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인들이 중기중앙회를 방문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경영계와 국민의힘이 전방위적 저지에 나섰다.
지난 20일 여야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앞두고 충돌했다. 전날까지 이어졌던 경영계의 노란봉투법 저지 압박에 국민의힘도 지원사격을 하는 모양새다.전날 중소기업중앙회는 여의도 본부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간담회를 열고,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지난 18일에도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도 공동성명을 내고 노란봉투법을 재고해달라고 요구했다.노조법 2조 개정 저지에 집중 공세…전략적 선택?이들의 요구는 하나같이 노조법 개정안 2조 저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으로 구성된다. 2조는 2호에서 사용자 개념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명확히 확대한다. 또 5호 개정을 통해 쟁의행위 가능 대상 범위도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3조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조항이다.경제 6단체는 특히 2조 2호에 대해 ‘사용자 범위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호를 개정할 경우, 복잡한 원하청 구조 속에서 교섭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5호에서도 쟁의 대상에서 ‘사업경영상 결정’을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구조조정이나 해외투자를 파업 사유로 인정하면, 경영 판단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논리다.반면, 3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수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경총 등은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시행령에서 정하고, 급여 압류 금지 등을 담은 대안을 국회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법원이 이미 개정안과 유사한 기준으로 판례를 쌓아서, 기업 경영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본 것이다.이에 더해 경영계가 2조에 집중하는 의도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압박이란 분석도 나온다. 3조 개정안 내용은 윤석열 정부 시절 상당히 후퇴돼, 이미 경영계 요구가 대부분 반영됐다. 반면 2조, 특히 ‘사용자 정의 확대’를 담은 2조 2호는 여전히 원청의 책임을 제도적으로 명시하는 핵심 조항이 남아 있어, 경영계가 전략적으로 2조 개정을 저지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 잡고) 윤지선 활동가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축소된 법안을 두고 ‘받아들일 테니 2조만 더 빼달라’는 식의 접근은 마치 협상의 제스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법부 판결조차 무력화하려는 무리한 요구”라며 “경영계는 입법 초기에는 참여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읍소 전략을 통해 더 큰 후퇴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경영계 집중하는 2조 2항, 판례일 뿐인데…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등 중소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노란 봉투 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등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2조 2호 개정과 관련해 대법원 등 판례에 따라 이미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이 있는 경우 사용자로 인정되어 왔고, 이를 법률에 명문화하는 작업에 불과하다. 판례가 인정한 수준에서 교섭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지, 새로운 의무를 창출하는 것이 아닌 만큼 경영계의 우려도 본심이라기보다는 ‘협상 전략’이란 분석이다.
더 나아가 노동계는 특히 CJ대한통운 사례 등처럼 앱이나 플랫폼을 통해 실질적으로 노동조건을 통제하는 경우에도 사용자성이 인정돼야 한다며, 이는 노동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한다. 또한 ‘단지 교섭에 응하라’는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지, 교섭 결과를 강제하는 법이 아니라고 지적한다.2조 5호 개정안도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기준에 부합하려는 조치다. 현행법은 임금 등 협소한 항목만을 쟁의 대상으로 인정해 구조조정, 외주화 등 실질적 근로조건 변화에 대해 단체교섭조차 할 수 없었던 구조였다. 개정안은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도 교섭과 쟁의의 대상으로 명시한 것이다.노동계는 “파업이 많아진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오히려 교섭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면 쟁의가 줄고, 극단적인 대립과 소송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내하청, 특수고용 등 노동 현실에서 발생하는 교섭 회피와 소송 남발 문제의 원인은 사용자 측에 있으며, 그 결과로 노사관계가 오히려 사법화되고 있다고 비판한다.이런 이유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경영계의 집중 공세에도 법안을 추가로 수정할 것 없이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다.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이 김병기 원내대표를 만나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를 전한 뒤에도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노란봉투법은 이미 충분히 사회적 논의가 진행됐고, 국회 상임위에서도 여야 협의 끝에 통과된 안”이라며 “수정은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9일 일·미 순방을 앞두고 경제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원칙적인 부분에 있어서 선진국 수준에 맞춰 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