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배우 손담비가 지난 18일 서울 이태원의 한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담비손', 뉴시스 DB) 2025.08.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2008년, 대한민국은 의자 위에서 펼쳐지는 한 여자의 도발적인 퍼포먼스에 열광했다.
‘미쳤어’와 ‘토요일 밤에’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가요계 정상에 선 손담비(41). 탄탄한 몸매와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무대를 압도하던 그녀는 단숨에 섹시 아이콘의 대명사가 됐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2025년 8월 18일. 서울 이태원의 한 스튜디오에서 마주한 손담비에게선 무대를 압도하던 강렬한 기세 대신 환한 미소와 부드러운 눈빛이 자리하고 있었다. 생후 4개월 된 딸 해이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목소리는 달콤해졌고, 남편 이규혁(47)을 이야기할 때는 얼굴에 편안한 온기가 감돌았다.
‘가수 시절의 환호와 엄마가 된 지금, 어느 쪽의 행복이 더 크냐’는 질문에 그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인간 손담비의 행복은 지금이 훨씬 커요.”
“커리어로만 보면 가수 시절도 행복했어요.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고, 성취감도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마음이 안정되고, 남편에게 기댈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감이 달라요. 예전에는 혼자 이겨내야 했던 것들을 이제는 함께할 수 있고, 또 해이가 있으니까 ‘아이를 위해서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생겼어요. 또 사람들이 인상도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에 그렇게 인상이 안 좋았나?(웃음)”
늦깎이 초보엄마 손담비[서울=뉴시스] 손담비와 딸 이해이. (사진=손담비 인스타그램 캡처) 2025.08.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손담비의 세상은 지난 4개월간 완전히 재편됐다. 그녀의 우주는 이제 딸 해이를 중심으로 공전한다.
“일을 하고 있을 때도 자꾸 해이가 생각나요. 지금 MC 활동을 다시 시작했는데, 녹화 중에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죠. 남편이 ‘일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그 순간만큼은 잊고, 집에 와서 더 예뻐해 주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해이가 제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전부라고 봐야죠.”
늦은 나이에 처음 마주한 육아는 기쁨인 동시에 고난의 연속이었다. 특히 신생아 시절은 매 순간이 살얼음판 같았다.
“솔직히 많이 힘들었어요. 아기가 작게 태어나서 혹시 부서질까 봐 늘 걱정이었거든요. 저희가 아이를 늦게 낳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젊은 엄마들보다는 나이가 있어서 체력적으로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버틸 만한데, 아이가 걷고 뛰어다니기 시작하면 대비해야 하니까 요즘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어요.”
물론 힘든 시간은 찰나의 기쁨으로 보상받는다. 아기가 말을 못 하니 어디가 불편한지 알 수 없는 게 가장 힘들지만, 동시에 아이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가 전하는 교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4개월 정도 되니까 옹알이도 하고 고개도 가누고, 표정도 다양해지더라고요. 저를 보면서 방긋방긋 웃을 때는 정말 예뻐요. 사실 왜 웃는지는 잘 모르겠거든요. 그냥 제가 앞에서 재롱을 부리면 ‘꺄르르’ 소리를 내며 웃어줘요. 또 제 품에 안겨 잠들 때, 작은 손을 풀고 제게 기대서 잠드는 모습을 보면 그 모습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왜 ‘점점 더 사랑스러워진다’는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아요.”
화제가 된 딸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의 얼굴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번졌다.
“다들 오빠(이규혁) 닮았다고 하던데(웃음). 눈은 정확하게 오빠예요. 코랑 입이 저인데 눈이 너무 오빠여서 사진으로 볼 때는 그냥 1000% 오빠 닮은 줄 아시더라고요. 그리고 딸은 아빠 닮아야 잘 산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오빠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왔다’고 생각하며 만족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친구이자 버팀목…가짜뉴스에 가족 큰 상처[서울=뉴시스] 손담비는 2022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이규혁과 결혼했다. (사진=손담비 인스타그램 캡처) 2025.08.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결혼과 출산은 ‘혼자가 익숙했던’ 손담비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 중심에는 남편 이규혁이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것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육아에서는 서로 다른 방식 때문에 갈등을 겪기도 했다.
“머리로는 다른 인격체라는 걸 알면서도, 남편이 저처럼 할 거라 기대했던 것 같아요. 특히 육아를 하면서 ‘내가 주는 방식만이 진짜 큰 사랑이다’라고 남편에게 제 생각을 강요하곤 했죠. 그랬더니 남편이 ‘네 사랑만이 사랑은 아니다. 내가 주는 방식도 다른 형태일 뿐 같은 사랑이다’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왜 내가 자꾸 이 사람을 나와 동일시하려 했을까’ 하고 깨닫게 됐어요.”
그날 이후, 손담비는 이규혁을 더 깊이 신뢰하게 됐다. 늘 자신이 데리고 자던 아이를 남편에게 맡겼고, 생각보다 훨씬 능숙하게 아이를 돌보는 모습에 ‘내가 남편을 믿지 못하고 있었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이제 두 사람은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며 최고의 팀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냥 어렸을 때는 불타는 사랑만 사랑인 줄 알았어요. 근데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다 보니까, ‘나한테 안정감을 주고 편안한 사랑이 더 맞았구나’라는 걸 느껴요. 외동딸에다가 가장 역할을 하다 보니 오로지 혼자 버텨내는 스타일이었고, 고민을 나누는 것도 잘 못했어요.”
“그런데 결혼하면서 남편한테는 제 얘기를 다 할 수 있게 됐어요. 비밀이 없다는 게 느껴지고, 이 사람이 나를 위로해 준다는 걸 알게 됐죠. 남편은 제 인생의 친구이자,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에요.”
[서울=뉴시스] 배우 손담비가 지난 18일 서울 이태원의 한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담비손', 뉴시스 DB) 2025.08.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스타 부부’로 사는 삶의 고충도 컸다. 특히 근거 없는 가짜뉴스는 부부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제가 어려서부터 활동하다 보니 악플에는 어느 정도 무뎌졌어요. 그렇다고 해서 상처가 쉽게 아물진 않지만, 그냥 흘려보내는 편이죠. 그런데 결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가짜뉴스였어요. 저희는 잘 살고 있는데도 이상한 기사들이 나오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걸 쓸 수 있나 싶었어요.”
“이게 단순히 저희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가짜뉴스 때문에 고통 받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저희는 흘려보낼 수 있지만 부모님들은 크게 상처를 받으세요. 심지어 제가 이혼한 줄 아시더라고요. 그게 가장 속상했어요. 왜 부모님들까지 이런 상처를 받아야 하나 싶고, 어떻게 달라질 방법이 없을까 생각도 하지만 결국 현실이니까 그냥 흘려보낼 수밖에 없더라고요.”
일상을 SNS에 올릴 때마다 ‘엄마’ ‘아내’라는 프레임으로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여유롭게 말했다.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제 모습에 대중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저는 오히려 기분 좋았거든요. 그건 그냥 ‘인간 손담비’를 바라봐 주시는 거니까요.”
“앞으로 연기나 다른 일을 시작하면 또 다른 기사들이 나오겠지만, 지금은 제 개인사에도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행복해요. 사실 연예인들은 잊혀지는 게 제일 두렵잖아요.”
딸에게 멋있는 엄마 모습 보여주고파[서울=뉴시스] '미쳤어' 활동 당시 무대에 오른 손담비(위),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손담비. (사진=유튜브 채널 'MBCkpop' 캡처·KBS 제공) 2025.08.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중은 그녀를 여전히 ‘가수 손담비’로 기억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늘 ‘배우’를 향해 있었다. 2019년 인생작 ‘동백꽃 필 무렵’의 향미로 연기력을 인정받았지만, 결혼과 출산으로 예상보다 긴 공백기를 갖게 됐다.
“진짜 연기하고 싶어요. 그래서 나중에 해이가 커서도 ‘우리 엄마가 이런 작품을 했구나’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해이가 그걸 알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때까지는 꾸준히 연기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멋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다시 배우로 돌아올 그녀는 어떤 모습을 그리고 있을까.
“예전에는 ‘재벌집 딸’ 같은 역할은 제 이미지에 갇히는 게 싫어서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그런 역할이 들어오면 재미있겠다 싶어요. 스스로를 프레임 안에 가두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제 본래 이미지, 말을 안 하면 차가워 보이는 면을 살려서 악역도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습니다.”
[서울=뉴시스] 배우 손담비가 지난 18일 서울 이태원의 한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담비손', 뉴시스 DB) 2025.08.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손담비는 연기뿐 아니라 예능과 유튜브 활동에도 열심이다. 최근 MBN 예능 ‘가보자GO’ 촬영을 마쳤고, SBS 예능 ‘신발 벗고 돌싱포맨’ 출연을 앞두고 있다. 또 배우 엄지원, 가수 홍지윤, 에이핑크 보미와 함께 새 프로그램 MC로 나선다고 했다.
특히 구독자 약 4만 명에 머물고 있는 유튜브 채널 ‘담비손’은 “‘존버'(끝까지 버티기)해서 잘해볼 생각”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우리 해이 나오는 영상만 조회수가 잘 나와요. 우리 해이를 너무 좋아해주셔서 기쁘지만 다른 영상은 잘 안 나와서 속상할 때도 있어요.(웃음) 앞으로 일하는 담비, 요리하는 담비 등 다양한 모습을 꾸준히 보여드리려고요.”
인터뷰를 마친 손담비는 “이제 해이 보러 가야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가평에 놀러 가요. 아직 해이가 4개월밖에 안 돼서 멀리 가긴 힘들거든요. 수영도 좀 시키고, 맛있는 것도 먹고, 사진도 많이 찍고, 유튜브 영상도 찍으려고요.” 무대 밖에서 그녀는 딸과 함께 또 다른 빛을 찾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