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유노윤호.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11.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배우 최민수와 차인표,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 그리고 한류듀오 ‘동방신기'(TVXQ) 멤버 유노윤호….
열정으로 뭉친 이들의 비장미(悲壯美)는 대중의 놀림으로 잠시 희화화됐으나, 해학으로 이를 긍정한 이들의 태도는 결국 긍정의 힘인 ‘골계미(滑稽美)’를 가져왔다.
특히 1.5세대 대표 K팝 아이돌인 유노윤호는 희화화를 항력으로 버티다 오히려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다. 덕분에 초등학생 조카로부터 ‘땡큐 삼촌’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유노윤호는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호텔에서 첫 정규 앨범 ‘아이-노우(I-KNOW)’ 발매를 앞두고 열린 간담회에서 ‘땡큐 역주행’에 대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땡큐’는 유노윤호가 2021년 1월 발매한 미니 2집 ‘누아르’ 타이틀곡이다. 당시 이 앨범은 짙은 남성미(美)를 내세웠다. ‘온라인상의 냉소와 조롱까지 자신을 성장시킬 자양분으로 삼아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는데 당시 별 반응이 없었고, 오히려 온라인 밈을 통해 놀림거리 중 하나가 됐다.
유노윤호에게 이런 상황은 처음이 아니다. 그의 열정 넘치는 모습은 일찌감치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선 놀림감이었다. 유노윤호가 2008년 KBS 2TV ‘해피투게더’에서 선보인 ‘인생의 진리랩’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MBC TV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등을 통해 평소에 모든 것에 열심인 유노윤호의 진심이 증명됐다. 아침부터 ‘모닝댄스’를 격렬하게 추는 ‘모닝댄스 짤’을 비롯해 그의 열정적인 모습을 대변하는 각종 ‘짤'(온라인 상에서 떠도는 하나의 이미지 파일) 등이 퍼지면서 ‘열정 만수르’로 불리기 시작했고, 전반적으로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호의적으로 변했다.
[서울=뉴시스] 유노윤호.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11.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올해 여름 음원 플랫폼에서 역주행한 ‘땡큐’도 비슷한 맥락이다. 유튜버 룩삼이 스토리형 뮤직비디오를 소재로 다루는 웹콘텐츠에서 ‘땡큐’ 뮤직비디오를 다뤘는데, 그의 당황하는 리액션이 온라인에서 오히려 화제가 되면서 소셜 미디어, 숏폼 등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또한 SM의 뮤직 퍼포먼스, 즉 ‘SMP'(SM Music Performance)의 주역 중 한 명인 프로듀서 유영진이 쓴 노랫말 속 ‘이건 첫 번째 레슨’, ‘이제 두 번째 레슨’, ‘드디어 세 번째 레슨’의 문구가 궁금증을 유발하며 가사에 나와 있지 않은 ‘네 번째 레슨’은 그럼 무엇이냐며, 이를 찾는 과정이 온라인 놀이가 됐다. 역동적인 퍼포먼스에 최적화된 둔탁한 사운드와 함께 난해한 메시지도 SMP의 중요 요소 중 하나다. 이번 앨범 발매를 앞두고 ‘네 번째 레슨’이 열리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곳곳에서 나왔다.
“‘땡큐’는 제 생각보다 더 사랑을 받았어요. 놀리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더 중요하죠.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원래 영화적, 철학적인 걸로 풀어나가고자 한 노래지만 희화화됐는데 덕분에 ‘땡큐 형’ ‘레슨 삼촌’이라는 닉네임을 얻었습니다. 하하.”
이런 태도는 이날 유노윤호가 기자간담회 내내 자주 언급한 ‘관점’과도 맞물린다. 평소 화려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그는 깊은 이야기도 꺼낼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이번 앨범에선 균형감을 잡는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한 주제더라도 어떠한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음악과 메시지가 다르게 해석된다는 걸 지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다.
이런 해석과 생각이 이번 앨범에 오롯이 반영돼 ‘페이크&다큐멘터리’라는 콘셉트가 빚어졌다. 외부에서 바라본 아티스트 유노윤호의 모습은 ‘페이크’, 인간 정윤호의 솔직한 내면은 ‘다큐’로 풀어낸 것이다. 하나의 주제를 관점을 달리해 ‘페이크’와 ‘다큐’ 두 가지 시선으로 표현한 노래가 두 곡씩 짝을 이룬다. 예컨대 ‘스트레치(Stretch)’와 ‘보디 랭귀지(Body Language)’, 짝패를 이루는 이 두 곡을 더블타이틀곡으로 내세웠는데 춤과 무대가 공통 주제이지만 각각 비장미의 내면과 유쾌함의 외면이 마주본다.
[서울=뉴시스] 유노윤호.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11.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그룹 ‘엑소’의 퍼포머 카이가 피처링한 2000년대 감성의 R&B 팝 ‘워터폴스(Waterfalls)(Feat. 카이(KAI))’와 그룹 ‘아이들’ 민니가 목소리를 보탠 펑키(funky) 사운드의 ‘프리미엄(Premium)(Feat. 민니 (MINNIE))’이 또 짝인데 연인의 헤어짐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대구를 이룬다.
유노윤호는 지난 2003년 12월26일 SBS TV 송년특집 ‘보아 & 브리트니 스페셜’에서 처음 얼굴을 알렸다. 이듬해 1월14일 동방신기 멤버들과 데뷔 싱글 ‘허그’를 발표했다. 이후 ‘풍선’ ‘라이징 선(Rising Sun)'(순수) ‘오정반합(O-正.反.合.)’ ‘더 웨이 유 아(The Way U Are)’, ‘주문-미로틱(MIROTIC)’, ‘왜(Keep Your Head Down)’ 등의 히트곡들로 한국과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한류 열풍의 기반을 닦았다.
동방신기는 예명·본명을 결합한 네 글자의 활동명 등 현 K팝 세계관의 틈을 연 시도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를 기점으로 처음부터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를 겨냥한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팀명엔 ‘동방의 신이 일어나다’라는 뜻을 담았다.
특히 ’80만 대군’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팬덤 ‘카시오페아’는 역대 최강 팬덤 중 하나로 통한다. 다른 팬덤과 확연히 구분되는 ‘펄 레드(pearl red)’라는 응원색도 이 집단의 정체성을 차별화시켰다.
기존 5인 그룹에서 2011년 정규 5집 ‘킵 유어 헤드 다운(Keep Your Head Down)’부터 유노윤호·최강창민 2인으로 재편된 뒤에도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서울=뉴시스] 유노윤호.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11.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특히 일본에서 인기는 여전하다. 7만석 규모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제일 먼저 공연한 K팝 가수다. 2013년 이틀 연속 공연한 데 이어 2018년 당시 이 스타디움 개장 이래 처음으로 3일 연속 공연하는 신기록을 썼고 지금도 돔 투어를 거뜬히 돌고 있다.
동방신기는 최근엔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연 ‘2025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한류 공헌을 인정 받아 대통령 표창도 안았다. 꾸준히 배우 활동도 병행 중인 유노윤호는 얼마 전엔 디즈니+ 드라마 ‘파인: 촌뜨기들’에선 사투리를 ‘징하게’ 쓰는 목포 출신 건달 ‘벌구’ 역을 맡아 호평 받았다.
유노윤호는 “운이 좋게도 저희 팀은 카세트 테이프 시대에서 시작해 CD 시대를 모두 거쳐 데이터 시대로 왔죠. 아직까지 인사드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이런 내공을 압축해 22년 만에 첫 솔로 정규 앨범을 낸 유노윤호는 자신을 오랜 기간 계속 열정적으로 움직이게 한 건 호기심이라고 특기했다. 새로운 것을 찾아보게 더 근원적인 힘은 팬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선택에)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됐어요. 받아들이는 건 받아들이고, 걸러낼 건 걸러내야 하는 ‘변화의 시기’라 정확한 선택을 해야 된다”고 여겼다.
유노윤호는 이번 앨범으로 초심도 되새겼다. 동방신기는 데뷔 당시 아카펠라 그룹을 표방했고 유노윤호는 그 때 베이스 롤을 맡았다. 첫 솔로 정규인 만큼 이번에도 자신의 베이스 음을 매력적으로 담을 수 있는 곡을 찾았고 그것이 ‘스트레치’였다. “이 곡을 들으시면 ‘유노윤호가 SMP를 진화시키고 있네’라는 말씀을 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