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배우 류승룡.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25.08.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지아 인턴 기자 = “오관석 자체가 도전이었어요.”
배우 류승룡(55)은 2012~2019년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1000만 영화 4편에 나왔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명량'(2014)에선 주연급 조연, ‘7번방의 선물'(2013)과 ‘극한직업'(2019)에선 주연이었다. 류승룡의 흥행력은 시리즈로 넘어가서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킹덤’ 시리즈(2019·2020)로 국내 OTT 시리즈 포문을 연 그는 ‘무빙'(2023)이 그 해 최고 흥행 시리즈였다.
이번엔 지난달 16일 공개된 디즈니+ 시리즈 ‘파인:촌뜨기들’로 다시 한 번 류승룡이 나오면 안 되는 게 없다라는 걸 증명했다. 이 작품은 공개 후 약 한 달 간 국내 스트리밍 시리즈 시청 순위 1위를 달렸다(플릭스패트롤).
류승룡은 이 작품에서 웃음기를 완전히 걷어내고 악당이 됐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그는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는 도굴꾼이었다는 게 잘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유쾌했다. “오관석은 사투리도 안 쓰고, 큰 액션도 없어서 무기가 없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보이지 않는 수를 읽어내는 인물이라서 어떻게 표현할까 많이 고민했죠. 다른 역이 자신 없기도 했어요. 제가 오희동을 할 순 없으니까(웃음).”
디즈니+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은 1977년 신안 앞바다에 묻혀 있다는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실제로 1970년대 초반 크게 주목 받은 ‘신안선 사건’이 모티브가 됐다. 제목 ‘파인'(巴人)은 영어로 하면 ‘로우 라이프'(Low Life)다. 즉, ‘별 볼 것 없는 인생’ ‘천박한 삶’ 등을 의미한다.
류승룡은 이 작품이 인기를 모은 이유에 대해 ‘공감’을 들었다. 그는 “모든 인물이 악역이지만, 이걸 보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며 “인간의 욕망을 얘기하기 때문에 ‘나도 저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오관석은 매사에 행적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돈 되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빈다. 또 촌뜨기들 중 리더를 맡기도 하지만 결국 벼랑 밑에서 끝을 맞이한다. 그래서 그는 욕망을 이기지 못한 결과가 곧 허무함이라고 강조했다. “처음엔 가족을 위해서 좀도둑으로 시작했어요. 근데 나중엔 목숨값으로 4000만원을 요구하기도 해요. 결국 사람까지 죽이는 악인으로 변한 거죠.”
[서울=뉴시스] 배우 류승룡.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25.08.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파인:촌뜨기들’의 또 다른 포인트는 바로 배우 라인업이다. 임수정을 비롯해 양세종·김의성·김성오·장광 등 내로라 하는 배우가 총집합했다. 이들은 뚜렷한 연기 색깔을 가졌지만 조화를 이뤘다. 류승룡은 “서로에게 행운을 가져다줬다”고 표현했다.
“이렇게 많은 배우가 나오는데도 누구 하나 소외되는 사람이 없었어요. 각자 자리에서 역할을 잘 해내서 모든 인물이 쨍하게 보였죠. 주연과 조연 경계 없이 다 잘 보이는 작품을 오랜만에 봐요.”
그는 다른 배우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으며 “인생에 있어 보물 같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임수정 배우가 저한테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있는데 제가 대사를 까먹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졌어요.” 달라진 연기력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정윤호에 대해선 “밥을 먹으며 계속 사투리를 배우더라”라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다”고 했다.
마지막에 류승룡은 시즌2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류승룡 배우가 출연하면 꼭 시즌2를 찍더라’라는 얘기가 나왔으면 좋겠어요.(웃음) 이 작품도 다음 시즌을 희망하고 있거든요. 그때는 오관석이 천벌을 받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