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2일 부산 동래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근열(63) 한글학회 부산지회장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0.02.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부산말을 지키는 건 단순히 말을 지키는 게 아닙니다. 부산이라는 공간의 기억을 보존하는 일입니다”
지난 2일 부산 동래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근열(63) 한글학회 부산지회장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사투리를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닌, 지역 정체성을 보여주는 문화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부산 최초 방언 박사’로 불리는 그는 부산 사투리를 음운적으로 해석하는 방언학 연구와 지명 연구를 병행하며,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문화사를 복원하는 일을 한다. 책 ‘사투리의 미학’ ‘부산 사투리의 이해’를 펴내며 지역 언어와 문화를 연구한 공로로 지난해 부산시 문화상을 받기도 했다.
“부산은 피란민, 노동자, 이주민이 함께 만든 도시입니다. 즉 부산은 혼종지역이죠. 역사 속에서 서로 다른 말이 부딪히고 녹아 생긴 게 지금의 부산 사투리입니다. 그만큼 역동적인 언어죠”
부산 사투리가 짧고 빠르며 효율적인 것은 지역·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는 “부산 사람들은 급하고 실용적이에요. 피란 수도였고, 여유가 없었죠. 돼지국밥이나 밀면처럼 빨리 먹는 음식이 발달했고, 말도 짧게 끊어 말하는 게 익숙합니다. ‘갓심더'(갔습니다)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죠”라고 말했다.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2일 부산 동래구의 한 사무실에서 이근열(63) 한글학회 부산지회장이 방언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 2025.10.02. [email protected]
그는 부산 사람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촌스럽고 열등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도 했다. 과거 사투리가 억양이 다르다는 이유로 웃음거리나 열등한 말로 소비되면서 ‘우리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고, 희화화되면서 지역 언어를 부정적으로 각인시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1970년대 국어순화운동과 표준어 중심 교육으로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은 방송과 학교에서 배척당했고, 표준어 중심 정책과 사회적 서열 의식이 맞물리면서 사투리는 열등하다는 인식이 강화됐다고 덧붙였다.
사투리가 잊히지 않으려면 먼저 들리고, 쓰이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버스나 지하철 안내 방송부터 사투리로 바꾸면 좋겠어요. 슬로건도 ‘부산 좋다카이’ 처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문구를 쓰면 좋겠어요. 외국 것을 들여온다고 해서 우리가 세계화되는 게 아니에요. 우리 것을 자랑스럽게 드러낼 때 세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사투리를 단순한 언어 다양성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지속성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사투리를 쓰는 사람은 부산의 공간을 저장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결국 부산 사투리의 소멸은 부산의 소멸과 같고, 공간의 소멸과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