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 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 리하이밸리 국제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하며 주먹을 쥐고 있다. 2025.08.04.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용 통계가 마음에 들지 않자 담당국장을 교체하고 조작론을 제기한 가운데, 통계 생산에 직접 영향력을 미치려는 행보가 미국 경제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를 저해해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난 1일 노동부가 발표한 7월 일자리 통계가 조작됐다고 선언했다.
해당 통계가 처음 발표된 지난 1일에는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통계국(BLS)장 해임을 지시하며 불편함을 드러냈는데, 이날은 발표된 데이터 자체가 잘못됐다고 규정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계가 조작됐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저 5월과 6월 일자리 증가폭이 대폭 수정된 점을 지적하며 “공화당의 위대한 성공을 덜 훌륭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조작된 가짜 정치적 수치들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지난달 고용 통계를 발표하면서 5월과 6월 일자리 증가폭을 각각 12만5000개, 13만3000개씩 하향 조정했다.
다만 이러한 수치 조정은 오히려 통계기관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즉각적인 반론도 나온다.
또한 조정폭이 커 보이는 것은 증가폭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6월의 경우 증가폭이 14만7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수정돼 크게 보이지만, 실제 조사에선 1억5974만6000개가 1억5972만4000개로 수정된 것이라 편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이러한 반론을 소개하고, 연방정부 개혁과 반이민 등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정책도 일자리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히 최근 통계를 불신한 것을 넘어, 향후 통계 발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전날 3~4일내에 새로운 통계국장을 지명하겠다고 예고했다.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BLS 국장 지명자가 대통령의 뜻에 따라 데이터를 왜곡하려는 당파적 행위자로 널리 인식된다면, 시장과 정책에 막대한 타격이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매체는 “예를 들어 2조1000억달러 규모의 물가연동국채(TIPS) 시장을 생각해보라”며 “이는 BLS가 산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결정되고, 수많은 민간 계약들도 CPI 지수에 연동돼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맛에 따라 움직여줄 인사를 후임자로 임명하고,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 데이터가 투명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시장에서 혼란이 빚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정부가 경제 통계 생산에 개입했던 그리스와 중국, 아르헨티나의 사례를 언급한 뒤 “미국이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많은 경제학자들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맥엔타퍼 국장을 해임하기로 결정한 것이 그러한 방향으로 가는 불길한 신호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