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파뭉카스. (사진 = 뮤지션 측 제공) 2025.10.21.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인도네시아 국민 가수 파뭉카스(32·PAMUNGKAS)는 팝을 기반 삼은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다.
인도네시아 대중음악은 원래 해외 팝의 비중이 높았는데, 파뭉카스 같은 인디펜던트 뮤지션들의 활약에 힘 입어 자국 음악 비중을 늘려가는 중이다.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멜로디컬한 팝을 들려주는 파뭉카스는 2018년 앨범 ‘워크 더 토크(Walk The Talk)’로 데뷔했다. ‘원 온리(One Only)’, ‘투 더 본(To The Bone)’ 같은 히트곡을 내며 자국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무엇보다 독학으로 배운 음악에 자신의 성장 스토리텔링을 녹여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법이 일품이다.
인도네시아 대형 시상식 ‘AMI 어워즈’를 휩쓸었고, 동남아 일대 투어를 도는 등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 10개국 연합체)을 주름 잡는 스타다.
최근 KBS가 K팝과 아세안 대중음악의 교류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국제 포럼 ‘2025 라운드 뮤직 포럼’, 국내 대형 가을 음악 축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그민페)에 참가하기 위해 내한한 파뭉카스를 만났다.
올해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 신예 K-팝 걸그룹 ‘하츠투하츠’에 인도네시아 멤버 카르멘이 포함되는 등 국내에서 인도네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의 방한도 음악업계에선 큰 관심이었다.
특히 2023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인구수는 2억7760만 명으로, 인도·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다. 이를 토대로 한 중위연령이 29.7세에 불과해 대중문화에 대한 수용 가능성이 크다. 다음은 파뭉카스와 그의 음악관, 인도네시아 음악업계에 대해 나눈 일문일답.
-지난 2023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3 라운드 인 인도네시아’에도 참여하셨는데요. 이번에 서울에서 열린 ‘2025 라운드 뮤직 포럼’과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 참가하시는 소감이 궁금합니다.
“한국어로 문화 교류를 하는 것이 많아서 아주 좋았고요. 문화, 사고방식의 차이도 알게 돼 아주 좋습니다.”
-한국과 아세안의 협력에 있어서 대중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사람의 감정, 감성을 전달하는 게 음악이죠. 국경, 국적, 정치를 넘어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잖아요. 사람의 감정에 단도직입적으로 들어가는 음악은 가사를 몰라도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파뭉카스. (사진 = 뮤지션 측 제공) 2025.10.21.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어릴 때 어떤 음악을 들었나요?
“밴드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특히 비틀스가 제 모든 시각을 열리게 했죠. 비틀스 음악 덕에 작곡도 시작했습니다. 특히 존 레넌이 제게 제일 큰 영향을 줬어요.”
-존 레넌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나요?
“존 레넌을 알기 전에도 기타를 연주 했어요. 근데 레넌과 비틀스 멤버들을 통해 기타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변했어요. 원래는 기교적인 멋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비틀스 음악을 듣고 사람의 마음을 잡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죠. 또 예술가는 어린 아이 같은 면모가 있어야 하는데요. 예컨대 나무 색이 분홍, 보라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유가 있어야 하죠. 편견을 깨뜨리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사람이 예술가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을 존 레넌이 갖고 있다는 걸 알고 더 존경하게 됐습니다.”
-가수의 꿈을 키우게 된 과정도 궁금합니다.
“원래는 축구선수를 하고 싶었어요. 개인사를 얘기하자면, 어머니가 저를 낳으시는 과정에서 의사가 본인을 택할지 아기를 택할지 결정을 해야 한다고 얘기를 했답니다. 형과 누나를 낳고 어머니 건강이 좋지 않았었거든요. 어머니는 아기를 낳는 걸 택했고, 다행히 어머니와 저 모두 건강했죠. 다만 태어날 때 제 왼쪽 귀가 좋지 않았어요. 심리상담사였던 어머니가 들리지 않은 귀로 인해 제가 자신감을 잃을까 걱정하시며, 잘 돌봐주셨죠. 그러면서 제안하셨던 게 드럼 배우기였어요. 듣는 감각을 위해서였죠. 이후 피아노, 기타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고 작곡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거죠. 음악은 모두 독학으로 배운 거예요. 그렇게 홀로 음반 제작, 프로듀싱까지 하게 됐죠. 귀는 지금 100% 다 들립니다. 인도네시아 국내선을 탄 어느 날 갑자기 귀가 뚫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인도네시아 음악 산업 현황이 궁금합니다. 소개해줄 만한 뮤지션들이 있다면요.
“인도네시아 차트 상위권에 있는 음악들은 주로 인디 노래예요. 저처럼 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가수들이라 다 친구처럼 지내죠. 무엇보다 인도네시아 대중음악의 특징은 가사에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스토리텔링입니다. 그리고 쿤토 아지(KUNTO AJI), 힌디아(Hindia), 나딘 아미자(Nadin Amizah) 같은 인도네시아 가수들을 소개하고 싶네요. 이 가수들의 특징은 가사로 스토리텔링을 발전시킨다는 점입니다.”
-인도네시아엔 국민가요 당둣(Dangdut)(국내 트로트와 비슷한 장르)도 있다면서요.
[서울=뉴시스] 파뭉카스. (사진 = 뮤지션 측 제공) 2025.10.21.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당둣은 인도네시아 음악의 심장이에요. 인도네시아인 피에 흐르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젠지에게선 멀어지고 있는 흐름이 있어서 최근엔 R&B, 일렉트로닉 같은 음악과 섞어서 새로운 장르를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죠. 길거리, 빌딩 안에서도 많이 울려퍼집니다.
-인도네시아 내 K-팝 관심이 높다고 들었습니다. SM 걸그룹 하츠투하츠의 인도네시아 멤버 카르멘 양은 자국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고요. K-팝 대형 기획사 첫 인도네시아 멤버인데요.
“카르멘 양은 발리섬 출신이라고 들었어요. 인도네시아에서 인기가 많다는 걸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엔 음악을 좋아하는 팬이 많아요. 또 예술가를 좋아하면 그 예술가와 깊은 연결점을 갖고자 노력하죠.”
-K-팝은 빠른 변화에 유연하다는 점이 특징인데 인도네시아 대중문화의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다양성이에요. 그리고 그 안엔 항상 따뜻함을 추구하고 있어서 감동적이죠.”
-여전히 영미권 음악이 강세죠. 그 가운에 K-팝을 비롯 아시안 음악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요. 이번 행사처럼 K-팝과 아세안 음악, 즉 아시아인들이 음악으로 연대하는 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음악은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죠. 이런 솔직함을 통해서 깊은 연결성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창의적인 것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이런 것이 아시아 음악의 강점이 될 수 있겠죠. 서구 음악의 영향력은 사실 익숙함 때문인 거 같아요. 브랜딩, 마케팅이 잘 된 덕분이죠. 아시아가 솔직함을 내세운다면, 많은 사람들 마음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