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사망자 등을 낸 세종-안성 고속도로 공사 현장 교량 붕괴 사고가 ‘거더(Girder)’의 하중을 받치는 ‘안전장치(스크류잭)’를 임의로 제거한 탓에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량 상판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구조인 거더를 설치한 후 거더가 안정화 단계에 이른 뒤에 스크류잭을 제거해야 하는데 작업 편의를 위해 이를 무시하고 제거하다 발생한 사고라는 설명이다.’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19일 이같은 내용의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스크류잭을 임의로 제거한 점과 안전 인증 기준을 위반해 거더를 운반·설치하는 장치인 ‘런처’를 후방으로 이동한 점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사고가 발생한 세종-안성 간 청용천교 공사 현장은 교각 사이를 잇는 상판과 보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DR거더 런칭 가설 공법’으로 진행됐다. 보통은 크레인으로 지상에서 거더를 들어 올려 설치하는데, DR거더는 특수 설치 장비인 런처를 활용해 거더를 밀어 설치하는 기술이다.사고 현장에 동원된 런처는 전방 이동을 주된 기능으로 하는 ‘전진형’ 타입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이동하는 작업에 대해서만 안전 인증을 받았지만, 후방으로 이동하며 작업하다 교량이 붕괴했다는 것이다.다만 사조위는 런처의 후방 이동보다는 스크류잭 제거를 결정적 사고 원인으로 분석했다. 붕괴 시나리오별 구조해석 결과 런처를 후방으로 이동하는 등 같은 조건에서도 스크류잭이 제거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거더가 붕괴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사조위 조사에 따르면 제거된 스크류잭은 총 120개 가운데 76개다. 특히 붕괴가 이뤄진 교량 부분에서는 72개 중 68개가 임의로 제거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조위 측은 “사고 현장과 같이 내진 성능이 우수한 양방향 면진받침 위에 거더를 직접 거치한 상태에서 가로보 타설 전 임시 받침(스크류젝)을 제거하는 경우에는 붕괴에 매우 취약하다”고 설명했다.거더 전도방지시설인 스크류잭. 국토교통부 제공사조위 측은 당시 스크류잭 제거가 하도급업체 현장소장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밝히면서도 현장에서 스크류잭을 제거한 정확한 이유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오홍섭 사조위원장은 “현장에 있는 사실만을 근거로 조사했다”며 “당사자 답변을 추궁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 해체했는지는 경찰 조사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조위는 강제조사권이 없어서 관련자들의 답변을 강요할 수 없었다는 취지다.특히 시공사로 검측 주체인 현대엔지니어링도 스크류잭을 임의로 제거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시공 계획에 제시된 런처 운전자와 사고 당일 작업일지의 운전자가 서로 달랐다는 점도 드러났다. 작업일지상의 운전자는 다른 크레인을 조종하기 위해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파악됐다.사조위는 조사 결과와 함께 △스크류잭과 같은 안전장치 해체 시기에 대한 기준 마련 △발주청과 건설사업관리자의 관리·감독 의무 현실화 △런처 등 장비 선정의 적정성에 대한 관계 전문가 검토 강화 등을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놨다.
오 위원장은 “사고 조사 결과를 정리·보완해 이달 중으로 국토교통부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다시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토부 등 관계기관의 조속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한편 국토부는 사조위의 제안을 토대로 안전장치는 거더가 안정화 단계에 이른 이후 건설사업관리기술인의 승인을 거쳐 해체하는 것으로 ‘교량공사 표준시방서’를 개정할 계획이다.또한 사조위 조사 결과와 지난 4월 자체적으로 실시한 특별점검 결과를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즉시 통보해 벌점·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처분 등을 검토하는 등 엄정한 조치를 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월 25일 오전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고속도로 세종~안성 간 9공구 청룡천교 건설 현장에서 교각 위에 설치 중이던 거더가 무너져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