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한 번 떠난 팬이 돌아오긴 힘들다.”
한국 축구 레전드이자 ‘영원한 캡틴’ 박지성 JS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대한축구협회와 대표팀이 A매치 흥행 참패를 기록하자 이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축구는 국내 인기 프로스포츠로 오랫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태극마크를 단 축구 대표팀을 향한 애정은 조건 없는 짝사랑이었다. 비판의 목소리가 있을지언정, 대표팀을 향한 애정은 쉽게 식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붉은 물결은 힘을 잃었고, 중계방송 시청률도 예전만 못하다.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과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불신과 대한축구협회장의 4연임 과정을 지켜본 팬들이 서서히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홈 경기 연속 매진은 멈춘 지 오래고, A매치가 열린 경기장에선 선수들을 향한 응원과 감독, 협회를 향한 야유가 공존하고 있다.
홍명보호 출범 후 올해 국내 A매치 관중 수의 변화를 보면 팬심은 더 정확하게 읽힌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치른 첫 A매치였던 지난해 9월5일 팔레스타인전은 5만9579명이 입장해 매진에 실패했다.
이후엔 용인과 고양, 수원 등에서 3~4만 여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10월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바 군단’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6만3237명의 팬이 입장해 인기를 다시 찾은 것처럼 보였으나, 14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 파라과이전 관중은 2만2206명으로 ⅓ 토막이 났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표팀 경기에서 관중 3만 명이 되지 않은 건 2015년 10월13일 자메이카와 평가전(2만8105명) 이후 10년 만이다.
심지어 파라과이전은 ‘캡틴’ 손흥민(LAFC)의 A매치 최다 출전 기록 달성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고, ‘레전드’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이 찾았지만 팬심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파라과이의 인지도가 브라질보다 낮고 추석 연휴 직후 치러진 경기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대한민국 최고 스타들이 한데 모인 대표팀 경기에 프로축구 K리그1의 웬만한 빅매치보다 적은 관중이 찾은 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2022년 6월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치렀던 파라과이와 평가전에는 4만228명의 관중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았었다.
브라질전 6만여 관중이 홍명보호보다 브라질의 유명세 덕분이라는 얘기도 틀린 말이 아니다.
박지성 이사장은 “팬들이 등 돌리게 만드는 원인이 있는가에 대해서 잘 찾아봐야 한다”며 “확실히 한 번 떠난 팬들이 다시 돌아오는 건 힘들다. 지난 20년의 세월 동안 그것을 배워왔는데 다시 관중이 떠난 현실이 안타깝다”고 쓴소리했다.
파라과이전 흥행 참패 후 약 한 달 만에 홍명보는 11월 안방에서 홈 2연전을 치른다.
14일에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볼리비아, 18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나와 맞붙는다.
볼리비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6위로, 파라과이보다 더 약체다. 가나도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2-3 패배를 안긴 아프리카 강호지만, FIFA 랭킹 73위에 처져 있다.
지난달 돌아선 팬심이 홍명보호의 현주소라면, 11월 A매치 흥행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이를 해소할 마땅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팬들은 축구협회장과 감독 교체를 원하지만, 이것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답은 그라운드 안에 있다. 손흥민,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뮌헨) 등 한국 축구 역대급 스쿼드로 구성된 대표팀이 좋은 경기력으로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준다면, 작금의 흥행 부진은 금세 회복세로 돌아설지 모른다.
홍명보호 출범 후 가장 지지도가 높았던 9월 미국 원정 2연전(미국 2-0 승·멕시코 2-2 무)도 대표팀의 경기력과 결과가 밑바탕이 됐다.
볼리비아, 가나전은 올해 마지막 A매치다.
집 나간 팬심을 되돌리는 건, 결국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력에 달려 있다.