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연합뉴스이재명 정부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내정되면서, 이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협력과 상생의 공정경제’ 실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위한 ‘온플법’ 제정이 주 후보자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주 후보자는 오랜 기간 소득 불평등 해소와 공정한 경제 체제 구축을 연구해온 학자”라며 “하도급 문제와 담합, 내부거래 등 고질적인 불공정을 타파하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이라는 국정 철학을 치밀하게 구현할 경제검찰의 새로운 수장 후보자”라고 밝혔다.주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적 ‘경제 멘토’로, 대선 당시 공정경제 공약 수립에 핵심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플랫폼 독점 규제, 재벌 개혁, 갑을 구조 개선에 대한 뚜렷한 소신을 보여온 인물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향후 대기업 중심의 시장 질서 개편에 본격 착수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주 후보자가 공정위원장에 취임하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건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제정이다. 온플법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중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다. 규율 내용에 따라 크게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규제법과 △중개거래 공정화법 두 부류로 나뉜다. 주 후보자는 과거 기고문에서 “데이터 독점과 불공정 관행이 혁신을 저해한다”며 강력한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그러나 온플법은 외교적 민감성 또한 담고 있어 처리에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측은 자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하게 경계하고 있어, 독점규제 측면의 온플법은 잠시 유보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 보호’ 중심의 공정화법부터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는 25일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입법 방향이 윤곽을 드러낼 수도 있다. 주 후보자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온플법 문제의 매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공정위의 또 다른 중점 과제는 ‘갑을 관계’ 개선이다. 하도급 대금 미지급, 불공정 특약, 기술 탈취 등 재벌·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집중 감시한다. 주 후보자는 2022년 기고에서 “하도급에서의 불공정한 이익 분배와 기술 탈취가 중소기업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있다”며 강력한 제재를 주장한 바 있다.이와 함께 공정위의 조직 확대와 전체적인 위상 강화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 “공정위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해달라”며 확대 개편을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갑을 관계 전담국, 플랫폼국, 경제분석국 신설도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기적으로는 공정위의 위상 재정립까지 검토 중으로, 신임 공정위원장으로 내정된 주 후보자가 동력을 확보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바로 이 지점에서 학자로서 ‘행정 경험’ 부족도 약점으로 꼽힌다. 주 후보자는 순수 학자 출신으로, 조직 운영과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온플법 등 주요 정책 과제 뿐만 아니라 공정위의 위상 강화는 정치력도 동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주 후보자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