반응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다. 정책 설계 단계에서 여론수렴을 등한시 했기에 드러난 장면으로 풀이된다.
정책의 필요성과 방향성에는 공감하더라도, 이해관계자와의 사전 조율 부족이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기재부 내부에서도 자성의 기류가 읽힌다. 기재부 소속 A 과장은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지만, 시장과 정치권의 파급력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며 “정책 발표 이후에 되돌리는 모습은 가장 피해야 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기재부 소속 과장급 직원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제는 국민의 자산과 직결되고, 시장 심리에 즉각 반영되는 민감한 영역이다. 발표와 동시에 철회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정책 신뢰도를 훼손할 뿐 아니라, 정부 경제 운용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번 논란은 정책 설계 단계에서 세밀한 검토와 시장 상황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운다. 준비가 부족한 정책 개편은 언제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경제 정책은 발표 그 자체보다, 설계의 정교함과 실행의 일관성이 곧 신뢰의 기반임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