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 연합뉴스정부가 다음 달 중 2035년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초안을 도출해 공개할 예정한 가운데, 국제감축 없이 국내정책만으로도 국제기구 권고 수준인 ‘2018년 대비 60% 감축’ 달성이 가능하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27일 기후미디어허브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최현태 연구원과 박상인 교수,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전해원 교수는 최근 ‘통합평가모델링 분석 연구(High-ambition climate action in all sectors can achieve a 60% greenhouse gas emissions reduction in Korea by 2035)’ 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연구 논문은 국제 학술지에서 동료평가를 진행중으로, 지구과학 분야에서 학술지 게재 전 논문을 일부 공개하는 ‘어스 아카이브(Earth Arxiv)에 프리프린트(Preprint) 형태로 게시됐다.어스 아카이브 게시 화면 캡처연구진은 논문에서 한국 맞춤형 통합평가모형인 GCAM-ROK(Global Change Analysis Model for Republic of Korea)를 활용해 △전력 △산업 △건물 △수송 △농업 △폐기물 등 전 부문의 정책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진전된 목표 시나리오(Enhanced Ambition Scenario)’를 도출했다.전력 부문에서는 △2035년 석탄발전 전면 폐지 △연간 4GW 수준의 해상풍력 보급 확대 △2030년 태양광발전 설치용량 2022년 대비 3배 증대 △RPS(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 목표 비중 2035년까지 35% 초과 설정 등의 정책 조합이 제시됐다.산업 부문에서는 △고로(용광로) 수명 연장 금지 및 2035년까지 완전 퇴출(전기로·수소환원철 확대) △탄소차액계약제도(CCfDs·Contracts for Differences) 도입을 통한 배출권거래제(ETS) 내 탄소가격 톤당 3만 411원 책정 △석유화학 분야 바이오매스연료 사용 및 폐플라스틱 재생원료 7.6% 혼합 △2030년 이후 산업 공정서 일부 물질(HFC-23, C2F6) 퇴출 등을 제안했다. 건물 분야에서는 △제로에너지건축(ZEB) 보조금 강화 △2030년 이후 500㎡ 이상 신축 시 ZEB 4등급 인증 의무화가, 수송 분야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확대 △연료 효율 여객용(45%)·화물용(30%) 개선 등을 제안했다.농업 분야에서는 △2030년 질소비료 사용량 2020년 대비 43.9% 감축(헥타르당 115kg 사용)과 △저메탄 가축사료 배포 등이 눈에 띈다. 폐기물 자원화 강화도 핵심 과제다.이밖에 청정수소 분류에서 현재 부생수소 생산 설비에 탄소포집장치를 설치해 만든 수소에 부여하는 ‘블루수소’를 제외하고,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수소’와 원전으로 만드 ‘핑크수소’만 인정해 청정수소 크레딧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짙은 파란색 그래프는 현재의 정책만 실행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량 예측치이고, 하늘색 그래프는 연구진이 제안한 ‘진전된 목표 시나리오’ 하에서 추가 감축량 예측치는 표현한 것이다. 연구 논문 중 캡처부문별 감축 잠재력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진전된 목표 시나리오가 실행되면 전력 부문에선 톤당 236.8미터톤(MtCO2e)을 감축(2018년 대비 85% 감축)해 전체 감축량의 절반 이상(약 50.3%)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산업 부문은 90.7MtCO2e(33.7%), 수송 42.8MtCO2e(43.7%) 건물 23.5MtCO2e(48.5%) 감축도 가능하다고 봤다.연구진은 이번 논문 의미에 대해 “목표 제시를 넘어 실제 달성 가능한 최고 수준의 경로를 정량적으로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생에너지와 청정산업 전환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기회이자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차기 정부가 이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정부는 오는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2035 NDC를 마련 중이다. 관련해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9월 중 정부 초안을 만들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10월 말까진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35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60%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우리나라는 2030 NDC에서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를 잡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향후 5년간 2억 200만 톤(매년 3.6% 이상)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은 전년 대비 2.2%(잠정)에 그쳤다.연구진은 “현재의 정책 기조로는 2030년 감축 목표 달성조차 불확실하다”면서 “정부가 2035년 목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2035년 NDC 제출 시점이 올해 10월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순한 시한 준수보다 실현 가능한 최고 수준의 목표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변화. 연구 논문 중 캡처한편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연내 2035 NDC 제출 외에도, 지난해 헌법 불합치 판결로 내년 2월까지 장기(2031~2049년) 감축 로드맵을 담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개정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관련해 해당 기후 헌법소원을 낸 활동가(청소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아기기후소송, 탄소중립기본계획위헌소송)들은 이날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 내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과학적 근거와 국제적 책임 그리고 미래세대 기본권 보장을 요구한 헌법재판소 명령 이행을 촉구할 예정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