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이 금융과 기술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성장 동력을 보여주며 시장의 패러다임을 재편하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 관련 상장이 본격화되고 정부 주도의 기술 산업 육성 전략이 강화되며, 시장의 변곡점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의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 불리시(Bullish)의 IPO 성공이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의 상장 직후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를 넘어서며 월가의 이목을 단숨에 끌었다. 이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과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이었던 게리 겐슬러가 보인 강경한 태도와 대조적으로, 최근 들어 친(親)암호화폐 정권임을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불확실성 해소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시장 전문가 데이브 벨란테(Dave Vellante)는 “지금은 단순한 투기나 ICO 유행이 아닌, 시장 구조와 인프라가 뒷받침하는 성숙한 흐름이 자리잡은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PO에 대한 수요가 누적되어 있던 탓도 있지만, NYSE는 이제 크립토 혁신의 무대로 자리잡았다”고 진단했다.
AI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인텔 구조조정 가능성을 내비치며 글로벌 반도체 패권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인공지능 산업의 성패는 반도체-소프트웨어 통합 역량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정밀한 메모리와 스토리지, 그리고 프로세서 간의 연계가 과거 90년대 IT 혁신처럼 다시 주요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존 퓨리어(John Furrier)는 “AI의 성공은 결국 하드웨어 깊숙이 파고드는 전략에 달렸다”며 “정부가 개입하는 수준은 GM과 같은 과거 구조조정 사례와 유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AI 생태계는 상위 기업인 엔비디아(NVDA), 아마존웹서비스(AWS), 앤트로픽(Anthropic) 등 중심으로 급속하게 통합되고 있으며, 이들은 하드웨어와 AI 모델 간 결합을 강화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경쟁도 치열하다. TSMC라는 압도적 1위를 따라잡기 위해선 ‘폭탄가 전쟁’을 감수하더라도 물량을 쏟아부으며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는 말이 회자된다. 벨란테는 “가격을 감수한 장기 투자 없이는 후발 주자가 올라설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 자산의 장기 투자 분위기 역시 강화되고 있다. 최근 개최된 ‘CUBE+NYSE Wired: Crypto Trailblazers’ 행사에서는 암호화폐의 메인스트림 편입과 함께 변화하는 정부 및 금융기관의 대응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과거 ICO에만 초점을 맞췄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지속 가능성이 있는 벤처에 장기 자금을 투입하는 흐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퓨리어는 “자금 흐름 자체가 바뀌었다. 단순한 토큰 경제가 아니라, 이제는 지속 성장 가능한 모델 위주로 자본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한계 산업으로 치부됐던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가 기존 금융시장에 입성하고, AI와 반도체 분야에서도 국가 전략 차원의 대응이 강화되면서 기술 주도 경제로의 전환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기술과 자본, 정책이 융합되는 이 지점에서 다음 10년의 혁신 성과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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