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과정에서 부과된 시정조치를 위반해 역대 최대 규모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의 조건 중 핵심인 ‘좌석 평균운임 인상 한도 초과 금지 조치’를 위반했다고 3일 밝혔다.이에 따라 121억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지난 2020년 11월 신고된 이래 약 4년간의 심사 과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최종 승인된 바 있다.공정위는 당시 기업결합의 승인 조건으로 대한항공과 그 계열사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및 계열사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총 5개 항공사에 대해 ‘구조적 조치’와 ‘행태적 조치’를 부과했다.구조적 조치는 경쟁 제한 우려가 높은 26개 국제노선과 8개 국내노선의 공항시설 시간 배정(슬롯)과 특정국가 취항권(운수권)을 대체 항공사에 개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간 이행되어야 한다.이와 함께 행태적 조치로는 △좌석 평균운임 인상 제한 △공급 좌석 축소 금지 △좌석 간격 및 무료 수화물 등 항공 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 등이 포함됐다.특히 좌석 평균운임 인상 제한 조치는 기업결합으로 인해 강화될 수 있는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핵심 규정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기준의 운임에 물가상승률만 반영한 수준 이상으로 운임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하지만 공정위가 올해 1분기를 대상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시정조치의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결과, 아시아나항공이 4개 노선에서 운임 인상 제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구체적으로는 △인천-바르셀로나(비즈니스석) △인천-프랑크푸르트(비즈니스석) △인천-로마(비즈니스·일반석) △광주-제주(일반석) 등 4개 노선에서 인상 한도를 최소 1.3%, 최대 28.2%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아시아나항공은 이러한 규정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첫 이행 시점부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는 기업결합 승인 조건 중 가장 핵심적인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사례”라며 “불이행의 고의성과 중대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위반 사실을 인정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시정조치 해석과 실행 과정 전반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행강제금 제도’는 기업결합 조건으로 부과된 시정조치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며, 사업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해진 기준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된다. 위반의 정도, 이행 노력, 반복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금액이 산정된다.이번 사례는 이행강제금 제도가 2021년 도입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기업결합 시정조치를 위반해 이행강제금을 받은 사례는 지난 2003년 코오롱(1억 6천만 원)과 2017년 현대HCN경북방송(13억 2천만 원) 두 개 뿐 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사례는 금액 규모와 사안의 중대성, 고발 병행 측면에서 전례 없는 조치로 평가된다.이는 기업결합 승인 이후 첫 시정조치 점검에서 중대한 위반이 확인된 만큼, 강도 높은 법적 조치를 통해 향후 유사 사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기업결합 시정조치를 소홀히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에 대한 분명한 경고”라며 “향후 유사한 위반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시정조치 이행기간은 2024년 말부터 2034년 말까지 총 10년간 유지되며, 공정위는 향후에도 정기적인 점검과 조사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