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제공CJ대한통운이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과 조합원들을 상대로 청구한 총 24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최근 교섭을 통해 모두 취하하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국회 통과를 앞두고 원하청 간 현장의 갈등을 교섭으로 풀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노란봉투법 입법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상징적 사례라는 노동계의 평가가 나온다. 19일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 잡고)는 공식 성명을 내고 “CJ대한통운과 제일제당이 제기한 총 24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가 교섭을 통해 취하됐다”며 “이 사례는 원하청 구조 속에서 교섭권과 책임을 제도화하는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을 실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CJ대한통운은 과거 택배노조의 쟁의행위를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노조는 원청에 교섭할 자격이 없다”는 논리로 2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여기에 제일제당이 사장 자택 앞 집회를 문제삼아 2억 원을 청구한 소송까지 더해졌다.하지만 이번 합의로 이 두 건의 손해배상 청구는 전면 철회됐다. 택배노조는 지난 14일부로 소취하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소송 취하의 배경에는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원청이 실질적 지배·결정권을 가진 사용자’라는 법적 판단을 끌어낸 점이 결정적이었다.
노조 측은 비록 이번 교섭이 CJ대한통운과의 ‘직접 교섭’은 아니었지만,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와의 교섭 과정에서 실질적인 사용자라 할 수 있는 원청의 손배소 철회를 이끌어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교섭이 해법임’을 실제로 보여줬다는 것이다.시민단체 ‘손잡고’는 “택배노조와 특수고용·하청·파견 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을 고려할 때, 교섭의 문을 제도적으로 여는 것이야말로 장기적 갈등을 줄이고 산업 안정성을 높이는 길”이라며 “국회는 노란봉투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원하청 교섭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실제로 이번 교섭은 노동조합법 개정안 중 ‘사용자 정의 확대’를 담은 2조 2호의 핵심 사례로 볼 수 있다. 현행법상 하청 노동자나 특수고용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하는 데는 법적 한계가 있었으나, 대법원은 이미 판례를 통해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있을 경우 사용자성을 인정해 왔다. 노란봉투법은 이와 같은 법원 판단을 명확히 법률로 반영해, 불필요한 소송과 분쟁을 줄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교섭이 갈등의 해법이며, 무분별한 소송과 갈등을 줄이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함을 보여줬다”고 입을 모은다. 손잡고는 “경영계가 주장하는 ‘경제 어려움’의 돌파구 역시 결국 교섭에 있다”며 “사용자들도 법에 앞서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 당장 원청 책임을 인정하고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한편, 국회는 오는 21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 처리를 앞두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충분히 사회적 논의를 거쳤고, 더는 수정 없이 처리할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