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프로듀서 빈스. (사진=더블랙레이블 제공) 2025.08.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어요.” 근황을 묻는 말에 프로듀서 빈스(36)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더블랙레이블에서 블랙핑크, 태양, 올데이프로젝트 등 K-팝 스타들의 히트곡을 만들어온 그는 지난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작업에 참여했다.
극중 사자보이즈가 부른 ‘유어 아이돌'(Your Idol)과 ‘소다팝'(Soda Pop)이 빈스의 손에서 탄생했다. 두 곡은 최근 미국 빌보드 메인싱글 차트 ‘핫 100’에 8위와 14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18일 오후 6시 발매되는 신곡 ‘차차차'(CHA CHA CHA)도 그의 순항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신보 발매를 앞두고 최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빈스는 최근 연이어 거둔 흥행에 부응해야 한다며 “제 이름으로 무언가를 냈으면 하는 욕구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빈스와 나눈 일문일답.
-‘차차차’라는 곡은 어떤 곡인가요?
“부드러운 멜로디 위에 경쾌한 라틴 리듬을 더한 힙합 알앤비(R&B) 곡입니다. 같이 작업하는 프로듀서 형이 스케치한 곡을 제가 받아서 완성했어요. ‘다함께 차차차’라는 전 국민이 다 아는 노래를 현대적으로 풀어봤는대 전 연령대가 재미있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라틴 리듬하면은 휴양지, 더운 여름의 풍경이 떠올라서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어요.”
-지드래곤 씨가 ‘차차차’에 피처링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지드래곤 형이 제대하고 본인 솔로곡과 빅뱅 앨범을 준비하러 더블랙레이블 스튜디오에 자주 오던 시기가 있었어요. 하루는 같이 일하던 선배가 ‘빈스한테 차차차라는 곡이 있는데 네가 피처링 해주는 건 어때?’라고 묻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바로 노래를 틀었고, 형이 ‘빈스야, 너 스타가 되고 싶니?’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네, 형 저 되고 싶어요. 좀 도와주세요’라고 했어요. 정말 모든 면에서 다 도와주셨고, 본인 파트가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의견을 주셔서 더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차차차’ 발매일이 지드래곤의 생일이네요. 발매 시기도 협의했나요?
“의도하지 않았어요. ‘차차차’를 꼭 여름에 내고 싶었는데 더블랙레이블에서 나오는 작업물이 많다 보니 노래가 나올 수 있는 시기가 이때밖에 없었어요. 그러고 보니 지드래곤 형에게 ‘차차차는 형 생일에 나올 수 있겠네요’라고 장난으로 말했던 적이 있어요. 진짜 그렇게 되어버린 거죠. 조금 무안하지만 형이 저한테 주는 선물같이 느껴지고, 형의 팬들한테는 형의 생일날 목소리를 한 번 더 들려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서울=뉴시스] 프로듀서 빈스. (사진=더블랙레이블 제공) 2025.08.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본인이 생각하는 스타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지드래곤 형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의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저도 그만큼 성적이 잘 나온다면 ‘뭔가 이제 좀 됐구나’라고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멜론 ‘톱10’을 보면 더블랙레이블의 작업물이 꽤 있거든요. 그 중 하나로 ‘차차차’도 배열을 써주면 좋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음원을 냈지만 지드래곤 형이 피처링했다는 게 감지됐을 때 제가 느껴본 관심도는 지금 최고로 느껴져요. 그래서 음원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인기를 예상했나요?
“기대를 크게 안 하고 있었는데 반응이 너무 뜨겁더라고요. 빌보드 ‘핫100’에서 높은 순위를 한 적은 처음이고, 제가 느껴보지 못한 스케일이에요. 내년에 저작권료가 들어오면 어느 정도 스케일인지 가늠이 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나 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히트곡이 나오면 당연히 자랑스러워하십니다. 직업 특성상 미디어에 노출이 잘 안 되는데 ‘케데헌’ 덕분에 뉴스에 나오니까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세요. 뉴스에 나오는 영상도 자랑하시더라고요.”
-‘소다팝’과 ‘유어 아이돌’ 작업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제작사로부터 극중 진우의 목소리를 담당해 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어요. 제가 작업한 사자보이스의 곡들을 직접 가이드해서 제작사에 넘겼거든요. 그래서 거의 할 뻔하다가 진우 역을 맡은 성우 분이랑 저랑 목소리 결이 너무 안 맞는 거예요. 결국 안 됐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지금 노래를 불러주시는 분이 훨씬 잘 어울리고, 작품을 잘 살려주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소다팝’은 제작사 요청에 의해 평소 제 모습보다 더 밝게 부른 버전이어서 저조차도 듣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나온 음원을 듣는 게 대중분들에게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울=뉴시스] 프로듀서 빈스. (사진=더블랙레이블 제공) 2025.08.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취미로 음악을 만들었어요. 대학은 뉴욕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3학년 때 뮤직 비즈니스라는 과로 전과를 했습니다. 그때부터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졸업식 때 학교에서 연봉 순위가 적힌 탬플릿을 줬는데 제가 전공하는 과가 마지막이더라고요. 이럴 거면 저작권법 쪽으로 가보자는 생각에 한국에서 로스쿨을 준비했고, 시험도 봤어요. 그 와중에 지금 함께하는 프로듀서 24라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같이 음악을 만드는 게 재미있고 반응도 좋으니까 음원 사이트에 인디 아티스트로 음원을 올린 적 있어요. 너무 운이 좋게 테디 프로듀서님이 듣고 연락을 줬어요. 그때가 더블랙레이블을 창립하던 시기였는데 벌써 8~9년이 됐네요.”
-프로듀서와 가수 둘 다 해보니 어떤가요? 역할에 있어 분명한 차이점이 있나요?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곡을 만드는 거예요. 프로듀서로선 아티스트의 개성을 살리고, 아티스트가 하고 싶은 말에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해요. 그래서 저의 자아와 하고 싶은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아요. 반면 가수로선 제가 원하는 방향을 사운드적으로 다르게 표현할 수 있죠. 그런 부분에서 달라요. 다만 ‘차차차’를 계기로 바뀐 부분이 있다면 예전에는 나만의 스토리와 사운드를 들려주고 싶다라는 욕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열어두고 있어요. 여러 사람들과 작업하고 완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곡이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 K팝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면서 배우는 점이 있을까요?
“모든 아티스트가 스튜디오에 들어와서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이 색다른 경험이라고 느껴져요. 프로듀서로서 항상 재밌다고 느끼는 부분이에요.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이드를 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맞춰 가는 과정이 가장 재밌거든요. 그래서 곡을 만들기 시작할 때 그 사람들과 인생 얘기를 하고 어떤 노래를 듣는지 충분히 얘기해요. 그냥 노래만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알아가고,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표현하고 싶은지 제가 알아가면서 만드는 과정이 항상 재미있어요.”
[서울=뉴시스] 프로듀서 빈스. (사진=더블랙레이블 제공) 2025.08.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러브콜 보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을까요?
“K팝이 점점 커지면서 더 이상 해외 음악을 선망만 하는 대상이 아닌 같은 레벨에서 볼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국내를 넘어 해외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요즘 해외 작곡가들한테 따로 연락이 많이 오더라고요. 어렸을 때 스포츠 스타를 보듯 선망의 대상으로 봤던 아티스트나 프로듀서들이 한국에 찾아오고, 저희 회사에 찾아오는 일이 있으니까 더이상 K팝이 니치(Niche·틈새 장르)한 음악이 아니라 글로벌하게 받아들여졌구나 싶어요.”
-애착이 가는 곡과 효자곡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곡은 태양의 ‘라이드'(RIDE)요. 많은 사람들이 모를 수 있는 수록곡이지만, 작곡가로서 처음 작업한 노래입니다. 곡을 만들 때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태양 형이랑 저랑 마이클 잭슨의 팬이라서 어떻게 하면 오마주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면서 작업했어요. 지금이라도 사람들이 한 번쯤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처음으로 큰돈을 벌게 해준 곡은 리사의 머니'(MONEY)입니다. 처음 빌보드 차트에 오른 노래이기도 해요. 빌보드 차트에 올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드디어 음악으로 먹고 사는구나’ 생각했어요.”
-작업한 곡들이 연달아 히트한 것에 부담감은 없나요?
“‘이 정도면 성공했다’라는 느낌을 받아본 적은 없어요. 정신없이 만들다 보니까 어느덧 곡이 쌓이고 커리어가 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디 가서 ‘제가 작곡가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부끄러워요. 회사도 크게 다르지 않고, 다음을 준비하는 분위기예요. 그래서 음악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어떤 음원이 1등을 해서 할 일이 끝났다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커리어를 더 멋있게 이어 나갈 수 있을지 상상하면서 곡을 만들어야 하죠. 부담감이 들지만 더 재미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아티스트로서의 앨범도 앨범이지만 지금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하나씩 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올데이프로젝트’를 전담하고 있기에 이 친구들의 다음 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올해 음악 작업물을 꾸준히 낸 것에 감사함을 많이 느끼는데 앞으로도 이 흐름을 이어가고 싶어요. 프로듀서와 아티스트로서 계속 작업물을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